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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무라세 다케시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책 소개를 미리 봐서일까..읽기도 전에 책 제목만 봐도 왠지 슬프다.
'딱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까 다시 만나고 싶어요.'
사랑하는 사람을 뜻밖의 사고로 떠나보내야만 하다니..남은 사람의 심정이 이 한 문장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같다.
급행열차 한 대가 탈선하는 대형사고로 68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남은 유가족들은 갑작스러운 이별에 슬픔과 절망의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두 달 후, 사고가 난 근처역에 가면 유령이 사고 당일, 사고가 난 그 기차에 탑승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소문이 퍼진다.
단, 4가지 조건을 지켜야 하고, 지키지 않을 경우 본인이 사고를 당해 죽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유가족들은 단 한 번만이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주저없이 탑승을 결정한다. 어느 누가 이 마지막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칠 수 있을까?
각각의 사연을 안고 탑승하는 유가족들 가운데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이야기가 특히 슬펐다.
평소 아버지를 부끄러워 한 탓에, 아버지의 전화나 문자를 매번 무시했던 아들은 사고가 난 후에야 비로소 아버지의 진정한 가치와 자신에 대한 끝없는 사랑을 깨닫게 된다. 떠나보내고 난 후에 깨닫게 되는 사랑. 그래도 아들은 이 유령 열차 덕분에 아버지의 마지막 가는 길에 용서를 전할 수 있게 되었다.
판타지와 휴머니즘이 참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소설이다.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는 있지만, 슬프게도 그들은 다시 살아서 돌아올 수 없고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이런 상황 상상만 해도 너무 마음이 아프다.
눈 앞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죽음을 향해 다가가는 걸 지켜보면서도 알려줄 수도, 막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니..
영화나 소설에서 흔히 사용되는 '타임 루프' '타임슬립' 의 분위기를 느낄 수도 있는데, 이 소설에서는 그 강도가 과하거나 오버스럽지 않아서 좋다.
눈물콧물 다 쏟는 그런 슬픔보다는, 애잔하고 그냥 가슴이 먹먹해지는, 그럼에도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 모모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