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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죽은 자의 이름을 묻는다 - 세계적인 법의인류학자가 들려주는 뼈에 새겨진 이야기
수 블랙 지음, 조진경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법의학 선진국인 영국에서도 최고로 손꼽히는 세계적인 법의인류학자이자 해부학자가 들려주는 뼈의 이야기는 여느 추리 미스터리 내지는 스릴러 소설에 못지 않게 긴장감과 다소의 공포감마저 느끼게 된다. 영국 범죄소설 작가협회 논픽션상을 수상할 정도이니 한 편의 범죄 에세이를 읽었다고 해도 좋을 듯 하다.
작년에 비슷한 주제의 책을 통해 '법의인류학자'라는 직업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기에 저자의 직업이 왠지 친근감마저 들었는데, 이 책에서는 좀 더 세분화된 직업들을 만날 수 있다.
사망 원인과 방식을 파헤치는 법의병리학자, 혈액, 소변, 뇌척수액 등의 체액을 분석해서 약물이나 알코올 섭취 여부를 알아내는 법의독성학자, 뼈 안의 세포를 분석하는 법의학 생물학자, 시체의 치아를 분석하는 법의학 치과의사, 언론에 공개할 목적으로 사망자의 얼굴 초상을 그리는 법의학 아티스트 등등.
세분화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전문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뜻도 되겠지만, 하나의 시체를 두고 자신의 목적에 맞는 부분만 파헤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자칫 전체적인 그림이 간과되는 위험이 많다고 한다.
법의학 아티스트 그림의 중요성은 이 책에서 소개되는 많은 사건의 예 가운데, 바로 20여년 전 영국에서 살해되어 여행가방에서 발견된 '유학생 진효정 살해사건' 편에서 알 수 있다. 실제로 보이는 사망자의 얼굴을 너무 충실히 그리는 바람에 사망 전과 사망 후의 얼굴이 너무 다른 결과물이 나와버렸고 결국에는 수사과정에서 사용되지는 않았다. (저자가 직접 검시에 나선 수많은 사건들 가운데 이 유학생 사건이 소개되어 순간 놀랍기도 하고, 참 마음이 아팠다. )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발견된 시신들을 분석하기 위해(1990년 경 그 당시에는 이탈리아에서는 착수할 경험과 장비가 모두 없었기에) 저자는 시신에서 머리 2구만 분리해 밀봉한 후 스코틀랜드로 이송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그 과정에서 기내용 가방을 2개 가지고 탑승해야 하는 상황에서 공항 체크인 데스크, 보안 검색대, 영국 세관, 기내 등등 많은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물론 운송권한을 일임하는 편지를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미 부패가 진행된 시신의 머리 2구를 그런 방식으로 이송한다는 사실이 꽤나 충격적이었다.
이 책에서는 사람의 뼈를 세분화해서 그와 관련된 사건과 검시를 통해 범죄수사를 돕는 과정과 각 뼈에 대한 좀 더 전문적인 지식도 전달하고 있다.
뼈를 통해 시신이 트랜스젠더였음을 알 수 있고, 채식주의자였는지도 알 수 있다. 또한 어떤 무기로 살해되었는지, 아동학대의 흔적도 찾을 수 있다.
우리 인간의 뼈가 살아 있을때만큼이나 죽어서도 너무나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법의인류학자는 영국에서는 5년에 한번씩 공인 전문가 증인자격 시험을 치러야 하고, 자칫 잘못된 수사방향을 초래하지 않기 위해서는 동물뼈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한다. 끊임없이 연구하고 분석하고 시도하는 과정이 필요한 직업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범죄소설이나 그알 같은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꽤나 즐겨 읽을 수 있을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 세종서적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