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산문
강지희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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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점심 먹는 사람들을 위한 산문' 제목 참 맘에 든다. 

예전의 나였다면 혼자 점심? 하면 왠지 쓸쓸하고, 처량하게도 느껴졌을텐데,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혼자 뭘 한다는건 참 여유로워 보이고 자유로워 보인다. 

학창시절이야말로 점심시간은 가장 즐거운 시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직장인으로서의 점심시간은 도시락으로 얼른 먹고 낮잠 즐기거나 짬을 내서 책을 읽는 시간이었고, 점점 나이를 먹으면서 이 점심시간의 메뉴는 국수나 샌드위치 같은 가볍게 먹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은 점심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어떤 점심을 즐겨먹고, 점심시간을 어떤 마음으로 대할까?

10인의 작가들이 이야기하는 점심 이야기는 타인의 점심시간을 몰래 훔쳐보는 듯한 느낌도 들고, 나의 모습을 보는 듯한 공감대도 느껴지고, 암튼 읽는 재미가 솔솔하다. 각각의 이야기들이 다 색깔이 있고 재미나지만 특히, 김신희, 원도 작가의 글이 좋았다.

 

김신희 작가는 구내식당 덕후라고 한다. 남들이 딱한 시선을 던져도 꿋꿋히 구내식당으로 향하는, 그리고 오붓이 혼자만의 여유로운 점심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그 마음 왠지 알 것 같다. 매번 뭐 먹을지 고민하고, 먹고 싶지 않은 메뉴라도 대다수 의견에 밀려 먹게 되는 그런 점심시간은 그닥이다. 그리고, 구내식당 음식이 나도 넘 좋아한다~~구내식당 덕후에 한 표 !!

스몰토크에 관한 이야기도 참 공감이 간다. 친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같이 밥을 먹는 행동은 가장 어색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이런 경우에는 거의 밥의 맛을 느끼질 못한다. 날씨, 휴가 등 가장 만만한 주제를 끄집어내서, 적당히 이야기가 흘러가게끔 유도하는 저자의 노력이 가상하면서도 내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 

 

현직경찰관인 원도 작가의 식사시간은 정말이지 경찰관의 노고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하다. 영화에서 항상 경찰이나 형사들이 사무실에서 자장면을 후다닥 먹거나, 국밥집에서 밥을 말아 게눈감추듯이 뚝딱 먹는 모습이 오버랩된다. 여기에 빠지지 않는 믹스커피는 이 책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베테랑급 선배들과 밥먹는 속도를 맞추기 위해 나름 연구한 내용은 웃기면서도 진지하다. 절대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반찬은 패스, 음식의 온도에 맞는 입속 사전준비 작업..경찰관들은 위가 엄청 튼튼해야 할 것 같다. 또 반대로 말하자면 윗병에 걸리는 사람도 꽤 많을 것 같다. 

 

마지막에 실린 부록내용도 좋았다. 

10명의 작가들에게 던지는 질문 - 오늘 점심은 뭘 드셨는지, 점심은 어떤 의미인지, 오늘 저녁 세상이 망한다면 점심에 뭘 하고 싶은지 -  에  대한 답변을 보면서, 몇개의 메뉴가 눈에 띈다. 아 나도 내일은 저렇게 함 먹어볼까 싶다.

 

다양한 직업에 속한 사람들이 들려주는, 점심시간에 대한 다양한 시각. 

이 책은 머리 복잡할 때 부담없이 읽기 참 좋다. 

 

 

 

 

 

 

 [ 한겨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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