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아의 나라 - 문화의 경계에 놓인 한 아이에 관한 기록
앤 패디먼 지음, 이한중 옮김 / 반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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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80년대 미국에서 일어난, 몽족 아기인 리아를 둘러싼 난민가족과 의료진들간의 문화적 충돌로 인한 비극을 9년동안 취재한 논픽션이다. 미국에서 최악의 의료분쟁 중 하나로 손꼽히는 사례를 다룬 이 책은 미국 의대 필수교양도서로 채택될 만큼 우수한 책이고 , 우리나라에는 2010년 첫 출간된 이후 좋은 평을 받았지만 대중적 인기에는 성공하지 못해 절판되었다가, 독자들의 꾸준한 재출간 요청에 의해 15주년 개정판으로 이번에 반비 출판사에서 새롭게 출간되었다.

 

리아는 생후 3개월만에 뇌전증,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간질 증상으로 미국 병원의 문을 두드린 이후부터 총 17번의 입원과 100번도 넘는 통원 그리고 3번의 굿이 이루어졌다. 언어소통의 부재로 처음에는 '기관지염 초기' 라는 오진단이 내려지기도 하고, 뇌전증이라는 병명으로 확정된 이후에는 뇌전증은 '코 다 페이' 즉 ' 영혼에 붙들린 병' 으로 간주되고 있는 몽족인들의 의식에 의해 리아의 부모는 병원의 현대의료법보다는 전통치료법을 고집한다.

 

증세가 호전되지 않아 의료진은 복용양의 종류와 수량을 늘리고, 영어를 모르는 리아의 부모는 그 수많은 약을 제때 제대로 먹이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의사에 대한 불신 자체로 인해 의도적으로 약 복용을 어기기도 한다.

이런 과정이 되풀이되면서 급기야는 의료진들이 아동학대로 신고하면서 부모로부터 리아를 빼앗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의료진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져만 간다.

 

생후 3개월부터 4살까지 이러한 양측 간의 소통의 부재로 소중한 치료의 시간을 허비한 결과, 리아는 결국 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면서 식물인간이 되어버리고 그렇게 병원의 치료는 막을 내리게 된다.

식물인간이 되어 부모의 곁에서 부모의 보호 아래 살게 된 리아는 그러나 놀랍게도 통상의 생존기간보다 훨씬 더 오래 살아남았고, 2012년 서른 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문화소통의 부재, 언어소통의 부재로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리아가 떠안게 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미국 의료진도, 리아의 부모도 그 누구에게도 탓을 돌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의료진들도 그 특수한 상황에서 리아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고, 리아의 부모로서도 몽족만의 뿌리깊은 전통의식을 벗어난 현대의학을 받아들여야만 했던 만큼 엄청난 두려움과 마음의 고통이 뒤따랐을 거라 생각한다.

 

자칫 현대의학의 치료법을 잘 따르지 않은 난민가족의 비극으로 끝날 수 있었던 이 사례는, 저자의 탁월한 글솜씨와 그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적이고 객관적인 접근으로 이야기를 풀어냄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양쪽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이끈다.

또한, 리아와 그들을 둘러싼 이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몽족이라는 민족에 대한 이야기도 자세히 소개되고 있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깊이 있고 폭넓은 책이었다.

 

저자의 < 서재 결혼시키키 > 가 상당히 좋았던 기억이 나는데, 그 때 받았던 저자의 인상보다 훨씬 더 깊이있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앞으로 저자가 쓴 작품은 그것이 소설이든 르포든간에 주저하지 않고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부터 우리나라는 단일민족 이라는 단어가 어색할 정도로, 국제결혼도 대폭 증가하고 있고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도 상당히 증가하는 추세인만큼, 우리에게도 이 문화적 소통, 언어적 소통이 굉장이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고, 그렇기에 바로 이런 책이 더 많이 읽혔음 하는 바램이다.

 

 

 

[ 반비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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