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세계
톰 스웨터리치 지음, 장호연 옮김 / 허블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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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시간여행을 통해 범죄를 해결하는 해군범죄수사국 NCIS소속 특별수사관 

섀넌모스는 1997년의 어느날 일가족 살인사건현장에 급파된다.


용의자는 '유인우주비행공학자 작전'에 참가했었던 열두대의 전함 중 실종된 <리브라>호 선원으로 특정되는데 리브라호에 타고 있던 선원들은 미래의 언젠가의 대재앙, 인류가 더이상 유의미한 존재가 아니게 되고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려서 몸이 산산이 조각나거나, 바다로 돌진해 익사하거나 아니면 입안에 뜨거운 은액을 가득 머금은채 하늘을 향해 얼굴을 쳐들고 있는, 누구도 살아남지 못하는 터미너스를 알았을 것이라고 추측되어진다. 점점더 앞당겨지는 터미너스 속에서 피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해군우주사령부는 고군분투하며 살인사건의 용의자를 찾기 위해 섀넌모스를 20년후의 미래로 급파하게 된다.


시간여행을 통해 1997년에 만났던 사람들을 2015~16년에 만나게 되는데 미래의 시간으로 가서 사건을 바꾸어서 다시 1995년으로 돌아오고 그리고 다시 미래의 세계로 가고... 계속 반복되는 시간여행 속에서 자신은 늙어가고 젊은 상대들을 만나고 하면서 마치 유령같은 삶을 사는 모스의 모습이 애처로워보였다. 

사건을 해결하려는 의지는 강해보였지만 말이다.


"그녀의 일생이란 1997년의 여러 상황이 만들어내는 한가지 가능성에 불과했으므로. 내가 해당 미래 세계에 도착함으로써 존재하게 된 삶, 내가 떠나고 나면 원래부터 없었던 것처럼 끝나버리는 삶이다. 그녀는 아주 작은 존재 가능성에 기댄, 마치 유령같은 존재였다."

"시간 여행때도 비슷한 불안이 일었다. 나는 이미 IFT를 일곱차례나 여행한 몸이지만, 나만 혼자서 미래 세계에 존재한다는 두려움엔 결코 적응할 수 없었다."


터미너스, 생명체가 살고 있는 액체 행성, QTN, 웜홀, IFT, 양자거품, 바르도게르 등 낯선 용어들이 등장하는 낯선 주제의 소설이었지만 미래의 어느 시대 인류가 멸종할지도 모르고 그 시기가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 그것을 피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어떤 노력을 하고 인류가 어떤 행동을 취할지 등에 대해 범죄와 함께 긴박하게 다루어진 소설이라 상당히 박진감있게 읽었다. 


낯선 용어들때문에 헷갈리기도 하고 되돌려 읽기도 했지만 새로운 소재의 소설로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런 소설에 진짜 더 끌리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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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그런 정답은 없다 - ‘오늘의 식탁’에서 찾아낸, 음식에 관한 흔한 착각
정재훈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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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R이 자율감각 쾌감반응이라는 어려운듯한 용어였네요. 처음 알았다고 하면 저만 그런건가요? 그냥 사운드의 종류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천연발효종이 또 이런 의미였네요 밀가루와 물로 발효를 시킨 것 말이에요

이렇게 제가 몰랐던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하니 단순 정보책인 것처럼 보이지만 정확한 정보뿐만 아니라 음식과 문화, 그리고 음식을 대하는 현세태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함께 우리가 가지고 있던 음식에 대한 생각을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보게 하네요.
그냥 좋다고, 나쁘다고 버리고 취하는 것이 아니라 식재료등에 대한 가짜뉴스와 과대정보를 가려서 고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해주어 평소에 건강기능식품이라던가 건강음식이라고 홍보하는 것에 대해 의심이 많은 사람으로 공감이 되었네요.

"터무니없는 건강 뉴스가 계속 보도되는 것은, 상식을 벗어나더라도 화제성이 크면 더 많이 다루는 미디어의 속성 때문이다. 조금만 따져봐도 이치에 맞지 않는 뉴스를 미디어가 서로 베끼고 확대, 재생산하면, 어느새 처음의 가짜 뉴스가 믿음의 근거로 변한다. 뉴스에 나왔는데 틀릴 리가 없지 않으냐는 생각이다. 그렇지 않다. 뉴스에 백번 나와도 틀린 건 틀린 거다."

"정답을 포기해야 다양한 답이 보인다. TV에 출연한 맛 전문가는 옛날 씨암탉은 맛이 없었을 거라며 미식의 정답이 아니라는 식으로 몰고 가지만, 진정한 미식에 그런 정답은 없다."

"최적화라는 정답이 다양성을 죽였다"

너무 여러가지 음식에 대한 시선을 나열한 듯해서 조금은 정신 없었지만 푸드라이터이면서 약사인 작가가 약이 아니라 약이 아니라 음식에 대한 글을 쓰고 책도 여러권 낸것을 보면 인간에게 약보다 음식이 더 중요하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네요. 

책 중간에 괴식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은 음식을 먹는다고 해서 괴식이라는 치부하는 편견에서 벗어나야 하고 괴식은 그 음식을 먹지 않는 사람에게만 괴식일 뿐이라는 말도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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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가 내려온다
오정연 지음 / 허블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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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공부모임에서 인간의 탐욕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인간은 어디까지 욕심을 부리는 것일까? 지구도 모자라 화성까지 가 살려고 하는 인간의 욕망은 도대체 채워질 수 있을것인가? 화성에서 살면 지구의 문제는 없어지나? 100세 시대라는데 요양원에서 20년을 살면 그것이 무슨 삶인가? 등등의 수많은 질문들을 이어나갔다. 

답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한 모임에서의 수많은 이야기 속에 오정연 작가의 소설집 <단어가 내려온다> 를 수차례 인용하고 언급했다. 

나만 읽었는데 나만 신나서 떠들었다. 


그만큼 신선했다.

SF소설의 소재가 상당히 다양하고 구체화되었다는 것을 이 소설을 읽으면서 새삼 느꼈다. <단어가 내려온다>, <분향>, <미지의 우주> 등 화성으로 가는 과정과 화성에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속에 구체적인 생활모습들이 나오는 것이 신기했고 아직까지 우주의 일이고 화성에 가는 우주선이 초초초부유층과 과학자들만의 관심사라고 생각했는데 여러 소설을 통해 상상이지만 낯섦이 조금씩 사라져 가고 있다.

"많은 이들은 생존에 필수적인 물과 공기를 매 순간 신경써야 하는 극한 상황이 초기 화성 이주민을 극도로 힘들게 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난관은 따로 있었다. 지구의 월드와이드웹처럼 익숙한 것을 당연하게 누릴 수 없는 상황이 그 무엇보다 큰 역경으로 부상했다. 지구에서 공기처럼 누렸던 빠른 통신이 화성에서는 당연하지 않았다. 행성간 화상통화는 자주 끊겼고, 데이터 전송 속도는 너무 느렸다."

<분향>에서 화성으로 이주한 이주민들이 겪는 불편함, 

<미지의 우주>속에서 화성에서 태어난 원주민과 지구에서 이주해 온 이주민들 사이의 거리는 지구에서 외국인과 국내인들 사이의 거리와 비교해가며 읽었고

 마지막로그에서는 죽음에 대한 자율적 선택권의 존재가 그다지 나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과 그 선택권마저 빈부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에 씁쓸함이 느껴졌다.

<행성사파리>는 50만년이라는 시간차이를 두고 존재하는 쌍둥이지구에 행성사파리라는 후주여행을 떠난다는 설정은 지구와 동일 조건의 행성을 찾으려고 매달리는 과학자들이 생각났다.

"행성을 하나로는 부족해서 두개씩이나 말아먹겠다니 

그거 정말 욕심이 끝도 없네요."

기후위기를 겪고 있는 지구에 살면서 인간의 욕심을 멈출 생각은 하지 않고 이용가치를 다한 지구를 버리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대용품을 찾는 느낌도 들었다. 그 와중에 생태계무개입원칙은 굿아이디어였다. 지구의 자연생태계를 파괴하고서야 반성을 하고 타 행성에 대한 개입을 하지 않는다는 것 말이다. 

그렇게라도 반성을 했다니 소설 속이지만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어진 조건이 똑같다고, 사실 똑같지도 않지만, 그곳과 이곳의 시간이 같은 방향으로 흐른다고 확신할 수 없잖아요. 일란성 쌍둥이도 서로 다른 인생을 사니까요."


현재 철저히 지구인의 입장에서 우주를 정복하거나 알아내려고 하는 이기적인 면을 반성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SF소설의 소재가 우주만큼 광활해지고 있구나!
그 소재 속에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살아가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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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이어 말한다 - 잃어버린 말을 되찾고 새로운 물결을 만드는 글쓰기, 말하기, 연대하기
이길보라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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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내가 어디로 갈 줄 알고 그렇게 잠을 자?" 등골이 서늘했다.

이런 말 남성들은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여성의 권리가 상당히 상승했고 남성들이 오히려 역차별 받는다하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나아지지 않는 것도 있다.

이길보라라는 작가에 대해 무지했다. 

로드스쿨러로 청소년 시절을 보냈고 펀딩으로 학비를 마련하여 유학을 다녀왔고 다큐영화를 제작하고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상당히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고 있구나 싶어 부럽기도 한데 더 눈길이 가는 건 작가가 영화를 만들고 글을 쓰는 이유였다.
작가는 농인 부모를 둔 2세들인 코다로서의 삶을 살아오면서 청인 중심의 세상속에서 주눅이 들거나 움츠려드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농인의 세상과 청인의 세상을 이을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51%의 활동가 정체성과 49%의 예술가정체성을 가진 artivist 로써 영화로 특정질문에 대해 이약기하고 그것을 통해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세상에 계속 질문하는 작가의 삶이 상당히 존경스럽다. 

나보다 젊은 사람이 어쩜 이렇게 세상의 변화를 위해 노력할 수 있을까? 

너무 공감가는 글이 많았고 또 많은 것을 배우게 되는 책이다.

청각장애인이 아니라 농인이고 비청각장애인이 아니라 청인이고 어려운 말을 농인들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등 이 나이 먹도록 참 모르는 것 투성이구나!
그래서 역시 사람은 책을 읽고 공부해야 하는구나!

"나와 너가 공존하기 위해서는 타인을 상상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에서 '너'가 되어보아야 한다."

"<임신중단에 대한 권리>는 '임신중단은 모두의 문제'라고 말하며 권리란 무엇인가? 법은 무엇을 인간으로 규정하는가?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인다? 법이 보호하는 권리란 무엇이며 누구의 것이어야 하는가?"
낙태죄에 대해 확장된 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혜택'을 받는 한국 농인은 수어통역이 없어 기본권을 침해당해도, 차별을 당해도, 수어통역의 질이 낮아도 문제제기를 할 수 없다. '권리'가 아니라 '혜택'이기 때문이다. '혜택'은 당사자로 하여금 '착한장애인'이 되기를 요구한다."

"세상은 변하고 있고 우리는 '이기고 있다'. 나보다 앞서간 이가 해온말과 행동 위에 내가 서 있다. 내가 하는 선언과 행동 위해 나중에 오는 이가 서게 될 것이다. 생각하고 의문을 품고 용기를 내어 말하고 선언함으로써 우리는 지형을 바꿔 나간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당신을 이어 말한다."

이길보라 작가의 <당신을 이어 말한다> 를 읽으며 느낀 또 하나는 사람사이에 존재하는 나이와 젠더, 지위에 따른 위계질서가 있는 이상 서로의 말은 같은 의미와 무게를 지니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을 대할때 특히 물리적으로 나보다 더 어린 사람을 대할때 더 조심해야지!!!

책 제목과 작가의 이름만 봤을때 페미니스트 책인가, 일방적인 주장을 하는 책인가 하는 선입견을 갖고 펼쳤는데 나의 선입견을 무참히 깨 준 고마운 책이다. 

나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소개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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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 장도연·장성규·장항준이 들려주는 가장 사적인 근현대사 실황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1
SBS〈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제작팀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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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왜 이리 재미나죠?
현대사의 여러 사건을 방송으로 제작한 이야기인데 엄청 흥미롭게 읽힌건 저만 그런가요? (저만 그럴수도...)



1950년대의 카사노바 박인수 사건부터 1994년의 지존파납치살인사건까지 7편의 역사적인 사건과 잔혹한 범죄까지 읽으면서 나보다 오래된 사건보다 나와 함께 한 시간 속에 있는 사건들이 훨씬 잘 다가온데다 그때 뉴스와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생생히 들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카사노바 박인수 사건>을 읽으면서 "피고가 초범인데다 혐의를 모두 자백하고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
아직도 성범죄에서 이런 감경사유가 적용되고 있고 피해자가 싫었다면 거절하고 단념시키는 방법을 생각했어야 하며 혈기충만함으로 여성을 소유하려 하는 욕망을 정당화하려는 태도가 아직도 남아있다는 생각을 지울수 없었다. 더군다나 법을 공부하면 나오는 여성피해자가 성폭행을 가해자인 남성을 혀를 절단했던 사건의 1심 판결은 여성 피해자의 공포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무등산 타잔 박흥숙 사건>은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정부의 공업화와 산업화를 부르짖은 경제성장 정책과 저곡가 정책으로 인해 이촌향도의 흐름을 타고 도시로 밀려든 저임금 노동자들의 판자촌을 개발하고 밀어버린 무자비한 행태를 반영한 사건이었다. 역사는 끊어진 곳이 없는 것 같다. 단순히 살인사건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문제였는데 우리는 너무 단편적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탈옥수 지강헌 인질극 사건>은 돈을 훔치기 위한 미결수들의 탈옥과 함께 인질로 잡혔던 시민들의 용기와 몰랐던 여러 행동들이 의미있게 다가왔고 어떻게 보면 범죄현장에서 공포로 떨었을 시민들이 안타까운면서도 마냥 공포만 있었던 것이 아닌것 같아 작게나마 인간적인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게다가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지강헌이 처음 얘기한 거라니? 

캡틴큐라는 국산양주에 얽힌 뒷얘기가 이리 재미나다니?

제일 잔인한 사건은 <지존파살인사건>이었는데 가족들이 각자 쉬고 조용한 가운데 읽으면서 등골이 오싹오싹한 기분까지 들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정말 평등한가?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라는 생각은 오만이자 착각일 뿐이다. 공고한 구조 안에서 익숙한 생각으로 바라보는 한 변화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차별은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모든 일이 그렇듯 평등한 세상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잔인한 사건을 저지른 범죄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지만 그들이 산 시대는 부정부패가 만연했고 범죄자들은 그들에 대한 울분이 많았다. 울분을 범죄로 푸는 건 당연히 처벌받아 마땅하지만 울분이 쌓이는 시대의 종식이 이루어지는 것이 맞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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