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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사이드 클럽 ㅣ 스토리콜렉터 83
레이철 헹 지음, 김은영 옮김 / 북로드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책표지에 보이는 글이 꽤나 도전적이다.

내겐 영원한 삶을 포기할 권리가 있다.
꽤나 도전적인 문구이다.
영생은 오랜동안 인류의 숙원이자 다른 한쪽에서는 저주였다.
서양에서는 마시기만 하면 늙지도 죽지도 않는 생명의 샘을 찾고
진시황은 장수를 위해 못갈 곳도 못 먹을 것도 없었다.
하지만 영생을 누리지만 인간의 피를 먹는 드라큘라는 상상속의 저주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의학의 발달과 인구감소를 둘러싼 디스토피아를 보여준다.
무대는 미래세계 뉴욕이다.
평균 수명 300세에 이른 근미래이다.
수명유지를 위해서는 고가의 시술을 계속해야 하며
먹고 마시고 즐기는 모든 면에서 금욕적인 삶을 가져야 한다.
제1의 물결, 과거 세대는 150세, 제2의 물결, 현재 세대는 300세, 하지만 곧 닥쳐올 제 3의 물결에는 영생의 삶이 시작될 것이다.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라이퍼들은 정부의 영생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그들은 가능한 한 오래 젊음과 아름다움을 유지하며 영원한 삶을 살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수명 연장이나 영생이 삶을 위해서는 대가가 따른다. 게다가 모두에게 300년의 젊고 건강한 장수가 약속된 것도 아니다.
소수의 라이퍼에 비해 비라이퍼들은 도시의 외곽에 거주하여 상대적으로 척박한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주인공 레아 기리노는 100세 생일을 맞은 라이퍼이다. 그녀는 완벽한 유전자를 지니고 태어난 성공한 커리어우먼이다. 금융사에서 일하며 파격적인 승진을 앞두었으며 수영장을 갖춘 뉴욕 중심가 고급아파트에서 완벽한 연인과 살고 있다. 하지만 100세 생일을 며칠 뒤 아버지를 발견하고 그 뒤를 쫓다가 가벼운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인생이 꼬이기 시작하다. 아버지는 무려 88년전에 실종되었던 인물이다. 교통사고를 자살시도로 간주한 정부는 그녀를 감시자 명단에 올리고 감시하기 시작한다
엄마 유주는 142살을 살았다. 지금의 레아보다 42살이 많았다. 제 2의 물결이 시작될 때 60대였던 사람치고는 무척 장수한 편이다. 하지만 레아에게 142살은 실패나 다름없었다. 지금은 300살을 넘겨야 했다.관리를 소홀히 하면 안돼.너에게 다 주었어. 네 오빠가 가질 수 없는 것까지 전부 다.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통증이 느껴졌다
20 페이지
갑자기 가슴이 아팠다. 가슴 한가운데가 답답했다. 한 마디 작별인사도 없이 사라진 지 88년이 지났다. 그런 아빠가 다시 나타났다. 도로 반대편에 버젓이.
그냥 둬.22살 레아에게 엄마는 말했다. 가게 둬. 그게 맞아. 네 아빠는 이미 결정했어. 이제 네 인생에 아빠는 없는 거야.
또 한명의 주인공 안야 닐손은 바이올린 연주자가 꿈 이다.
유명 오페라 가수의 딸로 어머니와 함께 꿈을 이루기 위해 스웨덴에서 미국으로 건너왔다. 하지만 줄리아드 합격통지를 받던 날, 수명연장 치료에 몰입하던 어머니가 쓰러지면 꿈을 포기하게 된다. 어머니의 병세는 날로 악화되고 거동을 하지 못하는 어머니의 곁을 지키며 식당에서 일하며 생계를 이러나간다.
안냐의 어머니 윌마 닐손은 유명 오페라 가수로 미국으로 건너올 당시에 유전자 검사를 통해 라이퍼로 분류되었지만 수명연장 치료에 빠져들면서 모든 재산을 탕진하고 교체된 장기의 부작용으로 병상에 누워 식물인간과 같은 삶을 이어가고 있다.
안야는 아파트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합격 소식을 전하고 싶은 마음에 엄마가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눈치 못 챘다. 자신이 해냈다고,줄리아드에 합격했다고 말하기 위해 엄마를 찾던 그 순간이 떠올랐다.
안야는 바닥에 쓰러진 엄마를 발견했다. 엄마는 옷을 차려입고 화장을 한 상태였다. 귀걸이 한쪽이 사라진 것만 빼면 완벽했다. 그날 엄마는 자리에 누웠다. 힘 빠진 근육은 더 이상 엄마를 지탱해주지 못했다. 덕분에 안야는 줄리아드 합격 통지서를 밖에 내놓지 못했다.
81~ 82페이지
먼저 유전자가 우수해야 한다. 그래야 선택받은 라이퍼가 될 수 있다.
다음으로 수명연장을 위해서는 피도 장기도 피부도 바꿀 수 있는 재력이 필요하다.
선택받은 라이퍼지만 내 목숨을 함부로 버릴 수 없다.
요즘 식으로 이야기하자면 안락사를 선택할 수 없는 것이다.
라이퍼가 아닌데 장수한 아버지를 둔 레아
라이퍼지만 더이상 살아있다고 할 수 없는 어머니를 둔 안야
인구감소로 자살은 절대 용납될 수 없는 행위라 수이사이드 클럽은 곧 반사회적 반정부적 활동을 의미한다.
이 클럽의 일원이 된 두 주인공이 부모를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하는지 읽어나가는 재미가 있었다.
무거운 주제와는 달리 쉽게 읽히는 전개를 보여준다.
대단한 철학으로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삶에 적응하려는 두 주인공의 간절한 행동을 통해 주제를 보여주기 때문인듯하다.
다만 두 주인공이 급격히 공감하고 가까워지는 전개가 좀 설득력이 떨어지는 듯하고
<델마와 루이스>를 연상시키는 결말은 이것이 최선이었나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