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자의 손길
치넨 미키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6월
평점 :
절판



 

법정 소설만큼이나 메디컬 소설을 좋아하는데 그러고 보니 메디컬 소설은 10년 전 읽은 대만소설 '백색거탑'이 마지막이지 않았나 싶다. 아마 더 읽은 것도 있을 수 있겠지만 딱히 떠오르지 않는 거 보면 그저 그랬던 것도 같고. 암튼 이 백색거탑 정말 재밌었는데, 이번에 소미미디어에서 출간된 < 구원자의 손길 > 은 그에 못지 않은 재미를 선사해주었다.

 

책소개에서는 '마지막 1페이지에 반드시 눈물짓게 될 것이다' 라고 되어 있어서 혹시 메디컬 자체가 아닌 병마와 싸우는 환자와 의사..같은 다소 잔잔한 감성적인 내용인가 싶었는데, 막상 읽어보니 내가 기대했던 내용 - 병원 내에서의 촌각을 다투는 긴박한 상황, 수술실의 분위기, 내부적인 암투, 경쟁, 비리, 승진, 인턴 - 등의 주된 스토리가 너무 흥미로워서 눈물 흘릴 틈이 없다. 메디컬 휴먼 드라마이지만 감동만큼이나 병원 내의 이러한 현실적인 상황이 크게 와 닿았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과는 흉부외과로, 의대생들이 전공을 선택할 때 외과는 많이 꺼린다고 들었는데, 독자는 이러한 흉부외과의 가혹한 근무환경, 다른 과에 비해 전문의가 될 수 있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꽤 길고, 그 기회도 현저히 낮은 단점 등, 그 이유를 아주 리얼하게 만나보게 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유스케는 이러한 열악한 흉부외과에서 언젠가는 최고의 흉부외과 의사가 되겠다는 꿈 하나만을 가지고 오랜 시간을 버텨왔다.

그런 그에게, 그가 존경해마지 않는 흉부외과의 최고 권위자인 아카시 과장의 거래성 제안을 빌미로 동시에 3명의 인턴을 지도하고 반드시 그 중 2명은 흉부외과로 입국시켜야 하는 부담감을 안게 된다. 그런 와중에 상황이 꼬여 인턴들에게 무시를 당하고 갈등이 벌어지기까지 한다.

게다가 또다시 아카시 과장으로부터, 자신에 대한 고발장과 관련해서 고발자를 찾아내면 얻을 수 있는 승진에 대한 제안까지 받게 된다.

 

주인공 유스케의 행동을 보면서 똑 부러지지 못하고 어리숙하고 답답하게도 느껴지고 이런 모습은 인턴을 비롯한 사람들로 하여금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도 하지만, 환자에 대해서만큼은 진심인 의사의 올바른 면모는 가히 칭찬할 만하다.

그래도 그렇지, 비록 유스케 자신의 과오로 인턴들과 시작이 어긋난 탓에 인턴이 지도의를 대놓고 무시하는 발언을 하고 건방진 태도를 보이는데도 꾸짖지도 못하고 그들에게 끌려다니는 소극적인 태도는 그닥 맘에 안들고 인턴들에게 내가 더 화가 난다.

 

한 사람의 수술을 앞두고 순환기내과와 흉부외과의 회의를 통해 어느 방법으로 진행할지 의논하는 과정은 상당히 인상적이고, 그렇게 환자의 치료법을 의논하는 상황에도 각 과의 수술실적 등의 이득을 우선시하는 분위기는 어처구니가 없다.

가끔 너무도 냉정한 의사를 보면서 너무 정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인턴인 우사미가 어린 환자에게 갖는 감정이입은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환자 본인과 가족에게 설명할 때에는 냉정하게 행동해야 하는 의사의 입장이 어느 정도 이해도 가게 되었다.

 

유스케의 흉부외과의로서의 미래. 과연 그가 바라던 대로 보장받은 미래가 펼쳐질 것인가..아니면 그를 둘러싼 상황이 그의 발목을 잡을 것인가..

의료 현장의 긴박함과 어느 정도의 미스터리 그리고 휴먼소설의 느낌도 제대로 느껴볼 수 있었다. 결말도 깔끔하니 좋네.

 

[ 소미미디어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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