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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의 도시 - 공간의 쓸모와 그 아름다움에 관하여
이규빈 지음 / 샘터사 / 2021년 6월
평점 :
중학교 때 친한 친구는 아버지가 직접 집을 설계하시고 지으셨는데, 그 집에 자주 놀러가면서 친구네 집이 너무 현대식이고 멋스러워서 부러운 맘 한가득이었다. 친구 아버지가 건축과 내지는 건축학과 전공이라고 하셨었는데(정확히 둘 중 무슨 전공이신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 그 때부터 이 전공과 직업이 굉장히 멋지게 느껴졌고,로망이로나 할까. 비록 의심할 여지없이 100% 문과생인 내가 가기에는 너무도 먼 직업이긴 하지만 이런 강한 인상은 지금까지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래서 처음 이 책의 제목을 접했을 때, 내용도 찾아보지 않고 무조건 읽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굉장히 은은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색상의 표지도 이런 내 갈망을 부채질한다.
'건축가의 도시' 이 책은 젊은 건축가가 일본, 중국, 브라질, 미국, 프랑스의 인상 깊은 건축물과 그것이 속한 도시에 대한 이야기이다.
건축가의 눈으로 바라본 건축물들이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어서 꽤나 흥미로웠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많은 건축물과 도시 가운데 가장 인상깊은 부분은 브라질의 세계적인 친환경도시인 '쿠리치바' 이다.
우리나라의 간선급행버스체계라던지, 조금씩 많아지고 있는 '차 없는 거리' 가 다 이곳 쿠리치바를 롤모델로 해서 시행한 정책인데, 이런 개혁을 쿠리치바는 무려 1970년대에 시행했다고 하니, 제이미 레르네르 시장의 탁월한 안목과 추진력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이런 뛰어난 지도자가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너무 부러운 도시이다.
저자도 안타까워 하는 부분 중 하나는, 우리나라의 다양한 공공기관의 외관이 너무도 특이성이 없이 밋밋하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서, 동네에 한 두개씩은 있는 동사무소나 도서관, 복지관 같은 건물들은 예산상의 문제도 물론 있겠지만, 아주 뻔지르르하지 않더라도 주변과 어우러지면서도 독특하고 멋스런 건축물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언뜻 생각하면, 주변에 이미 세워진 건물이나 빌딩이 많은 도시보다, 한적하고 넓은 시골에 집을 짓는 것이 훨씬 수월할 꺼라 생각이 드는데, 인문환경과 자연환경이 미치는 영향의 차이로 인해, 실상은 그 반대라고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건축가라는 직업이 그림만 잘 그려서 되는 것이 아니라, 그림 실력보다는 논리적인 숫자와 계산에 의한 완벽한 도면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수학을 정말 잘해야 한다는 사실과, 그러나 결코 집이나 건물만 달랑 잘 짓는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주변환경과도 잘 어우러져야 하기 때문에 그런 면에 있어서는 예술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본다. 그러고 보면 건축가라는 직업은 다양한 자질을 타고나야 하는 꽤나 어렵고 전문적인 듯 싶다.
이 책의 저자는 직업에 대한 열정이 굉장이 남다르고 그런 점이 참 보기 좋다.
작업의 한 단계로 방문한 도시의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휴가 때에도 그냥 쉬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시간과 돈을 들여 외국의 건축물을 관람함으로써, 자신의 직업과 연관된 건축에 대한 공부와 연구를 끊임없이 하는 모습이 참 존경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