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와 편견을 넘어서>
/ 우리 시대 정치철학자들과의 대화



"지금 우리는 가치가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맹목적인 현실주의의 밀물 속에 살고 있다. 경험적이고 역사적인 분석보다 자신들의 이념적 편견을 앞세워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는 일상이 지적 무관심을 부채질한다. 이견을 가진 상대방의 의사에 대한 관심을 갖기 위해서라도, 비관계적 무관심을 관계적 가치에 대한 지적 호기심으로 전환시킬 계기가 필요하다.

인식의 전환은 경험적 연구만큼이나 이론적 탐구로부터 시작된다. 델포이 신전에 신탁을 받으러 가는 사람처럼, 문제의 재생산을 막기 위해서는 직면한 문제에 대한 현상적 집착을 넘어근원부터 찾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필자는 다섯 명의 이론가를 만났다. 

비지배 자유로 다져진시민적 품위에서 해답을 찾는 페팃, 

시민적 신뢰를 통해 빚어진시민적 책임성에 기대를 거는 밀러, 

중립적 제도에 대한 불신이 냉소적 허무주의로 귀결되지 않도록 오히려 시민적 견제력에 초점을 맞추는 무페, 

개인의 자율성에만 초점이 맞추어진 자유주의와 정치공동체의 목적을 주입하는 공동체주의 시민교육에담대하게 ‘아니오‘ 라고 소리치는 것만,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한 조건을 공화주의자나 사회민주주의자보다 더 열심히 소리치는 너스바움이 바로 그들이다.

만약 이 만남이 우리의 인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진지하게 경험될 수 있다면, 그래서 현재의 문제가 유발한 열정적 운동이 관찰자적 안목과 신중함을 통해 삶의 세계로 돌아오는 과정으로반복될 수 있다면, 새로운 제도를 가능하게 만들 정치적 상상력이 편견과 현실이라는 장벽을 넘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곽준혁

"정부가 확고한 헌정적 제약에 통제되고 민주적 견제에 열려 있어 인민이 원하는 규정대로 작동한다면, 인민은 그들 스스로가 통치에 참여하지 않을 때조차도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 필립 페팃


"**민족적 정체성이 단일하고 동질적인 집단으로서 인민이라는 생각을 이제 단념해야 합니다. 민족적 정체성은 모든 사람이 동등한 시민으로 간주되고 대우받을 수 있도록 충분히 포용적이어야 합니다."
/ 데이비드 밀러


"자유민주주의 제도는 갈등이 생길 때 이러한 갈등이 **‘적대‘가 아닌 **‘쟁투‘의 형태를취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쟁투란 다원성에서 비롯된 갈등을 인정하고 불일치의 여지를 남겨둔 형태의 합의를 말합니다."
/ 상탈 무페


"다른 사람의 견해를 존중하고 사회적 구분을 가로질러 **타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민주적 교육의 핵심입니다. 민주적 교육은 모든 사람들의 ‘시민적 가능성‘을 지지하며, 공공정책에 참여할 수 있게 합니다."
/ 에이미 것만


"제가 말하는 *인간성은 크게 놀랄 것도 없는 인간 그 자체를 의미합니다. 중요한 것은 단지 이성만을 갖춘 인간이 아니라 어떤 행동을 추구할 능력을 가진 모든 사람들을 말한다는 점입니다."
/ 마사 너스바움


정치철학은 반드시 정치가 상상하는 **‘가능성‘의 경계를 **확장함으로써 **‘가능한 최선‘이 보다 많은 사람들의 삶을 풍부하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정치철학자는 결코 정치적 실효성이나 정치적 타협에 정치철학적 원칙과 진리를 희생시켜서는 안 되며,
동일한 이유에서 정치철학자는 정치권력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일반 사람들의 평가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한다.

/ 곽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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