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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부패에서 구하소서
쯔진천 지음, 박소정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6월
평점 :
' 중국의 히가시노 게이고' 라 불리우는 쯔진천 작품은 '무증거 범죄'에 이어 두번째로 만나본다.
사실 내가 이 작가를 알게 된 건 겨우 한달 밖에 안되지만, 무증거 범죄를 꽤나 재미있게 읽었기에, 이번 신간도 은근히 기대가 된다.
그런데, 띠지에 씌여 있는 '슬랩스틱 스릴러' 가 무엇일까..하고 찾아보니, '슬랩스틱' 이라는 것이 신체적 개그를 통하여 웃음을 끌어내는 코미디 장르라고 한다.
무성영화가 유행하던 때, 찰리 채플린이 보여주었던 희극이 슬랩스틱 코미디의 대표격이라고 하는데, 이번 작품의 대략적인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오호~이번엔 부담없이 읽을 수 있겠네.. 싶었는데 웬걸..등장인물의 수가 대단하다. 게다가 다 비슷비슷하게 느껴지는 중국이름이라, 가뜩이나 등장인물 이름을 외우는데 약한 나한테는, 500,600 페이지에 달하는 묵직한 스릴러 읽는 것보다 더 공을 들여 읽을 수 밖에 없었다.
맨 앞 페이지의 등장인물 소개가 얼마나 고맙던지..(그리고 읽는 내내 얼마나 많이 이 앞 페이지를 들여다봤던지..)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제대로 된 인물이 하나도 없다. 하나같이 진중한 맛도 없고 뭔가 2% 부족한 느낌이다.
2인조 강도단도, 경찰도, 조폭출신 의형제도, 부패기업 회장도, 호텔 사장도, 성 공안청 공무원도, 싼장커우시 공무원도 모두모두 !!!!
책을 읽기 전에는 2인조 강도단인 팡차오와 류즈가 주인공인듯 싶었는데, 실상은 장이앙이라는 경찰을 중심으로 그의 주변에서 모든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엄청난 중죄와 끔찍한 사건들이 벌어지는데 그런 상황들을 등장인물들의 컨셉 만큼이나 매우 코믹하게 다루고 있다.
전체적인 큰 그림을 그리고 나서, 이 많은 인물들과 각각 벌어지는 개별의 사건들을 조금씩 연결시켜 나가는 과정을 보면서 작가가 정말 머리가 좋다는 생각도 든다.
읽는 동안에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도 많고, 인물들의 가벼운 행동들이 유치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막상 책을 덮고 나니 한편의 영화를 본 듯한 기분이랄까. 은근 매력이 느껴진다.
그러고 보니, 무증거 범죄의 '옮긴이의 말' 맨 마지막에, 쯔진천은 앞으로 이전과 스타일이 다른 코믹 추리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는데, 바로 이번 작품이 시작인가 싶다.
개인적으로는, 쯔진천의 이 작품을 맨 처음 읽고, 분위기 있는 정통 추리소설인 무증거 범죄나 그 외 작품들을 읽었다면 훨씬 더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 한스미디어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