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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경성 - 한국 근대사를 수놓은 천재 화가들
김인혜 지음 / 해냄 / 2023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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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에세이를 정말 좋아해서 자주 읽다보니 나름 작품이며 화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에 대해 아는 폭도 넓어지면서 스스로 뿌듯해하곤 했다.
그러나 이번에 해냄출판사에서 나온 < 살롱 드 경성 > 을 읽으면서는 내 자신이 너무도 부끄러웠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화가들의 이야기는 다 생소하기만 하니, 그동안 내가 즐겨찾고 애정해 왔던 건 거의가 서양미술이었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닫게 된 것이다.
이 책은 미술 에세이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소설책처럼 굉장히 몰입감이 강하다. 아마도 작품에 대한 전문적인 해석보다는 천재 화가들의 우정과 삶에 대한 스토리를 위주로, 사진과 삽화도 많이 들어 있는 덕분인 것 같다. 그러나 암울했던 한국 근대사를 장식한 우리나라의 천재 화가들의 이야기라 몰입감과는 상관없이 읽는 내내 먹먹함과 비애가 느껴진다. 대부분이 불행했던 그들의 예술가로서의 삶, 현재 남아있는 작품들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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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이 천재들의 얼이 현재에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흥미롭다. <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 을 쓴 박태원은 미술에도 굉장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고 영화를 너무도 좋아해서 어린 딸을 데리고 항상 영화관에 다녔다고 한다. 그 후 가족만 남겨둔 채 월북을 했는데, 이 딸의 아들이 바로 봉준호 감독이라는 사실 !! 또한, 시인 이상의 절친이었던 천재화가 구본웅의 외손녀는 발레리나 강수진이라고 한다. 당대 최고 인기삽화가였던 정현웅도 6.25 전쟁 때 가족을 남겨둔 채 월북을 했는데, 차남은 한미약품의 공동 창립 멤버이고 손자는 르노 프랑스 본사의 전문 카 디자이너로 활약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2021년부터 조선일보에서 연재되어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칼럼을 수정,보완해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이런 좋은 내용의 칼럼을 이제라도 알게 되서 정말 다행이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30인의 화가들과 문인들의 아름답고, 슬프고, 애잔하고 한맺힌 이야기들을 꼭 만나보길 권한다. 굳이 미술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많은 국민들이 역사에서 잊혀진, 혹은 제대로 평가받지도 못했던 천재 화가,문인들을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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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