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대립하는, 인간을 천성적으로 선한 존재로 보는 시각도 있다. 즉 인간은 본래 착하지만 포스트모던 사회가 우리를 나쁜 사람들로 만든다는 얘기다. 그래서 폭력을 조장하는 컴퓨터게임을 모조리 금지하면세상이 훨씬 더 평화로워질 거라고 주장한다.

 어쨌든 악은 인간에게 낯설지 않다. 이런 사실을 가장 인상 깊게 전달한 문장은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의 펜 끝에서 나왔다. 

나치 친위대 고위 장교 아돌프 아이히만(Adolf Eichmann)의 재판을 지켜보고는 "악의 평범함"이라는 말로 자신의 심경을 요약했다. 인간의 내면에 악이 숨어 있다는 관념은 기독교의 원죄설과도 연결되며, 현대적 해석에 따르면 "이기적 유전자"이다.

이런 설명들은 변치 않는 인간의 본성이 우리 안에 숨어서 빛을 볼날만 기다리고 있다는 인상을 전달한다. 이런 인상은 적어도 정체성 및
‘올바른 규범과 가치에 대한 논란이 서구 사회 전역에서 불붙고 있는 지금의 현실에서는 묘한 기분을 자아낸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우리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심리학자에서 두뇌 연구가에 이르기까지 온갖 전문가들과 (우리가 정말로 누구인지를 설명해줄) 예언가들에게로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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