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사피엔스의 미래 - 포스트휴먼과 트랜스휴머니즘 포스트휴먼 총서 1
신상규 지음 / 아카넷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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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natureevolution.com
to: thetranshumanistsocietyhotmail.com
re: Homo sapiens

친애하는 트랜스휴머니스트 협회에게

이메일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이 언급한 문제들을 어느 하나라도 바로잡는 일은 우리의 능력범위를 훨씬 넘어서 있는 일임을 알려드리게 되어서 유감입니다. 

우리의 제작설비는 철저히 자동화되어 있고, 우리는 생산라인에 적용할 소프트웨어를 손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당신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제작 과정에서 발생할 미래의 실수들이 어느 날 우연히 원본의 설계를 개선하는 결과를 빚어낼 수도 있으리라는

희망뿐입니다. 하지만 그런 행운의 오류들은 극히 발생 확률이 낮고, 그렇기 때문에 제품의 단점들은 앞으로도 계속 통상적으로 발생할 것입니다.

우리가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호모사피엔스 모형을 업그레이드 시키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많은 세대가 불평 없이 이 제품을 잘 써오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유지만 잘 하면,
평균적인 모형은 대략 70년 정도는 쓸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당신이 언급한 설계 결함들을 그냥 용인해줄 것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활용 가능한 대체물은 없을 것이므로 여러분이 지금 사용하는 모형을가급적 잘 간수해줄 것을 제안합니다. 

당신은 우리의 다른 제품군 중에서 여러 가지 식물과 꽃을 발견할 텐데, 당신이 쇠약해지고 질병에 걸려 결국 죽음에 이르는 쇠퇴기 동안 경험하게 되는 고통과 불편을 완화하기 위해 그런 제품들의 사용을 고려해보십시오.

자연이

71-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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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사피엔스의 미래 - 포스트휴먼과 트랜스휴머니즘 포스트휴먼 총서 1
신상규 지음 / 아카넷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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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자연에게 보내는 이메일 

다음은 사이먼 영(Simon Young)이라는 트랜스휴머니스트가 쓴 "자연에게 보내는 편지의 내용이다. 현재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도전의 성격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기 위해 그 편지의 전문을 소개해 본다(Young, 2006).


(막스 모어가 쓴 "어머니 자연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옴.)마치 졸지에 인간이 세상에서 가장 거창한 사업, 즉 진화 사업의 관리책임자에 임명된 것 같은 상황이다. 줄리언 헉슬리(Julian Huxley), "트랜스휴머니즘 새 술은 새 부대에〉(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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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자연에게

생명이라는 굉장한 선물을 공짜로 제공해줘서 정말 감사합니다. 생명은오랜 세월 동안 우리에게 너무나 많은 기쁨을 안겨주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호모사피엔스의 설계에 관해 몇 가지 개선 사항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되면 틀림없이 미래 세대들 사이에서 호모사피엔스의

인기가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모형은 수많은 설계 결함에 따른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모든 부품에서 치명적인 고장이 수시로 발생합니다. 

뇌, 심장, 폐, 유방, 간,
신장, 췌장, 위장, 결장, 직장, 자궁경부, 난소, 자궁, 방광, 전립선, 음경,
고환, 인후, 입, 혀, 혈액, 피부, 그리고 뼈, 혹시 제품생산라인에 결함이 있는 것은 아닌지, 그게 아니라면, 애초에 호모사피엔스를 설계할 때 일부러 노후화를 계획에 넣은 건지 궁금하군요. 

만약 그렇다면, 자동식 자체 수리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 모형에 포함시킬 수는 없는 걸까요?
아마도 기능실계의 모든 측면을 전반적으로 개선하는 편이 가장 유익할것입니다.

행동: 근력, 원기, 활력, 생식력의 증대,
감정: 기질과 공감 능력 개선
생각: 기억, 논리, 학습, 창조 능력의 확대.
지각: 시각 청각 증강.
섭취: 하루 세 번 연료를 보충해야만 한다는 점이 가장 실망스럽습니다.
자동차 소유자라면 이런 단점을 참아 넘길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입니다. 이상적인 연료 유형을 소개하는 설명서가 없어서 끝없이 혼란이 발생합니다.

수면: 재충전을 하는 데 매일 8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것은 중대한 단점입니다. 배터리 수명을 개선할 수는 없는 것일까요?
배설: 쓸데없이 성기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는 관을 통해서 불쾌한 악취를 풍기는 폐품을 반드시 매일 배출해야 하는 점은 명백한 설계오류입니다. 종종 악취 나는 기체를 의도치 않게 방사하게 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로이 개선된 모형은 신진대사를 통해 나온 폐품을,

이를테면, 일정한 모양을 한 무취의 소형 패킷 형태로 만들어 제거할 수있지 않을까요?

성교: 성적 흥분을 의식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심각한 태만입니다. 의식적인 뇌가 성적 활동에 관해서 자기 나름의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허용될 수는 없을까요?

우리가 사용하는 모형이 낡아서 못쓰게 될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으니, 우리는 당신이 호모사피엔스 업그레이드에 관한 이런 몇 가지 긍정적인 제안들을 부디 받아들여 주길 희망합니다.

 트랜스휴머니스트 협회

69~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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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철학 - 영화, 만화, 드라마, 게임에 빠진 이를 위한 철학 에세이
한길석 외 지음 / 알렙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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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자에도 이와 유사한 장면이 등장합니다. 공자가 왕을 뵈러 입궐을 하는 장면, 왕의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직하공자는 거듭 왕이 계신 곳을 향해 인사를 합니다. 마중 나왔던 신하가도리어 공자에게 굳이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가 있느냐?‘고 물을 정도였죠. 

삼가는 표정으로 자못 진지한 공자에게 예법은 누군가에게 보여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한 일종의 약속‘이라고 생각됩니다.

1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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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대립하는, 인간을 천성적으로 선한 존재로 보는 시각도 있다. 즉 인간은 본래 착하지만 포스트모던 사회가 우리를 나쁜 사람들로 만든다는 얘기다. 그래서 폭력을 조장하는 컴퓨터게임을 모조리 금지하면세상이 훨씬 더 평화로워질 거라고 주장한다.

 어쨌든 악은 인간에게 낯설지 않다. 이런 사실을 가장 인상 깊게 전달한 문장은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의 펜 끝에서 나왔다. 

나치 친위대 고위 장교 아돌프 아이히만(Adolf Eichmann)의 재판을 지켜보고는 "악의 평범함"이라는 말로 자신의 심경을 요약했다. 인간의 내면에 악이 숨어 있다는 관념은 기독교의 원죄설과도 연결되며, 현대적 해석에 따르면 "이기적 유전자"이다.

이런 설명들은 변치 않는 인간의 본성이 우리 안에 숨어서 빛을 볼날만 기다리고 있다는 인상을 전달한다. 이런 인상은 적어도 정체성 및
‘올바른 규범과 가치에 대한 논란이 서구 사회 전역에서 불붙고 있는 지금의 현실에서는 묘한 기분을 자아낸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우리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심리학자에서 두뇌 연구가에 이르기까지 온갖 전문가들과 (우리가 정말로 누구인지를 설명해줄) 예언가들에게로 달려간다.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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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히 원일 분석을 해야 할 사건이었고, 실제로 이유를 밝히려는 노력들이 적지 않았다.

첫 번째 설명은 보수 진영에서 나왔다. 
왕따는 다른 많은 사회문제들이 그렇듯 우리 사회에서 규범과 가치가 실종된 결과라고 것이다.

이에 따르면 버스나 전철 기사들이 폭행을 당하고, 아동 학대 건수가 치솟으며, 교사들이 어린 제자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이민 신청자들이 온갖 범죄를 저지르는 등의 사회 문제들은 모두 가치와 규범이 실종된 탓이다. 예전이 훨씬 좋았다.


두 번째 설명은 정신의학 분야에서 제시했다. 범죄자는 ‘장애인 이다.

병이 아니라면 어떻게 엄마가 제 자식을 학대할 수 있겠는가? 이런 생각을 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래서 법원 감정인들은 ‘반사회적 인격장애‘
를 들먹이고, 피의자가 어린 시절에 앓았던 적대적 반항장애‘를 지적한다. 둘 다 지난 몇 십 년 동안 계속 증가 추세에 있는 진단인데, 그렇다고 안심이 될 리는 없다.

세 번째 설명은 앞서 내놓은 의학적 설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인간의 본성, 우리 안에 숨은 짐승에게서 원인을 찾는 것이다.

나치당원들도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위인을 찾는 것이니도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사회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면 모든 인간은 특정 상황에서 사디스트가 될 수 있다. 호모 호미니 루푸스 에스트(Homo homini lupus est), 즉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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