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세기 영상 철학서 블랙 미러
이게 과연 나와 우리 모두에게 좋을까? 기술이란 것이 정말 마약이라면 부작용도 있지 않을까?
이 *즐거움과 *불안감 사이에 **블랙 미러 black mirror가 있다.
블랙 미러는 모든 벽, 책상, 손바닥에 있다. 텔레비전, 컴퓨터 모니터, 스마트폰의 그 차갑고 번쩍거리는 스크린 말이다 - P11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모니터는 거울이 될 수도 있다.
라캉은 <세미나>에서 이를 ‘시선’과 ‘응시’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우리는 자발적으로 모니터를 보면서 시선을 던진다고 생각하죠. 시선은 의도적인 행위고 우리는 주체적으로 행동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모니터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는 거예요. - P15
그런데 만약 시선을 던지기 전에, 우리가 바라보는 대상이 거꾸로 우리를 **응시하고 있었다면 어떨까요?
사실은 모니터에 달린 웹캠이 신적인 위치에서 바라보고 있었다면요. 우리의 우월적 시선은 온데간데 없어지겠죠.
블랙미러가 ‘응시’의 눈을 상징한다는 심증은 이 작품의 메인 포스터를 보면 더 분명해집니다.
검은 거울이 깨져 구멍이 나 있고, 그 깨진 조각들이 마치 웃고 있는 누군가의 눈과 입처럼 흩어져 있죠. 스크린 사이로 나를 바라보는 사악한 응시입니다.
모니터와 스크린 뒤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는 *감시의 시선이 느껴지나요? - P15
/ 빛을 흡수하는 블랙홀
이번엔 한자를 들여다보겠습니다. ‘거울 감(鑑) 자가 있습니다.
우리가 어릴 때 자주 들어봤던 명심보감(明心寶鑑: 마음을 비추는 보물 같은 거울)의 ‘감을 자입니다. 본래 *동양에서 *거울은 다가오는 것을 *가리지 않고 *비춰주고, 물러가면 미련 없이 보내주는 공평하고 *무심한 사물이었습니다.
못나거나 밉다고 거부하거나 예쁘다고 더 크게 비춰주는 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거울은 늘 *마음에 *비유되곤 했어요.
그런데 **검은 거울은 *빛을 **반사하는 게 아니라 **빨아들여서 **머금고 있습니다. 철학사에서 거울이 지니고 있었던 무구한 청정성을 〈블랙 미러>는 **‘꺼’버립니다. - P16
*사물을 *있는 그대로 *비추지 못하고, *빛을 **잃어버린 것이죠. **현실을 *비춰주며 **반성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도리어 악의 기운을 뿜어낸다고 할까요?
실제로 **‘거울 감(鑑)에서 빛을 상징하는 **‘쇠 금(金) 변을 빼면 **‘감시할 감(監)이 됩니다.
**감시하고, 감시당하는 감옥인 셈이죠.
〈블랙 미러>는 거울이 가진 좋고 따뜻한 빛(우리가 스스로를돌아볼 수 있게 도와주는 *성찰의 빛)을 *빼버리고 오로지 *응시만이 남아버린 *차가운 *감옥의 거울을 뜻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이 드라마가 그리고 있는 디스토피아를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하네요.
/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잇는 관문
미래의 인간은 오프라인 세계와 온라인 세계를 넘나들 것으로 보입니다.
이때 **검은 거울은** 현실 세계에서 **가상 세계로 *넘어가는 **관문으로 읽힙니다.
이 문을 넘으면 어디든 갈 수 있고, 아직 보이지 않는 미지의 세계지만 그래서 무한한 호기심으로 우리를 이끄는 거죠.
/ 시선 강탈의 공식
**모든 감각을 빼앗기는 이런 현상을 프랑스 철학자 기 드보르는 **스펙터클 spectacle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사람들은 눈길을 둘 곳을 늘 원합니다. 거기에 정신이 팔리면 다른 것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이고요.
사실 기 드보르는 *’굉장히 인상적인 광경’이란 뜻의 스펙터클을 *부정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장본인입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을 직접 겪으면서 음모나 선동 이론이 **시각적인 유혹을 통해 더욱 강해지는 현상을 비판하고 싶어 했어요. - P24
사람들은 정치적으로 무엇이 더 올바른지 알면서도,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재미에 더 관심을 쏟기 때문에 이런 선동이 가능하게 됩니다.
선뜻 자기 의견을 내지 못하고, 눈치만 보다가 대중에 편승해 우르르 좋아요나 싫어요를 누르게 되는 것은 또 어떻고요.
여러분은 어떤가요? 눈과 귀, **모든 감각을 빼앗아버릴 대상, 사건이 나타났을 때 **’나만은’ 다를 수 있을까요? - P23
사람들은 점덤 더 자극적인 것을 찾고 있습니다.
니콜라스 카는 "사람들이 무엇인가 **깊게 집중하고 **몰입하는 능력을 상실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기술 발전에 따라 우민해지는 대중을 비판하지요. - P25
반면 우리가 스펙터클의 시간을 의식한다면, 벗어날 수 있다고 보는 낙관론도 있습니다. 그것을 **초인지 meta-cognition’이라고 합니다.
**선동되거나 휘둘리지 않고 *미디어를 이용하는 능력, 즉 **미디어 리터러시를 키우는 것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거라 봅니다. - P26
미국의 미래학자이자 저술가인 하워드 라인골드는 저서 <넷 스마트>에서 인간이 스펙터클에 놀아날 때 **무호흡 증상을 보인다는 신체적 특징에 주목하는데요,
그래서 우리가 그 인지를 높이려면 **호흡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 같은 단순한 방법을 시작하면 좋다고 얘기합니다. - P26
동양 고전 <중용>에서 고대의 명임금이었던 순임금이 왜 훌륭했느냐 하면 "은악양선(남의 나쁜 점을 감춰주고 좋은 점을 드러내줌)했기 때문이라고 쓰고 있어요.
상대의 *장점을 *칭찬하는 건 보기 *드물어지고, 남의 *단점을 드러내는 건 *대수롭지 않게 하는 저부터 반성해봅니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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