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트윗들은 당신의 평소 모습과 가장 닮아 있는 텍스트이다. 평소에 즐겨하던 농담들, 비상식적인 많은 것들에 대한 한탄, 주변 사람들에게 전하는 애정 어린 인사, 그리고 어느 곳에서 건져올렸는지 가늠할 수 없는 은유와 이야기들이 아버지의 트위터에 모두 담겨 있다. 

그 문장들은 적확하고 섬세하다. 아버지는 트윗을 올리실 때도 ‘찰칵‘ 소리가 날 때까지 문장을 공들여 다듬곤 하셨다.

아버지는 늘 당신이 모르는 것이 많다고 생각하셨고, 모든 사람에게 배울 준비가 되어 계셨다. 나이와 직위에 상관없이 ‘트친‘으로 수평적 관계를 맺는 트위터 공간이 아버지에게는 더없이 자연스러웠다. 

아버지는 열정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하면서도, 동시에 그에 대한 반론을 주의 깊게 듣고, **타당하다고 여겨지면 기존 생각을 **수정하는 데 주저함이 없으셨다. 아버지의 트윗들에서 그 유연함이 엿보여서 기쁘다.

아버지가 지치지 않고 이야기하시던 더 나은 세상에 대한 믿음이 이택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해지기를 희망한다.


-「서문을 대신하여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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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와 편견을 넘어서>
/ 우리 시대 정치철학자들과의 대화



"지금 우리는 가치가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맹목적인 현실주의의 밀물 속에 살고 있다. 경험적이고 역사적인 분석보다 자신들의 이념적 편견을 앞세워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는 일상이 지적 무관심을 부채질한다. 이견을 가진 상대방의 의사에 대한 관심을 갖기 위해서라도, 비관계적 무관심을 관계적 가치에 대한 지적 호기심으로 전환시킬 계기가 필요하다.

인식의 전환은 경험적 연구만큼이나 이론적 탐구로부터 시작된다. 델포이 신전에 신탁을 받으러 가는 사람처럼, 문제의 재생산을 막기 위해서는 직면한 문제에 대한 현상적 집착을 넘어근원부터 찾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필자는 다섯 명의 이론가를 만났다. 

비지배 자유로 다져진시민적 품위에서 해답을 찾는 페팃, 

시민적 신뢰를 통해 빚어진시민적 책임성에 기대를 거는 밀러, 

중립적 제도에 대한 불신이 냉소적 허무주의로 귀결되지 않도록 오히려 시민적 견제력에 초점을 맞추는 무페, 

개인의 자율성에만 초점이 맞추어진 자유주의와 정치공동체의 목적을 주입하는 공동체주의 시민교육에담대하게 ‘아니오‘ 라고 소리치는 것만,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한 조건을 공화주의자나 사회민주주의자보다 더 열심히 소리치는 너스바움이 바로 그들이다.

만약 이 만남이 우리의 인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진지하게 경험될 수 있다면, 그래서 현재의 문제가 유발한 열정적 운동이 관찰자적 안목과 신중함을 통해 삶의 세계로 돌아오는 과정으로반복될 수 있다면, 새로운 제도를 가능하게 만들 정치적 상상력이 편견과 현실이라는 장벽을 넘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곽준혁

"정부가 확고한 헌정적 제약에 통제되고 민주적 견제에 열려 있어 인민이 원하는 규정대로 작동한다면, 인민은 그들 스스로가 통치에 참여하지 않을 때조차도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 필립 페팃


"**민족적 정체성이 단일하고 동질적인 집단으로서 인민이라는 생각을 이제 단념해야 합니다. 민족적 정체성은 모든 사람이 동등한 시민으로 간주되고 대우받을 수 있도록 충분히 포용적이어야 합니다."
/ 데이비드 밀러


"자유민주주의 제도는 갈등이 생길 때 이러한 갈등이 **‘적대‘가 아닌 **‘쟁투‘의 형태를취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쟁투란 다원성에서 비롯된 갈등을 인정하고 불일치의 여지를 남겨둔 형태의 합의를 말합니다."
/ 상탈 무페


"다른 사람의 견해를 존중하고 사회적 구분을 가로질러 **타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민주적 교육의 핵심입니다. 민주적 교육은 모든 사람들의 ‘시민적 가능성‘을 지지하며, 공공정책에 참여할 수 있게 합니다."
/ 에이미 것만


"제가 말하는 *인간성은 크게 놀랄 것도 없는 인간 그 자체를 의미합니다. 중요한 것은 단지 이성만을 갖춘 인간이 아니라 어떤 행동을 추구할 능력을 가진 모든 사람들을 말한다는 점입니다."
/ 마사 너스바움


정치철학은 반드시 정치가 상상하는 **‘가능성‘의 경계를 **확장함으로써 **‘가능한 최선‘이 보다 많은 사람들의 삶을 풍부하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정치철학자는 결코 정치적 실효성이나 정치적 타협에 정치철학적 원칙과 진리를 희생시켜서는 안 되며,
동일한 이유에서 정치철학자는 정치권력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일반 사람들의 평가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한다.

/ 곽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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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다운 정신으로 참다운 책을 읽는 것은 고귀한 수련이다. / 헨리 D. 소로우


2사랑과 진실이 만나고
정의는 평화와 서로 입을 맞춘다.
진실이 땅에서 돋아나고
정의는 하늘에서 굽어본다.

/ 시편 85편에서



오 하나님,
굶주린 자들에게는 빵을 주시고,
빵을 가진 우리에게는
정의에 대한 굶주림을 주소서

/ 어느 라틴 아메리카인의 기도

18쪽


슬픈 사실은 교회가 오직 착취당하는 자의 편에만 서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스도는 거기에 계셨고, 지금도 거기에 계시지만, 그분의 ‘몸‘인 교회는 거기에 없었다.
/ 니콜라스 월터스토프

뒷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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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메론>


흑사병(黑死病)은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한 전염병 중 하나로 꼽힌다. *14세기에 유럽에 퍼진 이 병은 지역에 따라서는 한두 해 만에 인구의 3분의 1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정도로 엄청난 피해를 주었다. 

데카메론은 이 무서운 전염병으로인간 사회가 거의 송두리째 무너져 내릴 듯한 위기의 시대를 배경이로 한다.

 1348년 피렌체에 이 ‘검은 죽음이 들이닥 하다. 시 전염병에는 어느 의사의 진단도, 어떤 약도 소용없었다. 병이 낫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으며, 조금 늦고 빠른 차이는 있지만 대개 *사흘 안에 죽었다."

이렇게 무서운 병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자 **사회의 *풍속과 *세태도 변했다. 무조건 사람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었으므로 어떤 사람은 집 안에 틀어박혀 살면서 외부의 일을 완전히 끊고 스스로 격리되었다. 

또 어떤 사람은 죽기 전에 모든 **향락을 다 누리려는 심정으로 실컷 마시고 노래 부르면서 돌아다녔다.

"그러는 동안 인간의 **규범은 물론 **하느님의 거룩한 법도의 권위도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육체와 성에 관한 규범도 바뀌어서, 병을 핑계로 젊거나 늙거나 간에 여자들은 모두 아무 **부끄러움 없이 남자 앞에서도 벌거벗은 몸을 내보일 정도로 풍속이 이상하게 바뀌어 가고 있었다. 장례식에서도 수도사가 엄숙하게 기도를 하는 일은 없어지고 구덩이에다가 아무렇게나 시체를 던져 넣기도 한다."

 **위기의 시대에 **문명의 붕괴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때에 피렌체의 양갓집 젊은이 열 명이 흑사병을 피해 교외의 빌라로 가서 안전하고 깨끗한 생활을 하기로 한다. 이 일곱 명의 여성과 세 명의 남성은 무료함을 달래려고 서로 돌아 가며 이야기를 하기로 한다. 

매일 한 사람에 하나씩 열흘 동안 이야기를 해서 모두 100개의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데카메론‘ 이란 고대 그리스어로 10을 나타내는 ‘데카‘와 날을 나타내는 ‘헤메라‘ 의 합성어이니 곧 ‘열흘‘이라는 뜻이다.


73쪽

<데카메론 2>


인문학적 교양이 철철 넘쳐나는 활달한 청춘 남녀 열 명의 입을 통해 그려 내는 데카메론의 세계는 어떤 곳일까? 지리적으로 보면 물론 이탈리아, 특히 피렌체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아르메니아에서 에스파냐까지, 이집트에서 영국까지 포괄하는 넓은 세계를 무대로 하고 있고, 등장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귀족으로부터 수도사, 농민, 하인, 도둑에 이르기까지 사회의 거의 모든 계층을 망라하고 있다. 

실로 광범위하고도 다양한 세계를 세세한 필치로 그려 내고 있는 것이다. 이 세계의 성격을 일률적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흔히 ‘중세‘라고 부르는 시대와는 분위기가 완연히 다르다는 것은 분명하다.

분지오(1313~1375)는 **죽음의 공포가 넘실대는 황량한 시대의 일각에서 **"다시 탄생하고 있는" (이것이 바로 르네상스의 원뜻이다) 새로운 세계의 여러 면모들을 그려 내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에서는 기독교에 대한 무조건적인 옹호나 복종은 눈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예컨대 첫날 두 번째 이야기는적으로 기독교에 비판적이다. 

파리에 사는 신심 깊은 한 상인에 대인 친구가 있었는데, 그는 이 유대인에게 늘 기독교로 개종하기충고를 했다. 그의 성실한 권유에 감명받은 유대인은 마침내 진지하게 개종을 고민하게 되었는데, 다만 직접 로마에 가서 교황과 추기경들의 행태를 살펴보고 마음을 정하기로 한다. 

그러자 상인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이 사람을 개종시키려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모양이군. 로마 교황청에 가서 성직자들의 그 더러운 악덕 생활을 보면 유대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하기는커녕 기독교에서 유대교로 개종할 텐데.‘

아니나 다를까, 로마에 갔다 온 유대인 친구가 말하는 감상은 이런 식이다. 

로마에서는 위의 높은 사람부터 아래 낮은 지위의 사람까지 **모두 불결하기 짝이 없는 음탕한 생활을 하고 있다. *양심의 가책이나 *염치도 없이 여색과 남색에 빠져서 무슨 큰일을 할 때조차 매춘부나 미소년들이 이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모두 주정뱅이에다가 야수처럼 먹어 대며, 돈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욕심쟁이들이다. 신성함, 헌신, 선행 같은 것은 아무리 둘러봐도 찾아볼 수 없느니, 모두 **하느님 일에 종사한다기보다는 **악마의 일을 도와준 느낌이다! 

그러나 이 유대인은 교황이나 고위 성직자를 보고 마음을 정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에게 개종을 권한 친구와 같은 일반 신자들의 성실한 신앙심에 감동받아 기독교로 개종하겠다고 말한다.


7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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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적 충동>


"인간의 적극적인 활동의 대부분은,
도덕적이거나, 쾌락적이거나 또는 경제적이건 간에,
 수학적 기대치에 의존하기보다는 오히려 **스스로 만들어낸 *낙관주의에 의존하려는 인간의 *불안정성이 판단과 결정에 중요한 요인이 된다.

인간의 의지는 추측컨대,
 오직 **‘야성적 충동‘의 결과로 이루어질 수 있을 뿐이며,
수량적인 이익에 수량적인 확률을 곱하는 식의 계산적 이해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 중에서. 4편 12장


9쪽

5. 이야기


**인간의 마음은 **유형화된 *내재적 논리와 역학을 담보한 **사건의 연속,
즉 **이야기의 형태로 사고하도록 만들어졌다. 

또한 인간적 **동기는 대부분 스스로에게 들려줄, 동기의 틀을 결정하는 자기 삶의 이야기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그러한 이야기가 없다면 인생은 그저 빌어먹을 일들의 연속일 뿐이다. 국가나 기업 혹은 기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뛰어난 리더는 가장 인상적이고 두드러진 **이야기를 만들 줄 아는 사람이다.

사회심리학자인 로저 생크와 로버트 아벨슨은 **이야기가 *지식의 축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중요한 사실에 대한 *기억은 **이야기의 형태로 뇌에 저장된다. 우리가 기억하는 사실은 이야기에 연계되어 있으며, 다른 사실들도 단기적인 기억으로 저장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기억들은 사고 작용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며 결국 지워진다.

가령 우리는 어린 시절에 대해 희미한 기억만을 갖고 있으며 나이가 들면 청소년기에 대한 기억마저 희미해진다. 그러나 **우리가 누구이고 **삶의 목적은 무엇인지 말해주는 *이야기와 관련된 기억들은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다.

대화는 이야기를 통해 길게 이어진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이야기를 할 때 본능적으로 쾌감을 느끼기 때문에 대화를 유도한다. 그 과정에서 대화는 여러 주제에 걸쳐 무작위로 옮겨 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지식 축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작용이 있다. 이처럼 **대화는 쉽게 흡수되는 형태로 정보를 교환할 뿐 아니라 이야기에 관계된 기억을 강화시킨다. **다른 사람에게 **되풀이하지 않은 이야기는 **잊혀지기 쉽다.


94쪽

<표준 경제학이 설명하지 못한 현상들을 사려 깊게 해석한 양서>
/ 장하준


 지난 30여 년간 경제학의 주류를 형성해온 시장주의 *경제학의 대전제는 **인간이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인간이 합리적이고 이기적이라는 것은, 모든 경제 주체가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목표를 어떻게 달성해야 할지를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정부 등 국외자‘들이 개입하여 그들의 경제활동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은 **비효율성을 가져온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러한 시장주의 경제학의 결론은 지난 30여 년간 신자유주의의 기치 하에서 진행되어온 *규제 완화, *민영화, *무역자유화, *자본시장 개방 등의 정책에 대해 정당성을 제공했다.

경제에 있어 **정보의 비대칭성에 대한 연구로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조지 애거로프 George Akertof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버클리 캠퍼스 교수와, 소위 ‘행태 금융‘ 이론의 개척자로 금융시장 이해에 새 지평을 열어가고 있는 로버트 쉴러 Robert Shiller 예일대학교수는 이 책에서 인간의 **합리성과 **이기성이라는 시장주의 경제학의 근본 가정들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10쪽


by 장하준 2

애커로프 교수와 쉴러 교수는 기존의 경제학에서 완전히 *무시되거나 **부차적인 요소로 취급되는 **자신감 confidence, *공정성 fairness, (공직자만
이 아닌 모든 경제 주체들의) *부패 corruption, 화폐 착각 money illusion, 그리고 (인간이 어떤 식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세상을 이해하는가를 일컫는) **이야기 stories‘ 등의 요소들을 경제학의 핵심부로 가지고 들어온다.

이들은 유명한 경제학자 케인스의 표현을 따라 이러한 요소들을 야성적 충동‘이라고 부르면서, 이를 통해 (이번 금융위기를 포함한) 금융과 부동산 시장의 거품, 경기순환, 실업, 물가, 저축, 투자, 심지어는인종차별 등 기존의 경제학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현상들에 대해 통찰력 있으면서도 재미있는 설명들을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기존의 경제학보다 더 현실성 있고 사려 깊은 경제학을 발전시키기 위한 토대를 마련한다.

이 책은, 시장주의 경제학이 가진 근본적인 한계를 예리하게 지적 하고, 우리가 신자유주의적인 시장 만능주의를 극복하려면 *어떤 식으로 경제를 이해해야 하는가에 대한 심오한 성찰들을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현재의 경제위기를 이해하고 앞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드 는 데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할 책이다.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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