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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생각 - 유럽 17년 차 디자이너의 일상수집
박찬휘 지음 / 싱긋 / 2022년 7월
평점 :

굉장히 차분한 느낌의 에세이이다. 디자이너이신데 그림만 잘 그리시는 게 아니라 글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공감 팍팍가게 정말 잘 쓰신다.
그리고 주변의 사물들, 자연에 대한 관찰과 그것을 묘사하는 문장, 그리고 각 주제에서 한단계 더 나아가 거론되는 이야기들이 굉장히 인상적이고 깊이가 있다.
아들과 함께 타게 된 범퍼카를 예로 들어, 어린아이가 범퍼카 한 대 고르는 것도 '취향' 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그리고 이런 각자의 취향은 하나의 가이드라인을 형성하게 되고, 더 나아가 '트렌드' 가 탄생하게 된다는 문장을 읽으면서, 역시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보는 세상은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디자인은 희미하게 보이는 내일을 구상하고, 예술은 아득한 미래를 그린다고 말한다. 디자이너는 세상이 원하는 걸 만들기 위해 자신을 내려놔야 하기 때문에 비굴하고, 예술가는 세상을 배려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당당하다고 말한다. 이 비교문구들이 참 맘에 와 닿는다.
카세트 테이프를 되감을 수 있게 규격이 딱 맞아떨어진 연필, 침대 밑에 들어간 팽이를 꺼내기 위해 활용되었던 디자인용 자, 형제들 싸움을 제압하기 위해 친구 엄마가 자주 애용했던 파스타 반죽 방망이 등을 예로 들어, 인공지능이 점점 인간의 영역을 침범해 가는 현실을 지적한다. 디자인이나 예술분야라 할지라도 반복적으로 진행되는 경우 인공지능에 어김없이 지배당하게 되므로, 인간만이 가능한 창의력, 즉흥적 발상이 가장 중요하고 현명한 무기임을 강조한다.
이 외에도 각 챕터에서 저자가 말하는 이야기들은 카메라, 종이, 커피, 지도, 와인잔 등 너무도 익숙한 대상이지만 읽다보면 어느새 새로운 이야기의 속으로 들어와 있다. 많은 부분을 공감하면서 읽어 내려갔다.
표지도 에세이의 분위기에 걸맞게 심플하면서도 강렬한 이미지가 참 맘에 든다.
[ 책키라웃과 싱긋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