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2. 기독교화와 마술, 서기 1000년까지

마녀사냥은 고대적 기원을 가지고 중세에 서서히 발전하여 근대 초 폭발한 사건이다. 그것은 결코 무에서 나온 게 아니다. 씨앗이 되는 요소들은 오래전부터 준비되어 있었다.

고대 종교의 흔적, 초기 기독교 전통 그리고 사회에 널리 퍼져 있던 민중 신앙 요소들이 섞이는 가운데 장기간에 걸쳐 마녀 개념이 형성되었다.

로마제국 당시의 기독교는 틀과 내용 면에서 아직 형성중인 종교였다. 정통 교리가 무엇인지를 놓고 오랫동안 이단 논쟁이 지속되었고, 이교 요소들도기독교내로 많이 들어갔다.

서기 2~3세기 카이킬리우스는 기독교의 야만적 행태를 이렇게 비판한다.

(...) 위 인용문이 기독교가 이단과 이교도들을 공격하는 내용이 아니라 당대의 주류 종교가 기독교를 공격하는 것임을 주목하라. **나중에 정통의 지위에 오른 후 기독교가 다른 종교와 신앙을 고발할 때 가했던 비판을 과거에 그들 자신이 똑같이 받았던 것이다.

정통의 지위를 차지한 후 기독교는 스스로를 ‘렐리기오 religio‘라 칭하고, 자신 이외의 다른 종교는 ‘수페르스티티오 superstitio‘라 불렀다. 앞의 것은 종교 혹은 정교, 뒤의 것은 미신 혹은 사교라 해석할 수 있다.

애개 다른 종교의 신을 악마로 부르는 법이다. **기독교가 정교의 자리를 차지하자 다른 종교와 신앙들은 ‘악마화‘되어 갔다.


39-40쪽

기독교가 모든 유럽인들의 신앙을 완전히 장악한 것도 아니어도 **기독교에 포섭되지 않은 방대한 신앙체계가 잔존했다. 자연히 다른 종교와 문화 요소가 기독교 내로 많이 유입되었다. **그리스-로마 문화나 유대교의 마술과 마법이 대표적이다.

**민중들이 볼 때 이 세상은 *수많은 신과 *혼령, 사악한 마귀 등 초자연적 존재들이 횡행하는 곳이다. 단적으로 말하면 예수, 마리아 또 그 휘하의 성인이라는 쾌 힘ㅁ이 강한 새로운 ‘귀신‘들이 기존 ‘라인업‘에 더해진 것으로 비쳤을 터이다. **이교도들에게는 기독교의 신부나 수도사 등도 자신들에게 익숙한 같은 종류의 마술사였다.

교회로서는 예수와 사도 성인들의 가르침은 진짜 종교 religio이고 이교도의 것은 가짜인 사교 superstitio라는 것을 설명해야 했다. 예수는 같은 마술사 중 가장 힘이 강한 존재가 아니라 전혀 다른 종교의 믿음의 대상이라는 점을 설득해야 했는데, 그러기 위해 **다른 모든 종교는 허황되고 사악한 믿음, 곧 ‘악마적인‘ 믿음이라는 주장을 펼였다. 이는 ‘다이몬에 대한 해석의 변화로 이해할 수 있다.

과거 이교 신앙에는 다이모네스 daimones 혹은 daimon는 영적 세계와 물질세계를 매개하는 중개자였다. 그리스 세계에서는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선마 eu-daimon‘와 불행을 꾸미는 ‘악마 kako-daimon‘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기독교 기독교 신학의 틀 안에서 이전과는 다른 지위를 부여받아 **기독교적 악마 demon로 변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종교적으로 선과 악이 정리되자 기독교 시기의 로마제국 정부는 악의 편에 선 마술사들을 억압하는 조치를 취했다. 마술사들과 점쟁이들을 만나는 것을 금지했고, 특히 죽은 혼령을 부르는 마술 행위인 네크로만시 necromancy를 지극히 위험한 사술로 쳤다.

교회는 탄압과 교화ㅏ 두 방향으로 대응하며 자신을 정립해 갔다.


42-4쪽

**10세기까지 유럽 중심부는 **바이킹, 이슬람, 마쟈르족 등 강력한 외부 세력의 침략을 받아 큰 충격에 빠졌고, **질서가 근본적으로 흔들렸다. 그 결과 카롤링 제국 체제가 내부적으로 붕괴되고 있었다.

**중앙 권력이 약화되자 지방 귀족들 세력이 증대되었고, 이는 정치 측면뿐 아니라 사회와 경제, 종교 모든 면에서 혼란을 초래했다. 카롤링 왕조는 잘 조직된 기독교 공동체이고 이방인을 향한 전도 노력을 기울여온 체제로서, 한마디로 기독교 세계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성의 구현체였다. 종교계에서 볼 때 이 체제의 붕괴는 신의 응징이었다. 이런 시대에는 필경 사악한 세력이 등장한다.

그런데 후대 마녀사냥의 관점으로 좁혀볼 때 대단히 중요한 사항은 **악마 연회의 사실성을 부인했다는 점이다. 이 기록을 잘 살펴보면 밤에 육신이 실제로 이동한다고 믿으면 그것이 오히려 이단/이교의 증거가 될 만큼 단호하게 그 사실을 부인한다.


5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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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의 에티카>

/ 시는 섹스를 한다.


인간은 태어남의 순간으로 되돌아갈 수 없고
죽음의 순간으로 미리 달려갈 수 없다.
오로지 섹스만이 인간의 소관이다.

***섹스는, 키냐르식으로 말해 **태어남의 복습이고("자신을 만들어낸 행위를 떠올리지 않는 것이라면 어떤 이미지도 우리에게 충격을 주지 못한다"), *바타유 식으로 말해 **죽음의 예습이다("죽음은 현혹적이다. 그런데 에로티즘을 지배하는 것 역시 다름 아닌 그러한 현혹이다")

**인간의 내부에는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는 **심연이 있다. 그곳은 무섭도록 내밀하고 끔찍하게 격렬할 것이다. **나에게는 타자의 심연이, **타자에게는 나의 심연이 그러할 것이다. 그 *내밀함과 *격렬함이 *가시화될 때, 섹스는 우리가 **견딜 수 없는 어떤 것이 되어버린다.

**진실은 늘 고통과 더불어 오고,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는 진실을 외면해야 한다. 그래서 타자의 심연을 알고 있지만 모른 척할 때, 섹스는 ‘**상대방을 이용한 자위‘(지젝)에 불과한 것이 된다. **두 눈을 가린 채 키스를 하는 르네 마그리트의 <인인들>의 섹스가 그러할 것이다.

혹은 타자의 심연이 가시화되는 순간 이를 서둘러 덮을 때, 섹스는 섹스에 대해 고민하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어떤 것이 된다. 가시화된 각자의 심연에 잡아먹히려는 찰나,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의 부부들은 말한다. "집에 가서 섹스나 하자."

그래서 **섹스에 대해 잘 말하는 일은 어렵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일이기 때문이다. 섹스는 결합인데, 결합은 불가능하고, 불가능을 반복하는 일은 고통이기 때문에, 불가능을 은폐하기 위해 섹스를 한다. 섹스의 불가능성을 은폐하기 위해 섹스를 한다는 악순환.

***많은 텍스트들이 자신의 눈을 가리고 독자의 눈을 가리면서 키스한다. 많은 텍스트들이 "집에 가서 섹스나 하자"고 말한다. 섹스를 하지 않기 위해서 섹스를 하고, 섹스를 말하지 않기 위해서만 섹스를 말한다.


59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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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들이 정의의 이름으로 거행되고 있다. 온통 미개의 암흑에 둘러싸인 듯한 이 세계는 대체 어떤 곳인가?

*르네상스와 *과학혁명의 시기를 거치고 곧 찬란한 계몽주의의 빛이 온 세상을 환히 비춘다고 하는 근대 유럽의 중심 지역들에서 암흑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었다. **빛나는 문명의 이면에 야만의 심연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마녀의 잠정적 정의
1. 악마와의 계약(기독교 배교)
2. 악마와 성관계
3. 날아서 이동하는 능력
4. 악마가 주관하는 모임(사바스)에 참석
5. 사악한 위해의 행사
6. 아이 살해


34-5쪽

<마녀, 주경철>

/ 서문


마녀사녕은 유럽사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현상 중 하나다.

이웃집 아주머니가 알고 보니 오랫동안 악마와 성관계를 맺었고, 그렇게 하여 얻은 마법의 힘으로 사방에 병을 퍼뜨리고 폭풍우를 일으킨 마녀였다고 누군가 주장하면 믿을 수 있겠는가?

또 검은 염소 모양으로 변신하여 밤중에 산으로 날아가 마녀들 모임에서 어린아이를 잡아먹었다는 혐의로 누군가를 기소하여 화형에 처하는 일이 가능하겠는가? 현재 우리의 시각으로 보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근대 유럽에서 실제 이런 사태가 벌어져서 적어도 수만 명의 사람들, 특히 여성들이 끔찍한 고문 끝에 마녀 판정을 받고 죽음으로 내몰렸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이성의 빛, 세계의 진보를 거론하던 그 시기에 유럽 문명의 내부에서 왜 그런 참혹한 일들이 일어난 것일까?

한 가지 사실을 먼저 지적해야 할 것 같다. 흔히 마녀사냥을 중세 현상으로 오해하지만 사실은 **근대 초에 정점을 이루었던 사건이다. 

*르네상스 이후 찬란한 *문화의 빛이 되살아나고, *과학혁명과 *계몽철학의 결과 세계에 대한 **합리적 해석이 가능해졌으며, 조만간 산업혁명의 성과를 바탕으로 유럽이 세계의 패권을 장악하게 될 바로 그 시대에 그와 같은 *몽매한 일들이 일어난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근대 유럽의 긍정적인 측면과 *마녀사냥은 전혀 *별개의 현상인가? 그렇지 않다!

마녀사냥은 유럽 문명 발전의 궤적에서 한때 잠깐 일탈했던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 오히려 **문명의 내부에서 필연적으로 자라나온 현상이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 법, *근대 유럽에서는 *선과 악, 정의와 불의, 신성과 마성 등이 함께 규정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유럽 문명은 *마녀를 *필요로 했다. **최고의 선을 확립하고 지키기 위해 **최악의 존재를 발명해야 했던 것이다. 지극히 *엄격한 *기준을 세운 후 이를 어기는 세력을 **억압하기 위해 **권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동원하는 방식으로 **진리를 수호하려 한다는점에서 마녀사냥은 분명 서구 근대성의 측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마녀 현상은 실로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측면들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마녀 현상이 *장구한 연원을 가지고 *복잡한 진화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근대 마녀는 **고대와 중세 이래 지속되어 온 **‘마술magic과 연관되어 있다. 기독교 이전부터 전해져온, 혹은 기독교와 별개로 존재하는 다양한 종류의 미술이 강고하게 존속해 왔다. 교회와 국가기구는 **마술 요소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것들을 모두 **뿌리 뽑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7-8쪽


이 세상에는 알 수 없는 초자연적인 힘, 신비한 존재들이 있고 또 그들과 소통하는 특이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생각은 대개 어느 사회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오랫동안 유럽에서도 그런 태도를 지켜왔다. 점쟁이 혹은 민간 치료사 같은 사람들이 주류 종교의 관점에서 보면 다소간의 위험 요소들이 있지만 **일반 민중들의 삶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므로 **용인하고 넘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유럽 사회는 **서서히 이런 느슨한 태도를 버리고 특이한 방식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각종 마술을 **마법witchcraft‘ 이라는 새로운 종류의 **카테고리로 파악하고 억압하기 시작했다. 

**단지 알 수 없는 기이한 힘 정도가 이니라, 기독교에서 말하는 사탄 및 그 수하인 악마들과 연관된 사악한 힘으로 규정한 것이다. 결국 가혹한 고문과 처형이 뒤를 이었다.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이런 대처 방식이야말로 유럽 문명의 가장 특이한 현상 중 하나다.

 이런 일들이 벌어진 이유가 무엇일까? 
*교회가 권위를 제고하기 위해 교리상 혁신을 꾀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적을 규정한 것일까? 
*국가가 정당성을 확보하고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신민의 영혼을 장악하려는 계획이었을까? 
*남성 중심적 가부장 문화와 제도가 자리 잡아가는 과정에서 여성성 자체를 어압하려는 무의식적 공격의 발로였을까? 
*지방 권력투쟁 과정에서 벌어진 우연의 결과일까?


9쪽

현재 교과서적으로 언급되는 추산치는 ‘1400~1775년 사이 유럽과 아메리카 식민지에서 **10만명 정도가 기소되었고, 그중 5만 명 정도가 처형되었다‘는 것이다.

어느 지역에서 마녀사냥의 광기가 가장 심했을까? 역사상 벌어진 마녀사냥 중 **50% 정도는 신성로마제국 영토 내에서 벌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왜 어떤 곳에서는 마녀사냥의 광기가 극성을 부리고 왜 어떤 곳에서는 그러지 않았을까?


이 책에서 특별히 눈여겨보았던 것은 **민중 문화와 **엘리트 문화 간의 관계였다. 기본적으로 마녀사냥은 세속 당국과 교회라는 상위 기구가 일반 민중들의 종교적 오류를 바로잡겠다며 가한 억압의 성격을 띤다. 그렇게 본다면 지배 문화가 위로부터 규율을 강제하며 아래의 민중 문화를 공격해 들어간 흐름이라 할 수 있다. 실제 이런 방향을 마녀 현상을 설명하는 연구들이 많다. 그러나 이는 지나치게 일방적인 견해다.

마녀사냥의 주체가 전적으로 외부 세력만은 아니었다. 마녀재판이 성공하려면 주민들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누군가가 이웃을 마녀로 고발하고 여기에 필요한 증언을 해야 한다. 즉 공동체 내부의 갈등이 전제되어야 한다.

즉 공동체 내부의 갈등이 전제되어야 한다. 희생자들을 마녀로 몰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결국 이웃이었다! 마을 공동체는 순정하고도 다정한 세계이되 외부 혹은 상층의 힘이 이 공동체를 공격했다는 식의 접근은 지나치게 순진하다. 마녀사냥은 *국가와 *교회, *마을 공동체 간의 복합적인 관계 속에서 발전해 간 것이다.


*마법: 마력으로 불가사의한 일을 행하는 술벌
* 마술: 재빠른 손놀림이나 여러 가지 장치, 속임수 따위를 써서 불가사의한 일을 하여 보임. 또는 그런 술법이나 구경거리
*요술: 초자연적인 능력으로 괴이한 일을 행함. 또는 그런 술법

마술은 magic 마법 witchcraft


10-13쪽

***마녀재판에서 고문을 가하는 이유는 정말로 피고가 마법사*인지 **아닌지 알아보고자 하는 목적이 아니라,
그가 마법사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는 상태에서 다만 피고의 **자백을 끌어내기 위함이다.


1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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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운명을 이끌고 가는 것일까요,
아니면 운명이 우리를 이끌고 가는 것일까요?


3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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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노래했으니
겨울에는 춤이나 추렴


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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