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고 아리고 여려서
스미노 요루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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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췌장을 먹고싶어>의 작가가 낸 신간이다.

맘에 드는 작가는 대체로 다음 작품도 맘에 들 확률이 높다.

망설임없이 구매했는데 책을 받고보니  표지가 너무나 맘에 든다.

표지만으로도 30%이상 책값을 하고도 남는 느낌이다.

책의 내용은 두 가지 시점을 두고 왔다갔다하며 진행된다.

우리의 주인공 다바타 가에데는 대학 4학년으로 취준생이다. 면접과 학업을 병행하는 그는 학교에서 요란한 활동을 벌리고 있는 모아이라는 동아리가 맘에 안든다. 하지마 타인과 거리를 두고 사는 것이 인생 모토인 그는 그냥 그뿐이라는 태도였다.하지만 마찬가지로 모아이의 활동을 맘에 들어하지 않는 절친의 이야기를 듣고 그의 도움으로 모아이라는 동아리에게 타격을 주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왜?

시점이 다른 다바타 가에데는 대학 1학년 신입생이다. 철저히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그는 순진무구한 이상론자 아키요시 히사노를  수업에서 만나면서 생각하던 것과 다른 대학생활을 하게 된다. 히사노의 주동으로 어영부영 휘말려들어간 가에데는 그녀의 이상론에 맞는 '모아이'라는 동아리를 만드는 일에 가담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 4학년 가에데가 타격을 주려던 동아리는 바로 그가 만든 동아리였던 것이다. 그래서 물을 수 밖에 없다.그러니까 왜?

가에데는 히사노에게 "꼭 그래야만 했니"하고 묻는듯하다.

하지만 나는 가에데에게 같은 것을 묻고 싶은 생각이 든다.

 

책을 펼치면서 오래 전 대학시절로 돌아가는 기분좋은 설렘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만든 동아리가 점점 커지면서 서서히 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던 아쉬움. 충분히 알고 있다. 나도 그랬으니까 . 선배의 꼬임(?)에 넘어가 어영부영 회계를 맡으며 동아리방도 간산히 확보했던 그 시절. 그 옛날의 공기를 훅 들어마시는 느낌을 받고 나니 사실 소설의  내용은 어떻게 되어도 좋다는 심정이었다.

하지만 굳이 이 책에서 아쉬웠던 점을 꼽는다면 두 주인공이 같은 성별이었으면 더 공감가지 않았을까 하는 점. 물론 그 둘의 감정이 단순히 우정일까? 썸일까 ?동료애일까? 애정일까?  이런 억축과 짐작을 책을 읽으면서 계속 가지게 하는 점이 스토리 전개에 더 도움이 되겠지만 순전히 나만의 생각은 그렇다. 같은 성별이라면 가에데와 히사노가 가졌던 감정이 더 순수하게 다가 올 것 같아서 이다.영화도 나올 계획이란다. 영화는 어떻게 보여줄지 기대반 걱정반이다. 러브라인 몰입형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책을 읽는 불과 몇 시간이 지난 후 오랜만에 기분 좋은 꿈을 꾸고 깨어난 느낌이었다. 이 책을 읽고난 내 마음이 그렇다.

돌처럼 나무처럼 딱딱해진 마음이 제목처럼 '어리고 아리고 여려지는 힐링의 시간이었다고나 할까

#어리고아리고여려서 #너의췌장을먹고싶어작가 #스미노요루 #소미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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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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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알고 있는 증인이 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을 아무도 믿지 않는다.

아이도 아니고 청각장애, 시각장애도 아니다. 언어장벽도 없지만

그년는 신뢰성 제로의 증인이다. 그래서 그녀는 위험하기도 하고 위험하지 않기도 하다.

이 책의 묘미는 그녀가 위험한가 위험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누가 위험한가 하는 데에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는 작가의 능수능란한 재주에 달려있다.

표지의 그림은 참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그림은 하얀색의 펜싱트로피가 아닐까?

처음부터 연쇄살인범이 누구인지 알려주면서 시작하는 작품이다.

우리는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시작하지만 그렇다고 김빠진 내용은 아니다.

오히려 더 빠져든다.

미스테리 소설 좋아하는데 피터 스완슨의 책은 처음이다.

그럴만도 한것이 그의 극내소개 작품은 겨우 3개 .이번이 네번째이다.

그 3편의 작품으로 길리언 플린,퍼트리샤 하이스미스에 비견되는 거장으로 자리잡았다. 작품 하나 하나의 존재감이 그만큼 크다는 말이겠다.

 

 

살인자와 증인

이 작품에서 그들은 매슈와 헨(헨리에타)이다.

괴물같은 아버지와 그 괴물의 희생양이었던 어머니 사이에서 자라난 살인마 매슈의 마음 속 심연을 옆집에 사는 헨을 통해 들여다본다. 이웃집 살인마 는 흔한 소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뻔하게 생각할 겨를이 없다.

범인을 알려주고 이웃집 살인마라는 흔한 소재를 쓰다니 작가의 자신감이 굉장하거나 매너리즘으로 글을 쓰거나 둘 중 하나다. 이 작품의 경우는 작가의 자신감 쪽이다.

 

둘이 처음 마주치는 것은 동네 파티. 헨과 로이드 부부는 그곳에서 그들의 옆집에 사는 매슈과 미라 부부를 만나게 된다. 똑같은 구조의 옆집에 사는 인연으로 매슈와 미라는 헨 부부를 저녁식사에 초대해 집 안 곳곳을 구경시켜준다.

매슈의 서재를 구경하던 헨은 벽난로 위에 놓인 펜싱 트로피를 보는 순간 놀라 쓰러질 것 같은 상태가 된다. 그녀는 그 트로피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유소년 체전 3위의 그 트로피는 바로 그녀의 동네 이웃이던 더스틴밀러의 살인사건에서 없어진 물건이었다.

헨은 평범한 사립학교 역사 선생님이라는 가면을 걸친 매슈가 사실은 살인자라는 걸 바로 간파한다. 하지만 매슈도 헨이 알아챘다는 사실을 안다. 하지만 헨의 과거 병력과 사건으로 아무도 그녀의 증언을 믿지 않는다. 경찰도 남편도.

아마도 이 책의 제목을 설명하는 제일 중요한 부분이 인용된 듯한 책의 뒷면이다.

 

헨의 증언을 아무도 믿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매슈는 오직 헨에게만 사실을 고백할 수 있게 된다. 둘은 이렇게 비밀을 나누는 기묘한 살인자와 증인의 관계가 된다. 매슈는 자신은 "죽어 마땅한 남자"만 죽인다고 헨에게 이해받기를 원한다

 "그들은 세상에 불행을 퍼뜨렸을 겁니다. 다른 사람의 삶을 불행하게 만들었을 거예요. 그런 자들을 세상에서 삭제하는 건 곧 세상에 행복을 더하는 겁니다."

헨은 회의적인 표정이었고, 매슈는 이제야 입이 풀려서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도 잠시 침목을 지키기로 했다. 헨도 말이 없었다. 그래서 매슈가 입을 열었다. "최소한 내가 옳을지도 모른다고 인정할 수는 없나요?"

"그들을 죽인 당신 행동이 옳을지도 모른다고요?아뇨.그건 인정 못 해요. 당신에게는 그런 결정을 내릴 자격이 없어요. 당신이 할 일이 아니라고요

262 페이지

 

미스테리 소설에서 초반에 범인을 알려주고서 팽팽한 긴장감을 이어가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피터 스완슨에게는 별 문제가 아닌듯 하다. 알고서도 다음이 궁금해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결국 새벽에 끝을 보고서야 멈출 수 있었다. 점점 클라이맥스를 향해가는 작가의 영리한 전개에 기대할만한 반전도 기다리고 있다.

책을 덮고서 다음 읽을 책을 구하기 위해 인터넷 서점을 뒤졌다. 피터 스완슨이 가진 힘이다.

사족...

 

 

요즘 소설에는 속마음이나 과거를 다른 글씨체로 표현해서 이해를 돕는 경우가 많이 눈에 보인다. 개인적으로 맘에 든다.

#피터스완슨 #푸른숲 #그녀는증인의얼굴을하고잇었다 #미스테리 #영미스릴러 #심리스릴러 #컬쳐블룸 #컬쳐블룸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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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샤를로테 링크 지음, 강명순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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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작가의 작품이라 수사가 무슨 독일어인가 생각했다.

아니었다. 수사반장은 그 수사.

요즘 흔치 않은 심플하고 정직한 제목이다.

3천만부 이상을 팔아치우는 독일 스릴러의 여왕 샤를로테 링크의 신작소설이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독일 작가인 그녀는 영국을 무대로 하는 작품을 많이 썼는데 당연히 주인공이 영국인이다.

비공식적인 수사에 나서는 케이트 린빌과 공식적으로 수사에 나서는 케일럽 헤일 반장은 이번 작품으로 처음 만나는 콤비는 아니다.

작품은 영국의 스카보로가 주요 배경이다. 스카보로에서 열네 살짜리 소녀들이 실종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 기차역에서 사라진 한나의 실종된 후 종적이 묘연하다. 그 이후 3년만에 실종되었던 사스키아가 시체로 발견되던날 ,또다른 소녀 아멜리가 마트 주차장에서 사라진다. 엄마가 잠시 장을 보러 간 사이 주차장에 세워둔 차 안에서 기다리다 사라진 아멜리는 가출?납치? 사스키아와 별개의 사건일까 동일범이 저지른 사건일까. 공통점은 열네 살 여자아이라는 것.

언론에서는 연쇄납치범에게 '고원지대 살인마'라는 말을 붙여주면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지만 정작 경찰은 변변한 단서를 찾지 못해 괴롭다. 여기까지는 어느 나라든 다르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 지경

피해자 가족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언론의 행태나 실적에 목매는 경찰조직이나

 

 

개인적은 이유로 고향에 내려온 런던 경찰국 (스코틀랜드 야드라는 별칭으로 추리팬들에게는 너무 익숙한)의 케이트 린빌은 관할이 아니라는 이유로 방관자가 되고 싶었지만 아멜리 부모가 운영하는 팬션의 숙박객이라는 인연으로 비공식적인 수사를 시작하게 된다.

 

두께가 상당한 책이지만 술술 읽힌다.

샤를로테 링크의 소설은 인간심리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로 작중인물들의 감정변화를 섬세하게 포착해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책을 읽으며 실감할 수 있다. 다양하고 개성 있는 그리고 현실감 있는 캐릭터,짜임새 있는 구성, 세밀한 심리묘사, 팽팽한 긴장감이 살아있는 흡인력 있는 내용전개. 스릴러 여왕 샤를로테 링크 소설의 모든 장점을 잘 보여주는 책이었다.

연쇄살인범은 너무나 의외의 인물이라 왜 그녀들이 살인범을  따라갔는지 결론을 보고서야 납득이 갔다.

사스키아는 겁에 질려 벌벌 떨면서도 비명을 지르거나 내 정강이를 걷어차지는 않는다. 에의범절이 몸에 배어 있다. 평소 사람들을 대할 때는 예의바른 태도를 취하는 게 바람직하겠지만 위기에 처했을 때는 오히려 독이 된다. 아마도 사스키아는 부모로부터 결코 낯선 사람의 차에 타서는 안 된다는 말을 수없이 들어며 자랐을 것이다. 낯선 사람이 눈앞에 있고, 상대와의 거리가 불과 30센티미터밖에 떨어져 잇지 않고, 어느 모로 보나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음에도 아이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지 못한다.

40페이지

사건의 피해자인 열네 살 소녀들. 열네 살이면 한국으로 치면 중2병의 소유자들이다.

사건 해결에 큰 도움이 되는 문제가정의 반항아 맨디나 안정적 중류가정에서 자라나지만 골치아픈 말썽장이 아멜리나 모두 부모의 마음으로 보기에는 감당하기 힘든 사춘기 소녀들이다.

당신은 딸이 걱정도 안 되나 봐요?"

"대체 내가 뭘 어쩌라고요?맨디는 제 발로 걸어 나갔어요. 우리 집 현관문은 항상 열려있으니까 원한다면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어요."

캐롤이 생각하기에 맨디는 집으로 돌아오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할 것 같았다.

"사스키아 모리스라는 아이가 납치됐다가 피살됐어요.아멜리 골즈비는 납치됐다가 겨우 도망쳤고요.납치범이 어딘가에서 계속 활보하고 있는데 어쩜 이미 무심하죠?"

"맨디는 영악한 아이라서 절대로 납치범을 따라가지 않아요."

186 페이지

 

 

물론 그녀들보다 더 감당안되는 이기적이고 속물인 인물도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캐릭터가 살아있는 작품을 좋아하는데 이 작품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짜임새 있는 구성을 그 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이곳도 만족이다.

케이트 형사와 케일럽 반장 콤비가 나오는 다음 소설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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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사이드 클럽 스토리콜렉터 83
레이철 헹 지음, 김은영 옮김 / 북로드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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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에 보이는 글이 꽤나 도전적이다.

 

내겐 영원한 삶을 포기할 권리가 있다.

책표지의 띠지

 

 

꽤나 도전적인 문구이다.

영생은 오랜동안 인류의 숙원이자 다른 한쪽에서는 저주였다.

서양에서는 마시기만 하면 늙지도 죽지도 않는 생명의 샘을 찾고

진시황은 장수를 위해 못갈 곳도 못 먹을 것도 없었다.

하지만 영생을 누리지만 인간의 피를 먹는 드라큘라는 상상속의 저주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의학의 발달과 인구감소를 둘러싼 디스토피아를 보여준다.

무대는 미래세계 뉴욕이다.

평균 수명 300세에 이른 근미래이다.

수명유지를 위해서는 고가의 시술을 계속해야 하며

먹고 마시고 즐기는 모든 면에서 금욕적인 삶을 가져야 한다.

제1의 물결, 과거 세대는 150세, 제2의 물결, 현재 세대는 300세, 하지만 곧 닥쳐올 제 3의 물결에는 영생의 삶이 시작될 것이다.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라이퍼들은 정부의 영생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그들은 가능한 한 오래 젊음과 아름다움을 유지하며 영원한 삶을 살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수명 연장이나 영생이 삶을 위해서는 대가가 따른다. 게다가 모두에게 300년의 젊고 건강한 장수가 약속된 것도 아니다.

소수의 라이퍼에 비해 비라이퍼들은 도시의 외곽에 거주하여 상대적으로 척박한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주인공 레아 기리노는 100세 생일을 맞은 라이퍼이다. 그녀는 완벽한 유전자를 지니고 태어난 성공한 커리어우먼이다. 금융사에서 일하며 파격적인 승진을 앞두었으며 수영장을 갖춘 뉴욕 중심가 고급아파트에서 완벽한 연인과 살고 있다. 하지만 100세 생일을 며칠 뒤 아버지를 발견하고 그 뒤를 쫓다가 가벼운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인생이 꼬이기 시작하다. 아버지는 무려 88년전에 실종되었던 인물이다. 교통사고를 자살시도로 간주한 정부는 그녀를 감시자 명단에 올리고 감시하기 시작한다

 

엄마 유주는 142살을 살았다. 지금의 레아보다 42살이 많았다. 제 2의 물결이 시작될 때 60대였던 사람치고는 무척 장수한 편이다. 하지만 레아에게 142살은 실패나 다름없었다. 지금은 300살을 넘겨야 했다.관리를 소홀히 하면 안돼.너에게 다 주었어. 네 오빠가 가질 수 없는 것까지 전부 다.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통증이 느껴졌다

20 페이지

갑자기 가슴이 아팠다. 가슴 한가운데가 답답했다. 한 마디 작별인사도 없이 사라진 지 88년이 지났다. 그런 아빠가 다시 나타났다. 도로 반대편에 버젓이.

 그냥 둬.22살 레아에게 엄마는 말했다. 가게 둬. 그게 맞아. 네 아빠는 이미 결정했어. 이제 네 인생에 아빠는 없는 거야.

 

23페이지

 

 

 

 

또 한명의 주인공 안야 닐손은 바이올린 연주자가 꿈 이다.

유명 오페라 가수의 딸로 어머니와 함께 꿈을 이루기 위해 스웨덴에서 미국으로 건너왔다. 하지만 줄리아드 합격통지를 받던 날, 수명연장 치료에 몰입하던 어머니가 쓰러지면 꿈을 포기하게 된다. 어머니의 병세는 날로 악화되고 거동을 하지 못하는 어머니의 곁을 지키며 식당에서 일하며 생계를 이러나간다.

안냐의 어머니 윌마 닐손은 유명 오페라 가수로 미국으로 건너올 당시에 유전자 검사를 통해 라이퍼로 분류되었지만 수명연장 치료에 빠져들면서 모든 재산을 탕진하고 교체된 장기의 부작용으로 병상에 누워 식물인간과 같은 삶을 이어가고 있다.

안야는 아파트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합격 소식을 전하고 싶은 마음에 엄마가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눈치 못 챘다. 자신이 해냈다고,줄리아드에 합격했다고 말하기 위해 엄마를 찾던 그 순간이 떠올랐다.

안야는 바닥에 쓰러진 엄마를 발견했다. 엄마는 옷을 차려입고 화장을 한 상태였다. 귀걸이 한쪽이 사라진 것만 빼면 완벽했다. 그날 엄마는 자리에 누웠다. 힘 빠진 근육은 더 이상 엄마를 지탱해주지 못했다. 덕분에 안야는 줄리아드 합격 통지서를 밖에 내놓지 못했다.

 81~ 82페이지

 

먼저 유전자가 우수해야 한다. 그래야 선택받은 라이퍼가 될 수 있다.

다음으로 수명연장을 위해서는 피도 장기도 피부도 바꿀 수 있는 재력이 필요하다.

선택받은 라이퍼지만 내 목숨을 함부로 버릴 수 없다.

요즘 식으로 이야기하자면 안락사를 선택할 수 없는 것이다.

라이퍼가 아닌데 장수한 아버지를 둔 레아

라이퍼지만 더이상 살아있다고 할 수 없는 어머니를 둔 안야

인구감소로 자살은 절대 용납될 수 없는 행위라 수이사이드 클럽은 곧 반사회적 반정부적 활동을 의미한다.

이 클럽의 일원이 된 두 주인공이 부모를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하는지 읽어나가는 재미가 있었다.

무거운 주제와는 달리 쉽게 읽히는 전개를 보여준다.

대단한 철학으로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삶에 적응하려는 두 주인공의 간절한 행동을 통해 주제를 보여주기 때문인듯하다.

다만 두 주인공이 급격히 공감하고 가까워지는 전개가 좀 설득력이 떨어지는 듯하고

<델마와 루이스>를 연상시키는 결말은 이것이 최선이었나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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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아들
이문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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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 생각보다 대단하고 장황한 수식어갸 많이 붙어있다.

좋아했던 작품이다.

꽤나 오래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서문을 더듬으니 내가 읽었던 것은 25주년 판이었던 것 같다.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다.표지를 장식한 루오 특유의 선굵은 예수 그림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1980~90년대의 이문열은 안 읽을 수는 있어도 모를 수는 없는 작가였다.

물론 그 후에도 오래동안 그는 나왔다 하면 주목받는 작가였다.

한창 독서를 열심히 하던 시절에는 한달 건너 한달 그의 작품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20대에게 물으니 이문열을 잘 모른다고 한다.

하긴 내가 물어본 상대가 독서와 인연이 먼 쪽이라 대상이 틀렸다.

누구를 아는가 물으니 유명한 웹툰 작가를 댄다. 물어볼 상대를 잘못 고른 것이 확실하다

 

이 책이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줄은 알았다.

하지만 300만부나 팔린 초 베스트셀러 인줄은 몰랐다. 무엇보다 그의 다른 작품보다 쉽게 읽히지 않는 작품이다. 자신의 종교가 무엇이건 신과 인간과 종교에 대한 주제에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거나 관심이 있다는 방증일거라 본다.

작가의 말마따나 신은 인간의 영원한 주제 중 하나이다.

더 이상 열정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해도 공개적으로 토론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다.

 

사실 이 작품의 후기에 더 맞는 제목은 '왜 요섭을 죽였나'가 될 것이다. 너무 대놓고 결론이라 살짝 피해서 '누가 요섭을 죽였나'로 정했다.

대구 동부서의 남경사는 변두리 지역에서 발견된 사체를 조사한다. 다행히 제보에 따라 근처 기도원에서 있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신원미상의 30대 남자의 이름은 민요섭. 한때 신학교에서 우수한 학생이었지만 결국은 퇴학을 당한 알 수 없는 인물. 그의 신학교 동기였다는 전도사는 기도원에서 머문 짧은 기간을 제외한 그의 행적을 전혀 알지 못한다. 남경사는 수사를 위해 그가 남긴 글을 읽으며 그를 죽인 범인을 추적해 나간다.

여기서 작품은 남경사의 수사과정과 요섭이 남긴 글을 액자소설로 배치한다. 남경사가 추적해나가는 요섭과 그가 탐구했던 인물 아하스 페르츠는 다른 시대를 살았지만 너무나 닮은 인생역정을 보여주고 있다.

'사람의 아들'을 듣고 기독교 신자는 예수를 떠올리고, 불교 신자는 붓다를 떠올린단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 민요섭은 진정한 사람의 아들은 예수가 아닌 아하스 페르츠야 말로 진정한 사람의 아들이라 믿고 그의 인생과 종교를 탐구하고 닮고자 노력한다

어리석은 믿음입니다. 만약 우리의 신이 그토록 자비롭고 사랑에 넘친 분이었다면 애초에 그런 애매한 자유를 우리에게 주지 않아야 했습니다. 그랬다면 아담은 감히 선악과를 따지 않았을 것이고, 우리는 원죄의 굴레를 쓰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또 자유가 꼭 주어져야 했다면, 금지규범을 만들지 않아야 했지요. 그랬다면 아담이 선악과를 땄더라도 죄가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우리의 야훼 하나님께서는 그 두 개의 무거운 짐을 우리의 나약한 의지 위에 얹어놓고, 선택의 책임을 우리에게 물으려 합니다.  110페이지

신학교의 요섭이 학교측과 대립의 각을 세우고 결국 학교를 그만두었듯이 누구보다 교리를 잘 배우던 아하스 페르츠도 신관이었던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리고 집을 나와서 이교도의 땅을 방황한다. 교회의 부조리를 지적하며 목사와 반목하고 장로의 아내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으며 교회를 떠난 요섭은 부산에서 그의 추종자를 만난다. 하숙집 주인의 외동아들이자 조숙한 고등학생 조동팔이다. 민요섭은 맹목적 추종을 하는 조동팔이 부담스럽지만 조동팔은 요섭과 행적을 같이 한다. 하지만 죽기 한 달전 요섭은 자신이 떠났던 종교로 다시 찾아왔고 그 곁에는 조동팔이 없었다. 그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교회 계통이 아니던가요?"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나중에 자세히 보니 전혀 달라 보였어요. 지금 기억나는 것으로도 그들이 자주 말하던 것 가운데 이런 게 있었거든요. '너희는 나를 위해 경배하지 말라.나를 위해 제단을 쌓지 말며,나를 위해 의식과 예물을 바치느라 너희 귀장한 재물과 노력을 허비하지 말라. 먼저 스스로를 구하라.''너희는 이웃을 사랑하라. 내가 기뻐해서가 아니라 그러함으로써 네 이웃도 너를 사랑할 것이기 때문이다.' '너희는 지나치게 많이 가짐을 구하지 말라.많이 가짐이 악이어서가 아니라, 그러함으로써 네 이웃이 가난해지는 게 악이기 때문이다.'하도 인상적이어서 아직까지도 기억하게된 구절들인데, 비슷하지만 교회 계통은 아니었어요.

  227페이지

우리도 그것을 알고 있다."

........................

"그렇다면 알면서도 민중들을 속였단 말씀입니까? 이 성스럽고 장엄한 축제가 사실은 커다란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단 말씀이십니까?"

"아니다. 저들도 알고 있다."

"저들도 알고 있다고요?"

앞서와 조금도 다름없는 태도로 하는 대답에 아하스 페르츠가 더욱 놀라 물었다. 그가 잠깐 아하스 페르츠를 가만히 살펴보더니 특별히 무엇을 털어놓는다는 표정도 짓자 않고 담담히 말했다.

"그렇다.오히려 우리에게 속여주기를 바라는 것은 바로 그들이었다. 축복히면서도 재앙이기도 한 나일의 범람은 예로부터 여러 가지로 설명되어왔다. 아주 옛날에는 누우나 아피의 권능에 위해서였으며, 한때는 세라피스의 축복이었다. 지금은 이시스의 눈물로 보고 있지만,또 어떤 사람들은 넵티스와 오시리스의 밀통에서 흐른 정수 때문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아득한 상류 첫째 폭포 위의 우기를 알지 못했던 시절에도 그러한 설명을 참으로 믿었던 사람은 드물었을 것이다.다만 그렇게 믿고 싶었을 뿐이다. 생각해보아라. 세상이 무자비하고 종잡을 수 없는 자연의 폭력에 맡겨져 있다고 믿는 것보다는 제사로 그 노여움을 달래 수 있고 찬미와 기구로 축복을 빌 수도 있는 신의 질서에 의해 다스려진다고 믿는 쪽이 저들에게 얼마나 더 큰 위로와 희망을 줄 것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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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인용구가 요섭의 행적이라면 뒤의 인용구는 아하스 페르츠의 행적이다.

 

아하스 페르츠의 행적에는 무수히 많은 중동의 신들이 나온다. 이제는 이슬람이라는 종교로 통일된 중동에는 이렇게나 많은 종교와 신들이 인간의 숭배를 받다가 잊혀지고 배척되어 졌다.

책을 읽는 독자를 위해 추리적 요소를 살짝 도입해서 쉽게 접근하게 (작가가 서문에 밝힌 것처럼)당의를 씌웠지만 종교라는 주제는 쉽지가 않다.

종교를 믿으면서 아니면 믿기 전에 또는 종교를 버리면서 우리는 무수한 질문과 변명과 대답을 주고 받는다.

이 책의 곳곳에서 스스로에게 또는 다른 누군가에게 내가 던져보았던 질문들 아니면 누군가 나에게 했던 질문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질문하고 대답하지만 의문이 풀리지는 않는다.

신은 우리의 영원한 주제라고 했던가?

신은 우리의 영원한 숙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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