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회
윌리엄 트레버 지음, 김하현 옮김 / 한겨레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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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글을 쓰는, 현존하는 최고의 단편 작가' 라는 소개글을 보고 많은 기대를 안고 만난 단편집이다.

저자의 이름이 낯설지 않은 걸 보면, 분명 어딘가에서 이 이름을 접했던 것 같다. 그래도 작품으로는 처음 만나보는 '윌리엄 트레버'.

 

다양한 사랑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12편의 단편 이야기는, 내가 예상했던 확실하고 뜨거운 '사랑'의 형태가 아니다.

첫번째 이야기에서부터, 이 첫번째 이야기가 끝났다는 마지막 마침표를 보는 순간, 어. 지금까지 읽은 내용에서 사랑이라는 소재가 담겨 있었던가..하고 그것을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읽어봤다. 그래도 역시나 애매모호하기만 하다.

 

그런 느낌은 나머지 11편의 이야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이야기들. 이야기 자체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이 책의 소재들이 분명하게 나에게 다가오지가 않아서 어려웠다.

그럼에도 이야기 자체만으로는 '고인곁에 앉다' '저스티나의 신부' ' 신성한 조각상' 등 흥미있는 작품들이 꽤 있다. 

 

보통 책을 읽기 전에는, 그 책의 추천사를 눈여겨 보긴 하지만, 사실 책의 세계에서 내놓라 하는 작가들이 추천하는 문구는 공감이 안가는 경우가 참 많다.

공감대를 느끼기에는 나의 독서 수준이 못미치기에...

반면, 책을 읽고 난 후 만나게 되는 역자의 이야기는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곤 하는데, 특히 이번 경우에는 역자의 이야기에 100% 공감이 갔고, 비로소 이 책에 대한 느낌과 이해가 정리가 되었다.

번역하는 과정에서도 느꼈던 생각들 - 섬세한 문장들과 여백의 깊이를 어떻게 번역해야 할지..번역을 마치고 나서야 어떤 소설은 빠르게 이해하려는 자세가 아니라, 가만히 따라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 은 독자인 내가 느꼈던 생각과 같다. 

 

가끔은, 책을 읽는 동안에는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다 덮고 나서는 왠지 여운이 남는다고나 할까. 책장 한구석탱이가 아니라, 내 눈에 잘 띄는 곳에 꽂아 놓고, 자주 눈인사를 하고 싶은 그런 책들이 있다.

'밀회'도 나에게는 그런 책이다. 빠르게 읽기 보다는, 책에서 명확한 어떤 것을 느끼기 보다는, 천천히 감상하고픈 책이다. 

 

p.s : 저자의 인상이 너무 좋다. 오전에는 집필을, 오후에는 정원일을 하며 평생을 조용한 삶을 사셨다고 한다. 

그런 저자의 고요한 삶이 인상에 남아 있고, 저자의 작품에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 하다.

 

 

 

 

[ 한겨레출판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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