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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미식가
박진배 지음 / 효형출판 / 2022년 6월
평점 :

멋진 제목과 그보다 더 멋진 내용이 담겨 있는 건축교양 에세이 < 공간미식가 >
이 책을 읽으면서 도시에 대한 생각과 우리가 몸 담고 있는 모든 공간에 대한 시각이 새롭게 바뀌게 되었다.
공간에 이렇게나 많은 사물과 요소가 담겨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신선하게 느껴졌고, 마치 한 편의 예술 에세이를 읽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 일으키는 책이다.
엘리베이터안의 의자, 도심 속 계단, 가로등, 신호등, 무채색의 옷으로 갈아입은 스타벅스, 링컨 대통령의 암살범의 가문이기도 한 부스극장에 대한 이야기, 니콜 키드먼 주연 영화로 인상깊었던 물랑루즈, 영화 < 귀여운 여인 > 의 배경이 되었던 호텔, 골목, 광장의 모습, 벤치의 힘 등등 생각지도 못한 소재를 가지고 그에 얽힌 역사 혹은 사연을 들려주기고 하고, 새로운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해준다.
가로등을 눈여겨 본 적이 있었던가..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가로등을 떠올려보는데 두리뭉실한 이미지만 머리속에 떠오른다.
미국 펜실베니아 주 허쉬 마을의 가로등은 대표 상품인 키세스 초콜릿의 모양을 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가로등이야말로 환한 낮에도, 불을 밝히는 밤에도 단순한 기능적인 면을 넘어서 낭만적인 이미지로 도시 미관의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삭막한 도시의 분위기를 바꿔주고 효율적인 공간 활용도 가능케 해주는 그린 루프 프로젝트를 통해, 시카고는 시청을 비롯한 많은 건물이 숨쉬는 빌딩으로 탈바꿈했다고 한다. 이런 결과를 낳기까지 100여명의 과학자, 기술자, 환경운동가, 변호사 등의 협업이 뒷받침되었다는 사실은, 보여주기식과 단기간의 성과에 급급한 우리나라의 상황을 볼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외에도, 옥상 정원을 만들어 라운지나 작은 공연장으로 활용하고 회사의 바베큐 파티를 즐기는 곳도 있다.
미국의 가장 오래된 야구 경기장인 보스턴의 펜웨이 파크는 보스턴의 대표적인 관광 코스 중 하나인데, 이 야구장은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광고판을 포함한 기존 구조물을 바꾸지 못한다고 한다.
메인 점수판도 여전히 예전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는데, 여전히 사람이 손으로 숫자를 바꾸는 아날로그 방식은 그 어떤 고가의 디자인보다 훨씬 더 수준 높고 값으로 매길 수 없는 가치가 있다.
이렇듯 책 속에 담긴 사진과 내용들은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예전에는 효형출판의 역사책을 즐겨 읽었었는데, 언젠가부터 건축에 대한 책도 정말 좋은 게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눈여겨 보게 된다.
작년에 읽었던 < 그림자의 위로 > 에 이어 이번에 만나본 < 공간미식가 > 도 건축에 대한 편견을 깨부수게 도와준 고마운 책이다.




[ 효형출판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