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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마텔 101통의 문학 편지
얀 마텔 지음, 강주헌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7월
평점 :

작가정신에서 출간된 이 책은 << 파이 이야기 >> 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얀 마텔이 캐나다 수상에게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총 101통의 편지와 책을 보낸 것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낸 것이다. 2013년에 이미 <<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 >> 라는 제목으로 처음 출간되었고 이번은 개정판인데, 이번 개정판의 제목과 표지가 좀 더 유연하고 간접적인 느낌이다.
2007년 캐나다 예술위원회 50주년 기념행사에 초청받아 참석한 자리에서, 너무도 형식적인 행사와 5분도 채 안되는 연설, 게다가 행사 내내 고개 한번 들지 않는 하퍼 총리의 모습을 보고, 총리에게 문학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이 고독한 편지쓰기를 시작하게 된다.
한 두권의 편지와 책도 아닌 무려 4년여 동안 101통의 편지와 책을 보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만 아니라, 수상의 바쁜 스케줄을 고려해서 200쪽 이하의 책들만 고르기 위해, 얀 마텔 스스로 심사숙고해서 작품을 다시 읽어보고 선정할 정도로 이 캠페인을 위한 얀 마텔의 정성과 노력은 대단하다. 게다가 자신이 다른 일정으로 장기간 이 캠페인을 이어가지 못하는 기간에는 캐나다의 다른 작가들에게 바톤을 이어가게 부탁한다.
이 캠페인은, 하퍼총리의 대변인으로부터 형식적인 답장을 몇 통 받았을 뿐 하퍼총리로부터는 단 한 통의 답장을 받지 못한 채 끝을 맺게 된다. 얀 마텔은 총리에게 쓴 편지 가운데, 비록 답장을 받지는 못했더라도 하퍼 총리가 잠옷과 슬리퍼 차림으로 커피를 마시면서 자신의 편지들을 읽었으리라 생각하고 싶다고 말을 하지만 내심 단 한 통의 편지라도 기대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과연 총리가 그의 단독적인 편지들과 동봉한 책들을 단 몇 통이라도 읽었을까..하는 궁금증이 일지만 거의 안 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얀 마텔이 심사숙고해서 선정한 문학 작품을 들여다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작품의 간략한 소개와 얀 마텔의 감상 그리고 작가의 소개도 간략히 나와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스테판 츠바이크와 서머싯 몸의 작품도 포함되어 있어서 무척이나 반가웠다. 서머싯 몸의 << 과자와 맥주 >> 는 꼭 읽어보고 싶어졌고, 100번째 책인 << 그을린 사랑 >> 은 영화로만 만나봤었고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이 작품의 원작이 희곡인 건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역시나 내가 읽어본 책은 101권 가운데 극히 소수에 불과했다.
총리 덕분에 독자들이 유명작가가 엄선한 대작 리스트를 받아본 셈이니, 총리 대신 내가 얀 마텔이 골라준 책을 차근차근 읽어봐야겠다.
[ 작가정신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