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인공은 어느 날 갑작스레 뇌종양 4기라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자신을 찾아온 악마로부터 말 그대로 '악마와의 거래' 를 제안받게 된다. 이 단어만 본다면 얼핏 소설 괴테의 ' 파우스트 '가 떠오르지만 이 소설은 죽음을 소재로 하고 있음에도 슬픔, 어두움보다는 그리움, 삶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르고, 쉽게 읽히지만 동시에 굉장히 심오한 철학적인 내용도 느낄 수 있다. 분위기도 참 밝다.
세상에 존재하는 한 가지씩을 없애는 조건으로 주인공은 하루를 더 살 수 있지만, 그 없애는 대상의 선택권은 악마에게 있다.
악마가 제안하는 대상은 핸드폰, 영화, 시계..그리고 고양이이다.
현대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편리하고 소중한 것들. 단순히 이 세상에서 이 존재만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과 함께 해 오고 연관된 추억 모두가 사라지는 것이다.
언뜻 죽음을 앞두고 이런 것들이 무슨 의미일까 싶기도 하지만, 어쩌면 그렇기에 이런 추억을 마지막 기억 속에 담아둘 수 있지 않을까.
만약에 나라면..이 네 가지 중에서 사라지면 가장 슬퍼지는게 뭘까..생각해보니 ' 영화 ' 가 젤 먼저 들어온다.
어릴 때부터 너무도 좋은 작품들과 함께 자라왔고 또 그 수많은 영화들에 얽힌 추억과 사연들이 무궁무진하기에 영화가 사라진다면 너무 삭막하고 슬플 것 같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런 것들은 인간의 편의와 삶의 질을 위해 만든 것들인만큼,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상상도 못할 불편함 등이 두렵긴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비록 나의 추억이 담긴 것들이지만 정말 사라져야 한다면..
그렇지만, 인간과 교류하며 살아온 하나의 생명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책에서는 그 대상이 바로 고양이이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이 가정이야말로 정말 끔찍하고 생각할 수도 없는 거래일 꺼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고양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고양이가 인간의 곁에 있어줄 뿐이라는 말..참 마음에 묵직하게 와 닿는다.
가볍게 휙 읽히는 듯 하면서도 뭔가 힐링 소설 같기도 하고, 철학 소설 같기도 하다.
현재 나의 주변의 모든 것, 내가 살아오면서 함께 한 모든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그런 시간이었다.
무거운 소재를 가지고 이토록 유머러스하고 밝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일본 작품의 매력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싶다.
[ 소미미디어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