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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다 - 카르멘 라포렛 탄생 100주년 기념판
카르멘 라포렛 지음, 김수진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7월
평점 :
스페인 문학에 대해서는 많이 알지 못하지만, 그렇기에 이 책을 소개하는 문구와 추천사를 보고 더더욱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스페인의 '호밀밭의 파수꾼' 이라 불리는 걸작
- 제 1회 스페인 나달문학상, 파스텐라스상 수상
- 카르멘 라포레 탄생 100주년 기념판
- 20세기 스페인의 가장 매력적인 소설 등등.
20세기 가장 참혹한 내전으로 꼽히는 '스페인 내전' 을 겪은 저자가 23세때에 쓴 첫 작품으로, 저자는 자신의 출생지인 바르셀로나를 이 소설의 배경으로 정하고, 자신의 나이와 비슷한 20대의 여대생을 소설의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읽는 내내 저자의 자전적 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주인공 안드레아는 내전 후의 피폐한 상황 속에서도, 대학생활의 꿈을 안고 바르셀로나에 있는 외가로 오게 된다.
그녀가 상상했던 모습과는 달리, 외가는 찌들듯이 가난하고, 그 곳에 사는 가족들은 하나같이 우울하고 폭력적이고 삶을 포기한 어둠의 그림자를 떠안고 있다.
벗어날래야 벗어날 수 없는 암담한 현실에서 안드레아가 유일하게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것은, 그녀의 유일한 친구인 에나의 존재이다.
안드레아의 환경과는 달리, 에나는 부유하고, 아름다고, 지적이고 품위가 있다.
에나와 그녀의 남자친구와 안드레아 셋이 한때 어울려 다녔던 그 순간이 안드레아에게는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한때 에나와의 관계가 소원해져 외톨이가 된 안드레아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더 마음이 아팠다.
내전 후가 이 소설의 배경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소설을 읽으면서 내전과 관계된 직접적인 요소는 찾아볼 수 없다.
단지, 1940년대의 바르셀로나의 암울한 분위기를 이 소설을 통해서 어느 정도 엿볼 수 있었다.
소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안드레아 외가의 집 안에서 벌어지는, 끊이지 않는 가정폭력과 가족간의 불신, 아들에게만 올인하는 분위기 등 굉장히 어두운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안드레아는 끊임없이 좌절하고 불안해하는 과정에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고, 꿋꿋하게 잘 버티어 준다.
이 정도의 몰입감 있는 내용을 20대에 첫 작품으로 내놓았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고, 6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걸작으로 꼽히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오랜만에 푹 빠져 읽을 수 있었던 소설다운 소설이었다.
[ 문예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