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의 역사 - 음식에 인생을 바친 사람들의 이야기
윌리엄 시트웰 지음, 문희경 옮김 / 소소의책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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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딱딱한 제목과 표지만 보고 얼핏 느끼기에는 조금 지루한 전문적인 내용이 담겨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그런데 첫 페이지에 등장하는 컬러풀한 '연대표로 보는 외식의 역사' 와 '폼페이의 5번가'로 시작되는 이 책의 내용들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알차고 흥미로워서,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몰입해서 읽었다.

 

화산폭발로 시간이 정지해 버린 폼페이 유적지에서 발굴된 식문화의 흔적을 쫓아 다시 돌아보는 폼페이. 로마제국의 도시 중에서도 특히 활기차고 번성한 도시답게, 세련된 호텔, 술집과 레스토랑을 갖추고 있었다.

오스만 제국의 풍요로운 음식 문화는 궁전에서 인근 백성들이나 순례자 숙소에까지 음식을 나눠주는 문화 하나만을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이븐 바투타의 여정으로 옛 이슬람 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는데, 이름만 들어왔던 이븐 바투타의 여행기가 급궁금해지기도 했다.

 

헨리 8세 때에는 그 유명한 앤불린의 결혼문제로 영국이 국교회를 장악하게 되면서 수도원 해체령이 실시되었다.이로 인해, 일자리가 필요해진 수도원 사람들에 의해 선술집과 여관이 급증하게 되었다. 

1650년에 영국에 처음 생긴 커피 하우스는 남성들의 담소의 장소에서 나중에는 간이우체국 역할도 하게 되고, 지식의 교류, 뉴스와 소문을 나누는 회합의 장소 등으로 점차 그 비중이 확장되게 된다. 급기야는 국가에서 이 곳을 단속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발표되기에 이른다. 

 

프랑스 혁명이 프랑스 식문화에 끼진 영향도 흥미롭다.

프랑스 혁명 이후 궁전과 귀족을 위해 일해왔던 실력있는 수많은 요리사들이 개인 레스토랑을 열기에 이르게 되고, 이전까지 생존을 위한 음식문화는 쾌락을 위한 것으로 바뀌게 된다. (지금이야 미식분야의 대표주자로 손꼽히는 프랑스이지만, 혁명 이후 200년간은 런던보다  뒤쳐져 있었다. )

프랑스 요리를 중세에서 현대로 끌어올린 인물로 '마리 앙투안 카렘' 이라는 사람이 소개되고 있는데, 프랑스 요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최고의 좋은 요리를 수없이 개발해냈다. 그러나, 오랜 시간 통풍이 잘 안되는 주방에서 일한 탓에 쉰 살의 나이에 폐병으로 사망하게 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빅토리아 시대의 알렉시스 스와예는 가스 스토브를 이용한 위생적인 환경의 독보적인 주방을 선보였다. 

 

이탈리아인 이민자 헥토르 보야르디가 개발한 스파게티 소스는 미국 육군 장병의 식사를 책임지게 되고, 이를 계기로 통조림에 든 이탈리아 음식은 미국 전역으로 퍼지게 된다. 

글렌 벨이 만든 타코벨의 탄생 스토리나, 일본 문화가 세계로 뻗어나가는데 일조한 회전초밥의 컨베이어벨트 발명 이야기를 접하면서, 요식업 뿐만 아니라 사업을 하는데 있어서 결코 시대에 뒤쳐져서는 안된다는 사실, 끊임없는 연구와 개발과 발전이 필수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요즘도 끊임없이 문제제기가 되고 있는 '미슐랭 별'의 중압감으로 자살한 유명쉐프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과연 이 미슐랭 가이드 라는 평가가 언제까지 이어져야 하는걸까..개인적으로 의문이 든다. 

 

AD79년~2019년 까지의 음식 문화 이야기, 깊이있는 교양 세계사 책!!!

이 책의 저자는 영국을 대표하는 음식 작가, 레스토랑 평론가, 작가 겸 해설자라는 직업에 걸맞게, 어렵고 딱딱할 수 있는 음식문화와 세계사의 연관성을 너무도 흥미롭게 풀어나가고 있다. 깔끔히 정리된 외식 역사사전을 읽은 듯한 느낌마저 든다. 

음식과 역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셈. 어느 한가지에 흥미를 가진 사람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소소의책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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