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 서점 이야기 - ‘세계 서적상의 왕’ 베스파시아노, 그리고 르네상스를 만든 책과 작가들
로스 킹 지음, 최파일 옮김 / 책과함께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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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책이 두껍고 (640 페이지) 고급스러워서 깜짝 놀랐고, 내용이 또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깊이있고 광범위해서 또 한번 놀랐다.

흔히 피렌체를 생각하면 언제나 대표 이미지로 떠오르곤 하는 주황색 돔, 미켈란젤로, 르네상스 등이었는데, 이 책을 통해 그 무엇보다 더 큰 영향을 미쳤던 중세 피렌체의 지식인들의 아주 깊숙한 세계를 만나볼 수 있었다.

 

이 책의 중심 인물은 '세계 서적상의 왕' 이라 불리우는 베스파시아노이지만, 그의 일생동안 함께 했거나 스쳐 지나온 수많은 유명인들과 대충으로만 알고 있었던 15세기 유럽의 역사 이야기가 광할하게 펼쳐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혔던 부분은 가난한 시골 농가 출신이었던 이 서적왕을 중심으로 활동해 왔던 그 당시 지식사냥꾼들의 이야기이다. 이를테면 희귀 필사본을 찾아 헤매는 인물들,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책 한권을 필사하고, 그 과정에서 좀 더 읽기 쉬운 서체를 만들어내는데 전념하는 필경사들, 책의 내용에서 빠질 수 없었던 번역가들의 노고, 금박을 붙이거나 장식그림을 그리는 채식사와 세밀화가들의 놀라운 솜씨 등 현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15세기의 책의 완성 과정이 정말로 경이롭기만 하다.

 

그리고 구텐베르크가 개발한 인쇄기로 인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이들의 노력의 결과물들이 어떤 식으로 서서히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되는지 그 과정들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리얼하게 그려지고 있다.

필사본이 완성되는 그 엄청난 과정을 알고 나니, 구텐베르크의 기계가 주는 의미, 하나의 혁명이 이들에게 미쳤을 영향력에 마음 한 켠이 씁쓸하기까지 하다.

 

이탈리아내에서도 유일하게 피렌체만이 이 신기술을 수용하는데 그렇게 느렸던 이유는 메디치가가 이 인쇄본보다 손으로 완성되는 희귀한 필사본에 더 애정을 가지고 있었던 점, 피렌체내의 대학의 부재, 그리고 무엇보다 그 어떤 인쇄본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희귀한 책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실력을 갖춘 베스파시아노의 존재였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이 서적왕도 결국에는 인쇄본의 신기술에 밀려 평생을 이루어왔던 필사본의 사업을 내려놓게 된다.

 

15세기 유럽역사의 산증인인듯 한평생 수많은 권력자와 지식인들, 세력가들과 친분을 쌓으며 역사적 사건을 겪었던 베스파시아노지만 그 어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정치적 희생양이 되지 않았던 이유는 순수한 지식과 학문을 다루는 힘있는 지식인이었기 때문일까...

 

그가 만든 필사본은 유럽 전역에 퍼져 나갔을 정도로 르네상스 시대에 큰 영향을 미쳤던 인물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었다는 점과, 그래서일까 피렌체에서도 그의 흔적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 점이 안타깝기만 하다.

 

세계사를 좋아하고 깊이 있는 인문학을 즐겨 읽는 사람에게 이 책은 굉장히 가슴벅찬 경험을 선사해줄 꺼라 생각한다.

저자의 다른 책도 꼭 읽어보고 싶어진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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