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
유즈키 아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21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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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한 평이 꽤나 좋아서 읽기 전부터 기대되었던 작품이다.

간혹 기대를 너무 많이 한 탓에 기대치에 못미쳤던 책들이 많았는데 이번 책 '버터' 는 나의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는 소설이었다.

600페이지를 읽는 내내 이야기 속에 빠져서, 소설 속 음식에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어 내려갔다.

번역도 매우 깔끔하고 요리의 디테일한 설명부분도 아주 매끄러워서 이 책의 흥미를 가중시킨다.


다만, 책표지에서 언급되고 있는 '남성연쇄살인사건' '결혼사기 피해액 1억엔' '일본을 뒤흔든 실화' 의 사건 이야기나 그 사건을 파헤치고자 하는 내용은 그다지 비중이 크질 않다.

소설의 주인공 또한 살인 용의자보다는 그녀를 취재하는 기자 리카에 좀 더 비중이 가해지고, 심리적 변화, 심리적 묘사가 뛰어난 심리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생각도 든다. 

여기에 더해, 상상만으로도 군침이 절로 도는 다양한 요리의 소개를 읽고 있노라면 한편의 요리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도 든다. 거기에 미스터리 장르가 살짝 혼합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감각적인 고칼로리 미스터리물' 이 문구가 이 책을 소개하는 아주 적절한 표현이다.


모든 취재기자의 면회와 인터뷰를 일체 거부했던 살인용의자 가지이는 유일하게 기자 리카와의 면회는 수락한다. 

그렇게 시작된 둘의 면회는 횟수가 거듭될수록 리카가 가지이와의 대화에 이끌려 버터맛을 알게 되고, 다양한 요리의 세계를 접하게 되면서 내적 외적으로 리카의 삶이 달라진다. 그리고 가지이에 대한 이해도 생기고, 자신의 요리에 그녀를 초대하고픈 마음까지 생긴다.


외모로는 결코 남성들이 끌리지 않을 가지이에게 그토록 많은 남성들이 거액의 돈도 주고, 그녀에게 빠져든 이유는 아마도 가지이가 인간의 심리를 매우 잘 다룰 줄 알기 때문인 것 같다.

맨 처음, 가지이를 만난 그 순간, 리카도 이미 가지이에게 심리적으로 지고 들어간다.

수많은 기자 중 오로지 자신만 선택했다는 점에서 고마운 마음이 들고, 간절히 부탁해서 겨우 만났다는 이유로 주눅이 들고..이러한 연유로 무의식적으로 가지이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니 말이다. 


이 책이 어쩌면 살인사건을 미화시키는 면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꽤 매력적인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실제 범인은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 동안에 이 책을 읽고 리뷰를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고 하는데 대단한 여자임에는 분명하다.

자신의 사건에 대한 이 소설을 읽고 과연 어떤 리뷰를 올렸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 이봄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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