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보는 비밀 미술관

처음 보는 비밀 미술관 - 모든 그림에는 시크릿 코드가 있다
데브라 N. 맨커프 지음, 안희정 옮김 / 윌북 / 2021년 6월

지금까지 꽤 다양한 스타일의 미술관련책을 많이 읽어왔는데, 이번에 윌북 출판사에서 출간된 '처음 보는 비밀 미술관' 을 만나보고는 깜짝 놀랐다.

일단 굉장히 고급스러운 양장본에(개인적으로는 속표지가 훨씬 더 예쁘지만, 제목에 어울리게끔 비밀스러움을 간직한 겉표지도 좋아 좋아!!)

내용면에서는 지금까지 만나보지 못한 깊이가 있고, 각 챕터의 소재 또한 흥미롭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그림들은 이미 알고 있는 작품도 있고,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작품들도 있는데, 그림들이 시원시원하게 구성되어 있고 뒷장에는 각 그림들을 세부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캔버스의 내음 비슷한 것을 느낄 수 있어서 무척이나 좋았다.

총 8장의 챕터 가운데, 내가 가장 흥미롭게 읽은 것은 1장과 2장, 5장이다.

완성작으로 현대에 소개되는 각 그림들을 획기적인 과학기술과 미술사 연구로, 완성되기 이전에 어떤 스케치로 시작이 되었으며, 화가가 어떤 부분을 수정하고 삭제했는지 등등을 알 수 있다. 

적외선빛을 수백개의 띠로 쪼개는 초분광 카메라로 그림 표면의 내부를 분석하거나, 픽셀 단위로 분석하는 방법 등으로, 대중에게 공개된 작품에는 수정되어져서 없어져버린 부분이 보여지면서 그림의 분위기가 전혀 다르게 느껴지기도 하고, 어떤 심경으로 이 부분을 없앤걸까 하고 궁금하기도 하다.

이렇듯 과학기술이 미술사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서 새삼 놀랍기도 하고, 여기에 한 몫 하는 미술사 연구분야를 보면서, 미술사를 연구하는 직업이 이토록 광범위하게 힘을 발휘하는구나 하고 이 직업이 새롭게 보이기도 하다.

과거의 화가들은 자신밖에 모를꺼라고 생각했던 수정 전의 작업단계가, 이렇듯 후대에 엄청난 과학적 기술로 분석되어지고, 초기 스케치 단계에서부터 완성전까지의 단계가 밝혀지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또한, 검열을 통해 작품이 수정되는 경우도 있다.

남성의 성기를 절대 드러내서는 안되는 시대에는 이미 완성된 작품에서 중요 부위를 잎사귀나 천으로 가려서 다시 공개하기도 하는 등 , 화가의 처음 작품에서 어떤 부분이 수정되었는지 작품을 비교하면서 보는 것도 재미있다.

 

그 외에도,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작품들, 드레스 코드를 소재로 한 작품들 등 기존 미술관련 서적에서 다루지 않았던 독특한 내용을 소재로 한 덕분에, 다른 책을 통해 몇 번이고 다뤄졌던 작품들일지라도 진부하지 않고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미 알고 있었던 작품들 속에 이렇듯 비밀 아닌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롭고, 다른 작품들에 대해서도 이러한 시크릿 코드를 알고픈 욕심도 생긴다. 처음 보는 비밀미술관 2편을 기대해봐도 좋을까..

책과 함께 받은 굿즈도 매우 실용적이고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