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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를 보는 식물학자 - 식물의 사계에 새겨진 살인의 마지막 순간
마크 스펜서 지음, 김성훈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10월
평점 :
절판

제목부터 호기심을 유발하는 책이다. 예전에 '뼈의 방'을 너무 인상깊게 읽었었는데 이번에는 법의식물학자 이야기이다.
법의식물학자라는 직업이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되었다.
런던자연사박물관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던 저자는, 현재는 프리랜서 법의식물학자로 활약하고 있으며, 이 책은 그가 지난 10년간 식물을 통해 죽음의 순간을 파헤친 기록이다.
법정에서 식물이 증거로 채택된지는 대략 90여년이 넘는다고 하는데,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악명높은 사건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린드버그사건' 을 최초로 꼽고 있다.
책 속에 담긴 여러가지 내용 중 특히, 기억에 남는 내용을 몇 개 꼽자면 다음과 같다.
- 보통 10월에서 3월까지가 가장 바쁜 시기인데, 딱히 그 기간이 범죄가 많이 일어난다고 하기보다는, 그 시기가 나무에 이파리가 달리지 않기 때문에, 시체가 잘 발견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 블랙베리덤불은 식물달력이라고 불릴 정도로 질서정연하게 자라기 때문에, 시체가 얼마나 오래 그 곳에 머물렀는지 파악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 무덤 안에 시체를 유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아이비 줄기는 수사에 큰 도움을 준다고 한다.
보통 묘지에 많이 분포되어 있는 아이비는 땅이나 묘지를 뒤덮는 경우가 많은데, 시체를 묻는 과정에서 무덤석판을 옮길 경우 이 아이비 줄기가 끊어지기 때문이다.
- 꽃가루는 환경만 적합하다면, 땅 속에서도 몇 천년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이 또한 수사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 꽃가루를 이용해 범인을 찾는 경우는 영화나 소설 등에서도 많이 봐왔지만, 이 정도로 긴 시간동안 생명력이 유지될 수 있다는 사실은 놀랍기만 하다.
이처럼, 사람이 죽은 후 동물은 사람의 시체를 먹고, 일부는 자신의 보금자리로 가져가는 등 시체를 훼손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그 반대로 식물은 그 죽음의 순간을 목격하고, 묵묵히 그 증거를 오랜 시간동안 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새삼 식물의 위대함이랄까. 식물에도 생명이 있다는 그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다시한번 깨닫게 된다.
보통 이러한 법의식물학자가 수사과정에 투입된 후, 그 사건의 결과에 대해서는 거의 듣지 못한다고 하는데, 그 부분은 의외다.
저자 말대로, 이들이 식물을 관찰하고 수사한 사건 결과를 안다면, 향후 법의식물학자들의 수사방법에도 발전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다. 정식으로 기관에 소속되지 않은 프리랜서이기 때문일까..아니면 원래 시스템이 그러한 걸까..
이 책에서는 이렇듯 법의식물학자가 다양한 경우에 다양한 식물을 통해 시체를 찾거나, 시체의 정보를 찾는 과정 뿐만 아니라, 그러한 범죄현장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 등이 리얼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러한 사건과 죽음에 관련된 직업은 참 힘들겠다는 생각은 가끔 하는데,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법의식물학자라는 직업도 웬만한 현장 중노동 저리가라 할 정도로 참 고되고 힘든 직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 더퀘스트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