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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리 아파트먼트 - 팬데믹을 추억하며
마시모 그라멜리니 지음, 이현경 옮김 / 시월이일 / 2022년 2월
평점 :

'팬더믹을 추억하며'...표지에 적힌 이 문구가 꽤나 인상적이다.
과연 지금 팬더믹을 겪고 있는 우리들은 먼 훗날, 이 팬더믹 시대를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을까? 있겠지? 그렇게 되길 바래본다.
그래서 나는 이 문구가 더더욱 위안이 되고 힘이 된다.
책의 내용 또한, 여느 팬더믹 관련 책과는 다르게 표지에서 풍기는 이 느낌처럼 따스하고 때론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9살 소년 마티아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에서 팬더믹은 그렇게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 그저 학교 안가는 것은 좋고, 윗층에 사는 할머니를 마음대로 만나지도, 포옹하지도 못한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고, 자신들을 떠나 다른 여자와 사는 아빠는 마티아가 제일 싫어하기에, 그들이 사는 밀라노가 록다운되는 바람에 아빠가 그들과 잠시 함께 살아야 한다는 사실만이 끔찍히 싫을 뿐 !!
아빠와 마티아, 엄마의 애인과 마티아, 아빠와 엄마, 마티아와 누나..그 좁은 아파트 안에서 아웅다웅 살아가는 마티아 가족들의 이야기는 불행으로 끝나지 않아서 좋다.
팬더믹으로 이웃간, 가족간에 마찰도 있고, 다툼도 있지만 소설 속 이들은 그러한 과정들을 잘 이겨내면서 팬더믹 속에서의 일상을 다시 꾸려나간다.
9살 마티아는 60년 뒤 할아버지가 되어 자신의 손주들에게 이 때의 추억을 들려주고, 손주들은 시시한 상상 속 이야기라고 여긴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마티아의 성장소설인 동시에 마티아의 회고록이 되는 셈이다.
팬더믹으로 인해 집안에만 있다보니 가족간의 불화가 극에 달하고 안 좋은 소식들만 들리는 현실과는 다르게, 소설 속 사람들은 오히려 팬더믹으로 인해 가족의 소중함, 이웃간의 따스함을 더 느끼게 된다.
이 책의 원제가 '아주 오래전 그때는' 라는 걸 책을 다 읽고 알았는데, 원제가 참 맘에 든다.
영화로 만나도 좋을 분위기의 소설이다.
[ 시월이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