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메론>


흑사병(黑死病)은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한 전염병 중 하나로 꼽힌다. *14세기에 유럽에 퍼진 이 병은 지역에 따라서는 한두 해 만에 인구의 3분의 1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정도로 엄청난 피해를 주었다. 

데카메론은 이 무서운 전염병으로인간 사회가 거의 송두리째 무너져 내릴 듯한 위기의 시대를 배경이로 한다.

 1348년 피렌체에 이 ‘검은 죽음이 들이닥 하다. 시 전염병에는 어느 의사의 진단도, 어떤 약도 소용없었다. 병이 낫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으며, 조금 늦고 빠른 차이는 있지만 대개 *사흘 안에 죽었다."

이렇게 무서운 병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자 **사회의 *풍속과 *세태도 변했다. 무조건 사람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었으므로 어떤 사람은 집 안에 틀어박혀 살면서 외부의 일을 완전히 끊고 스스로 격리되었다. 

또 어떤 사람은 죽기 전에 모든 **향락을 다 누리려는 심정으로 실컷 마시고 노래 부르면서 돌아다녔다.

"그러는 동안 인간의 **규범은 물론 **하느님의 거룩한 법도의 권위도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육체와 성에 관한 규범도 바뀌어서, 병을 핑계로 젊거나 늙거나 간에 여자들은 모두 아무 **부끄러움 없이 남자 앞에서도 벌거벗은 몸을 내보일 정도로 풍속이 이상하게 바뀌어 가고 있었다. 장례식에서도 수도사가 엄숙하게 기도를 하는 일은 없어지고 구덩이에다가 아무렇게나 시체를 던져 넣기도 한다."

 **위기의 시대에 **문명의 붕괴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때에 피렌체의 양갓집 젊은이 열 명이 흑사병을 피해 교외의 빌라로 가서 안전하고 깨끗한 생활을 하기로 한다. 이 일곱 명의 여성과 세 명의 남성은 무료함을 달래려고 서로 돌아 가며 이야기를 하기로 한다. 

매일 한 사람에 하나씩 열흘 동안 이야기를 해서 모두 100개의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데카메론‘ 이란 고대 그리스어로 10을 나타내는 ‘데카‘와 날을 나타내는 ‘헤메라‘ 의 합성어이니 곧 ‘열흘‘이라는 뜻이다.


73쪽

<데카메론 2>


인문학적 교양이 철철 넘쳐나는 활달한 청춘 남녀 열 명의 입을 통해 그려 내는 데카메론의 세계는 어떤 곳일까? 지리적으로 보면 물론 이탈리아, 특히 피렌체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아르메니아에서 에스파냐까지, 이집트에서 영국까지 포괄하는 넓은 세계를 무대로 하고 있고, 등장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귀족으로부터 수도사, 농민, 하인, 도둑에 이르기까지 사회의 거의 모든 계층을 망라하고 있다. 

실로 광범위하고도 다양한 세계를 세세한 필치로 그려 내고 있는 것이다. 이 세계의 성격을 일률적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흔히 ‘중세‘라고 부르는 시대와는 분위기가 완연히 다르다는 것은 분명하다.

분지오(1313~1375)는 **죽음의 공포가 넘실대는 황량한 시대의 일각에서 **"다시 탄생하고 있는" (이것이 바로 르네상스의 원뜻이다) 새로운 세계의 여러 면모들을 그려 내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에서는 기독교에 대한 무조건적인 옹호나 복종은 눈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예컨대 첫날 두 번째 이야기는적으로 기독교에 비판적이다. 

파리에 사는 신심 깊은 한 상인에 대인 친구가 있었는데, 그는 이 유대인에게 늘 기독교로 개종하기충고를 했다. 그의 성실한 권유에 감명받은 유대인은 마침내 진지하게 개종을 고민하게 되었는데, 다만 직접 로마에 가서 교황과 추기경들의 행태를 살펴보고 마음을 정하기로 한다. 

그러자 상인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이 사람을 개종시키려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모양이군. 로마 교황청에 가서 성직자들의 그 더러운 악덕 생활을 보면 유대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하기는커녕 기독교에서 유대교로 개종할 텐데.‘

아니나 다를까, 로마에 갔다 온 유대인 친구가 말하는 감상은 이런 식이다. 

로마에서는 위의 높은 사람부터 아래 낮은 지위의 사람까지 **모두 불결하기 짝이 없는 음탕한 생활을 하고 있다. *양심의 가책이나 *염치도 없이 여색과 남색에 빠져서 무슨 큰일을 할 때조차 매춘부나 미소년들이 이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모두 주정뱅이에다가 야수처럼 먹어 대며, 돈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욕심쟁이들이다. 신성함, 헌신, 선행 같은 것은 아무리 둘러봐도 찾아볼 수 없느니, 모두 **하느님 일에 종사한다기보다는 **악마의 일을 도와준 느낌이다! 

그러나 이 유대인은 교황이나 고위 성직자를 보고 마음을 정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에게 개종을 권한 친구와 같은 일반 신자들의 성실한 신앙심에 감동받아 기독교로 개종하겠다고 말한다.


7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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