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에서부터 왠지 섬뜩함이 묻어나고 암울한 내용이 기다리고 있을 듯한 불안한 예감 !!!!
그리고 그 예감은 적중하였으니 !!!! 일반적인 환경에서 자란 독자들이 읽으면서 참 마음 아프고 불편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내용전개가 궁금하고 몰입하게 되는 소설이다.
흔히 말하는 가난의 되물림을 적나라하게 만나볼 수 있는데, 이 책의 인물들이 접하는 가난은 그저 단순한 가난이 아니다.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몸을 팔고, 자녀와 함께 거주하는 공간에서까지 이루어지는 성매매로 인해 자녀들은 갈 곳을 잃고 길거리 방황이 이어진다. 세습되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이들 역시 몸을 팔고, 범죄에 가담하면서도 특별한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호화롭기 그지없는 도쿄 대도시의 한구석 빈촌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어두운 이면이 너무도 적나라하게 묘사되고 있다.
성매매를 하는 엄마의 방임으로 어릴 때부터 여동생을 혼자 지키면서 빚이란 빚은 다 감당하며 자라온 스에오와, 유복한 집안의 자제로 일류대학출신에 봉사활동까지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온갖 악덕한 행동을 서슴치 않는 쓰바오. 그리고 두 차례에 걸친 성매매 여성의 살인사건. 이렇게 정반대의 환경에서 자란 두 청년과 살인사건이 교묘하게 얽히고 설키며 그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게 되는데..
스에오라는 인물에 감정이입이 되고 왠지 인간적인 연민을 느끼게 되는 건 나만은 아닐 듯 하다.
' 누구나 알지만 모두가 못 본 척하는 빈곤과 폭력의 지옥도 ' 이 한 문장의 책소개가 참으로 맘에 콕 와 닿는다. 구멍뚫린 복지제도의 일면을 들여다볼 수 있고, 사실을 날조하고 특종감만 노리는 미디어 사회의 부조리도 만나볼 수 있다.
이 소설에서 특이한 점은 살인사건을 파헤치는데 있어서 경찰보다 프리랜서 기자 미치코의 활약이 단연 돋보인다는 점이다.
처음엔 그저 조연에 불과한 인물인가 싶었는데 뒤로 갈수록 날카로운 추리력이며, 냉철한 판단력 그리고 마지막에 보여주는 처신은 정말이지 인간미마저 느낄 수 있는 멋진 캐릭터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기베 미치코' 를 주인공으로 하는 시리즈가 이어지고 있다고 하는데 꽤나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더 많은 작품을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모치즈키 료코' 작가와의 첫만남이었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