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죄
존 위티 주니어 지음, 정두메 옮김, 김형태 감수 / 한길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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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처음 책제목만 보고는 소설인가, 인문학인가 살짝 아리송했었는데, 법과 종교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저자가, 2천년동안 이어져 내려온 혼외자에 대한 법의 역사적 변천을 파헤친 인문학책이다.


서양의 역사에서 기독교를 배제하고 이야기할 수 없는 것처럼 이 혼외자에 대한 법적 규정 또한 기독교와 깊은 관련이 있어, 다양한 성경구절도 많이 인용된 만큼 쉽게 읽히는 내용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던 주제에 대한 접근은 항상 짜릿함을 선사해준다.


초기 유대교에서는 혼외자들에 대해 비교적 관대하게 대응했는데, 부모가 저지른 죄에 대한 형벌은 부모에게만 국한시켰고, 단지 친자의 신분을 가진 유대인과의 결혼만 불가했다. 또한 유대법 중 '보호자 제도' 는 자격을 갖춘 성인이 친부모 역할을 하면서, 이들을 보호하고 지원해 줄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러한 유연한 인식이 중세에 와서 법적으로 처벌받고 차별화하게끔 공식화하기에 이르게 되면서, 혼외자의 신분은 출생증명서와 사망증명서에 기록되어져 교회에 보관되어졌고 죽을 때까지 낙인을 절대 벗지 못했다.

또한, 17-18세기에는 부모에 대한 형사제도와 부양명령이 점점 심화되면서 자식을 버리거나 죽이는 일이 급증했다고 한다.







이렇듯 고대 로마법에 기초한 중세 혼외자법과 친자인지법은 19세기까지 이어져 왔는데, 실질적으로 이 법이 철폐된 것은 현재로부터 불과 몇 십년 전이라고 한다.


저자는 역사적으로 혼외자가 친자로 인식되고 사회적으로 낙인찍힌 혼외자를 구제해주는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입양' 을 언급하면서, 지금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고 적극적으로 입양이 실현되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점점 증가하는 혼외출생에 대한 가장 중요한 해결방안은 ' 결혼 ' 이라고 하는데, 물론 훌륭하게 키워내는 미혼부모, 위탁가정, 복지기관도 많지만, 이런 예외적인 경우는 차치하고 결혼가정은 아동들에게 있어 최상의 환경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 분야의 최고 권위자라는 호칭에 걸맞게 엄청나게 방대한 양의 법령을 파헤치고 있는데, 중세 캐논법, 영국의 코먼로 같은 단어는 이 책에서 처음 접해본다.

읽는 내내 그 긴 세월동안 혼외자로 태어났다는 것만으로 부당한 대우와 차별을 받고, 생명까지 위협을 받았던 셀수 없이 많은 혼외자 아동들이 너무 가엽기만 하다.


표지에도 적힌, ' 죄 지은 부모는 있어도, 죄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는 없다.' 는 문구가 이 광범위한 내용을 한 마디로 정의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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