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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 오브 라이프 - 삶을 마감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을 찾아서
사사 료코 지음, 천감재 옮김 / 스튜디오오드리 / 2022년 2월
평점 :

한동안 웰빙이라는 단어가 유행했는데 언젠가부터 웰다잉이라는 단어가 100세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더욱 중요하게 다가오는 듯 하다.
이번에 만나본 '엔드 오브 라이프'라는 책은 '삶을 마감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을 찾아서'라는 부제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병원의 짜여진 시스템이 아닌 자신의 의지대로, 원하는 방식대로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러한 선택이 가능한 것은 바로 '재택의료' 의 시스템 덕분이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이전에 이미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일본은 아무래도 이런 사회적인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이러한 재택의료 현장에서 만난 의료진, 환자와 보호자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이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환자, 혼자 거동도 못하는 노인환자분일지라도 본인이 원한다면 집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게끔 의료진의 철저한 관리와 보호가 뒷받침되고 있는데,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의료진의 희생과 노고가 대단하다.
말기암을 앞둔 환자들이 가족과 여행을 떠나는 경우에 이들도 같이 동반을 한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동반까지는 이들의 의무가 아님에도 마지막을 정리하고자 하는 환자들을 결코 외면하지 않는다. 제대로 된 의사를 만나는 것도 복인것처럼, 이렇게 직업정신에 인간애까지 갖춘 의료진을 만나는 것도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죽음이 다 마음 아프고 안타깝지만 이 책에서 특히 마음 아팠던 죽음은 바로 저자의 어머님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한다면, 그 곁에서 7년간 극진히 간호한 아버지의 모습이다. 의식은 있지만 전신마비로 눈동자마저 움직이지 못하는 락트인 증후군을 앓았던 어머니를 집에서 홀로 너무도 깔끔히, 완벽하게 간호하는 모습은 감동 그 이상이다. 그토록 헌신해서 간호했던 아내의 죽음 이후 홀로 남겨진 아버지가 너무 마음아프다.
그 반대로,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혼자 몸을 가누지 못하는 아버지를 집에서 간호하는 한 50대 아들의 처절함은 어쩌면 재택치료의 시스템에 희생되는 가족의 모습일 수도 있다. 긴 병에 효자없다는 말은 그냥 나온 말이 아님을 이 한 가족의 예만 봐도 절실히 느끼고 공감할 수 있다.
죽음을 앞두고 병원의 수많은 의료기구에 의존해 단지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과연 의미있는 것일까,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면 환자 스스로 알고 주변정리를 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아니면 모르게 놔두는 것이 환자에게 더 좋은 것일까..
결코 생각만으로 쉽게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 책을 읽으니, 사랑하는 가족과 남은 시간을 함께 하고 주변정리를 하는 것이 환자 자신에게도, 남은 가족에게도 좋은 방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있음의 소중함, 그리고 웰다잉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 스튜디오오드리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