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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로 읽는 세계사 - 25가지 과일 속에 감춰진 비밀스런 역사
윤덕노 지음 / 타인의사유 / 2021년 11월
평점 :

요즘은 다양한 주제를 세계사와 접목시킨 좋은 책들이 많이 나와서, 나같이 세계사에 약하고 지식도 부족한 사람한테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이번에 만난 '과일로 읽는 세계사' 는 제목 그대로 과일이 어떻게 세상을 움직였는지와 관련해서, 과일과 인류, 정치, 사회, 문화와의 연관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읽는 내내, 지금 우리가 계절과 상관없이 이 맛있는 과일들을 맘껏 먹을 수 있는 것이 정말 행복한 거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수박은 지금은 당연히 여름과일의 대표격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옛날에는 채소로 분류되어 있었는데 조선시대 수박 한통의 가격이 쌀 다섯말과 맞먹을 정도로 너무도 비쌌다고 한다. 그리고 고대의 수박은 단맛도 없고 색깔도 희미한 노란색이었는데, 우리가 아는 지금의 단맛의 수박은 고대 이집트때부터 품종을 개량하면서부터였다.
수박이 미국에서는 인종차별의 상징물이라는 사실은 놀랍고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만 하다.
18세기부터 흑인들이 목마름과 더위를 피하는데 수박을 많이 애용했던 분위기 탓에 수박=흑인노예의 과일 이라는 편견이 생겼고, 남북전쟁과 노예해방 즈음에서는, 흑인들이 수박을 재배, 판매해서 돈을 벌었던 분위기로 인해, 더더욱 수박에 대한 이미지가 고정화되어버렸다.

반면, 참외는 서민들의 여름과일이자 식량으로도 사용되었지만,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뻗어나가는 참외 넝쿨의 특성과 많은 씨는 번창과 다산을 상징하여, 국왕 왕차의 의장을 비롯해서 다양한 상징물로도 사용되었다.
현재 세계적으로 참외의 명맥을 잇고 있는 곳은 한국 참외뿐이어서, 명칭도 아시아 멜론에서 코리아 멜론으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이 맛있는 참외를 왜 세계인들은 몰라주는 것인지 안타깝지만, 일단 나는 실컷 먹을 수 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외국에 살 때, 그 나라에는 참외와 복숭아가 없어서 항상 이 두 과일을 그리워했던 때가 새삼 떠오른다.
한국에서 참외가 인기인 것만큼이나, 유럽에서는 멜론이 큰 사랑을 받고 있는데, 옛날 인물들의 멜론 사랑은 대단했던것 같다.
교황 바오로 2세는 멜론을 입에 달고 살았고, 알렉상드르 뒤마는 공공 도서관에 자신의 작품을 기증하는 대가로, 죽을 때까지 매년 12개씩의 멜론을 받았다고 한다.
이 외에도 파인애플, 배, 감, 딸기와 관련된 다양한 역사 이야기와 코코넛, 복숭아, 토마토, 살구 등의 이름에 담긴 재미난 역사 이야기를 읽으니, 이 책에 등장하는 과일 모두가 지금까지 그냥 맛있었던 과일에서, 역사 속에 한데 어우러진 신기한 존재로까지 여겨지게 되었다
이렇듯 사소하고 보잘것 없게만 생각했던 것들이 의외로 세계의 역사의 판로를 바꿀 정도로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세계사, 역사를 보는 눈이 새로워지고 훨씬 큰 흥미를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너무도 흥미롭게 읽었던 과일로 읽는 세계사, 과일열전이었다.
[ 타인의 사유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