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의 중력에 맞서 - 과학이 내게 알려준 삶의 가치에 대하여
정인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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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과학책은 과학책인데 과학책 특유의 그런 딱딱한 느낌이 아니다. 오히려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시간, 철학적 사색을 하게 되는 그런 종류의 책이다. 과학인문에세이 정도로 칭하면 좋을까?

 

저자는 나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인간을 이해하는데 도대체 이 '과학'이라는 학문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어디까지 말할 수 있는지 알고 싶었다고 한다. 그런 생각을 바탕으로, 죽음,질병,노화,망각,사랑,이별...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이 모든 분야를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해석해나간다.

 

이 책에서 거론되는 많은 주제 가운데 < 성격의 탄생 > 이라는 챕터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행복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타고난 성격, 즉 유전자가 대략 50% 정도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환경적 요인이라고 한다.

외향적인 성격이 더 행복할 확률이 높지만, 구피의 사례를 예로 들어 좋은 성격과 나쁜 성격이 있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잘 맞는 성격이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구피의 사례란, 포식자가 없는 환경에서는 대담한 구피가 살아남을 확률이 높았고, 포식자가 있는 환경에서는 포식자를 경계하느라 몸을 사리는 소심한 구피가 더 생존률이 높았다는 결론의 실험이다. )

자신의 성격을 이해한다는 것은 성격을 바꾸는 것이 아닌, 자신의 성격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꿈으로써, 자신의 단점마저도 사랑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 이 챕터도 상당히 공감이 간다.

노인들에게 자전적 기억을 물어보면 20대의 일을 가장 많이 거론한다고 한다. '회상 효과'라고 칭하는 이것은 기억할 만한 사건이 많으면 그만큼 시간이 길게 느껴지고, 그렇지 못한 중년 이후에는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옛날 추억을 떠올리고, 옛날 얘기를 반복해서 하는 성향이 다 이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또한. 생체리듬도 관련이 있는데, 노인은 하루 24시간을 15시간 정도로 느끼고, 그만큼 시간이, 1년이 후딱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주제를 이야기하면서 70여권의 과학책을 같이 소개하고 있는데, 제목만 들어본 책도 더러 있지만, 아예 모르는 책이 태반이다. 과학은 나에게 너무 어려운 학문이라 그동안 참 멀리 하고 살아왔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었다.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과학과 인문의 조합. 결국은 과학의 중심은 바로 '우리' 즉 '인간' 이 되어야 함을 이 책은 말해주고 있다.

 

[ 한겨레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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