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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사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9월
평점 :
<외사랑>이라는 제목 때문에 짝사랑 또는 일방적인 짝사랑을 다룬 스토킹에 관한 내용은 아닐까 했는데 틀렸다.
주제는 젠더이슈라고 해야할까?
요즘 몇년 간 아주 핫한 이슈라 작품이 이런 시류에 따른 것인가 했는데 놀랍게도 1999~2000년 사이에 연재했던 작품이란다
"시대를 뛰어넘은 선견지명"이라는 책표지의 문구가 이해된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 중에는 낙관적이고 경쾌한 작품도 많은데 이 작품은 아니다
진지하게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문제를 추리라는 장르를 통해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다
탐정역을 하는 주인공은 경찰도 탐정도 아니다
대학시절 에이스 쿼터백이었던 데쓰로는 미식축구부 동창모임을 마치고 귀갓길에 팀 매니저였던 히우라 미쓰키를 만난다. 오랜만에 만난 미쓰키는 자신이 몸은 여성이지만 남성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비밀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충격적인 고백까지 한다. 미쓰키와 같이 팀매니저였던 데쓰로의 아내와 데쓰로는 복잡한 처지의 미쓰키를 돕기로 한다.
아내를 포함 작품에 등장하는 데쓰로의 주변인물들이 대부분 이 미식축구부의 동료들이다. 게다가 작품의 곳곳에는 미식축구의 작전이나 특징,포지션 등을 계속 언급하고 있다
미식축구를 좋아하거나 잘아는 사람이라면 반가울 것 같다
미식축구 경기를 보는 정도의 상식이 있어서인지 이런 방식이 즐겁기는 했다
물론 전혀 몰라도 작품을 이해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을 듯 하기는 하다.
가장 '남성적'인 구기종목인 미식축구와 성정체성을 겪는 사람들의 고민을 대비하다니 이것도 의도한 것이겠지
남자답다,여자답다, 성역할 등등 무엇하나 편하게 언급하기 쉽지 않은데 이야기꾼 히가시노 게이고의 역량 덕분에 너무 무겁지 않게 잘 풀어나간듯 하다.
솔직히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 없는 화두였는데 이 작품 덕분에 알게 되고 가슴한켠에 묵직한 울림을 안게 되었다고 할까
오래 전 과학잡지에서 읽은 글에서 남성과 여성을 흑과 백처럼 확실하게 나눌 수 있는것이 아니라고 하며 성을 프리즘에 비유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에서는 뫼비우스의 띠로 비유하고 있다
젠더이슈가 이 작품의 주제라고 생각하지만 복잡한 이슈는 한편으로 밀어두고 친구들을 지키려는 한 사람의 고군분투기로 생각하며 읽어도 재미있는 작품이다.다만 정교한 트릭이나 잘 짜인 범죄플롯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은 이 뫼비우스 띠 위에 있어요. 완전한 남자도, 완전한 여자도 없어요. 또 각자가 지닌 뫼비우스 띠도 하나가 아니에요.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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