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 장도연·장성규·장항준이 들려주는 가장 사적인 근현대사 실황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1
SBS〈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제작팀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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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왜 이리 재미나죠?
현대사의 여러 사건을 방송으로 제작한 이야기인데 엄청 흥미롭게 읽힌건 저만 그런가요? (저만 그럴수도...)



1950년대의 카사노바 박인수 사건부터 1994년의 지존파납치살인사건까지 7편의 역사적인 사건과 잔혹한 범죄까지 읽으면서 나보다 오래된 사건보다 나와 함께 한 시간 속에 있는 사건들이 훨씬 잘 다가온데다 그때 뉴스와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생생히 들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카사노바 박인수 사건>을 읽으면서 "피고가 초범인데다 혐의를 모두 자백하고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
아직도 성범죄에서 이런 감경사유가 적용되고 있고 피해자가 싫었다면 거절하고 단념시키는 방법을 생각했어야 하며 혈기충만함으로 여성을 소유하려 하는 욕망을 정당화하려는 태도가 아직도 남아있다는 생각을 지울수 없었다. 더군다나 법을 공부하면 나오는 여성피해자가 성폭행을 가해자인 남성을 혀를 절단했던 사건의 1심 판결은 여성 피해자의 공포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무등산 타잔 박흥숙 사건>은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정부의 공업화와 산업화를 부르짖은 경제성장 정책과 저곡가 정책으로 인해 이촌향도의 흐름을 타고 도시로 밀려든 저임금 노동자들의 판자촌을 개발하고 밀어버린 무자비한 행태를 반영한 사건이었다. 역사는 끊어진 곳이 없는 것 같다. 단순히 살인사건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문제였는데 우리는 너무 단편적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탈옥수 지강헌 인질극 사건>은 돈을 훔치기 위한 미결수들의 탈옥과 함께 인질로 잡혔던 시민들의 용기와 몰랐던 여러 행동들이 의미있게 다가왔고 어떻게 보면 범죄현장에서 공포로 떨었을 시민들이 안타까운면서도 마냥 공포만 있었던 것이 아닌것 같아 작게나마 인간적인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게다가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지강헌이 처음 얘기한 거라니? 

캡틴큐라는 국산양주에 얽힌 뒷얘기가 이리 재미나다니?

제일 잔인한 사건은 <지존파살인사건>이었는데 가족들이 각자 쉬고 조용한 가운데 읽으면서 등골이 오싹오싹한 기분까지 들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정말 평등한가?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라는 생각은 오만이자 착각일 뿐이다. 공고한 구조 안에서 익숙한 생각으로 바라보는 한 변화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차별은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모든 일이 그렇듯 평등한 세상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잔인한 사건을 저지른 범죄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지만 그들이 산 시대는 부정부패가 만연했고 범죄자들은 그들에 대한 울분이 많았다. 울분을 범죄로 푸는 건 당연히 처벌받아 마땅하지만 울분이 쌓이는 시대의 종식이 이루어지는 것이 맞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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