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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괴담걸작선
쓰쓰미 구니히코 지음, 박미경 옮김 / 소명출판 / 2025년 6월
평점 :

이런 종류의 시대물은 나에겐 아직은 낯설다. 그 유명한 미미여사의 에도 시리즈도 최근에서야 처음 만나봤을 정도이니..
그러나 '괴담' 이라면 또 얘기가 달라진다. 귀신,괴담,오싹한 이야기,미스터리..이런 류의 이야기는 어릴 때부터 푹 빠졌던지라 이번 소명출판의 신간 < 에도괴담걸작선 > 에 관심이 푹 간다.
어릴 때 봤던 전설의 고향에서 " 내 다리 내놔라, 내 다리 내놔라~~~~" 읽는 내내 유명한 이 장면과 여자귀신이 생각난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여자의 한은 무시무시하기만 한다.
그런데 일본쪽 여자귀신이 훨씬 더 잔인하고 집착이 강한 것 같다. 첩에 대한 증오,질투는 죽어서까지 이어지는데 상대를 죽이고 간혹 자신의 남편까지 죽음에 이르게 한다. 우리나라 여자귀신은 그래도 마지막에는 남은 이의 행복을 빌며 떠나곤 하는데, 일본 귀신은 상대가 파멸될 때까지 끝까지 달라붙는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죽임을 당해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귀신,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죽은 후에도 계속 곁에 남는 귀신, 인간이 우연히 접하게 되는 귀신의 세계 등 35여 가지의 에도 시대에 유명했던 괴담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중 슬픈 사랑이야기 테마에 소개된, 한 스님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한 열성 여성신자의 이야기가 꽤나 인상적이다. 스님의 사생활까지 파고드는 통에 이상한 소문까지 나게 되면서 스님은 이 여성을 점점 부담스럽게 느끼게 되고 급기야는 몰래 암자를 떠나기에 이르는데, 마침 이 사실을 안 여성은 스님을 뒤쫓아가는데 그 형상이 가관이 아니다. 맨발에 허리띠는 풀리고 머리는 흐트러져 사정없이 날리면서 목숨을 걸고 쫓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오싹하다. 그러니 당사자인 스님은 오죽했으랴...결국 도주를 포기한 스님은 강물에 몸을 던지고 이 여성도 뒤따라 강에 뛰어드는데...
나는 이 장면에서 여성이 스님을 구하는건가 싶었는데 에휴..이건 슬픈 사랑이 아니지..사랑이라고 말할 수도 없지..집착에 스토킹에 범죄가 따로 없다.

전쟁터로 떠난 남편을 기다리던 한 여성의 이야기는 귀신의 이야기임에도 맘이 짠하다.
병으로 남편이 돌아오기 전에 세상을 떠난 이 여성은 차가운 땅 속에서 아기를 낳고(조금 말이 안되기는 하지만..) 수개월동안 떡을 구해 아기를 보살핀다. 모성애는 귀신이 되어서도 사라지지 않는, 지구상에서 유일무일한 사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에도괴담의 분위기가 참으로 궁금했었는데 짧지만 다양한 스토리가 담긴 이 한 권으로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이야기에 들어가기 전 저자가 한국의 독자에게 들려준 인사말을 통해, 에도시대의 분위기와 괴담의 세기가 된 배경에 대해 간략하게마나 알 수 있는 계기도 되었다.
책의 중간중간에 실린 삽화도 괴담의 분위기를 한층 살리는데 일조하고 있다.
이러한 괴담을 즐겨 읽는 사람한테는 이 책 속 괴담의 수위가 어떨지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 괴담을 처음 접한 나로써는 우리나라의 귀신괴담과는 닯은 듯하면서도 다른 이야기들이 상당히 신선하고 괴이하고 오싹하게 다가왔다.
@woojoos_story 모집, 소명출판 도서지원, 우주서평단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