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들이 정의의 이름으로 거행되고 있다. 온통 미개의 암흑에 둘러싸인 듯한 이 세계는 대체 어떤 곳인가?

*르네상스와 *과학혁명의 시기를 거치고 곧 찬란한 계몽주의의 빛이 온 세상을 환히 비춘다고 하는 근대 유럽의 중심 지역들에서 암흑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었다. **빛나는 문명의 이면에 야만의 심연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마녀의 잠정적 정의
1. 악마와의 계약(기독교 배교)
2. 악마와 성관계
3. 날아서 이동하는 능력
4. 악마가 주관하는 모임(사바스)에 참석
5. 사악한 위해의 행사
6. 아이 살해


34-5쪽

<마녀, 주경철>

/ 서문


마녀사녕은 유럽사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현상 중 하나다.

이웃집 아주머니가 알고 보니 오랫동안 악마와 성관계를 맺었고, 그렇게 하여 얻은 마법의 힘으로 사방에 병을 퍼뜨리고 폭풍우를 일으킨 마녀였다고 누군가 주장하면 믿을 수 있겠는가?

또 검은 염소 모양으로 변신하여 밤중에 산으로 날아가 마녀들 모임에서 어린아이를 잡아먹었다는 혐의로 누군가를 기소하여 화형에 처하는 일이 가능하겠는가? 현재 우리의 시각으로 보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근대 유럽에서 실제 이런 사태가 벌어져서 적어도 수만 명의 사람들, 특히 여성들이 끔찍한 고문 끝에 마녀 판정을 받고 죽음으로 내몰렸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이성의 빛, 세계의 진보를 거론하던 그 시기에 유럽 문명의 내부에서 왜 그런 참혹한 일들이 일어난 것일까?

한 가지 사실을 먼저 지적해야 할 것 같다. 흔히 마녀사냥을 중세 현상으로 오해하지만 사실은 **근대 초에 정점을 이루었던 사건이다. 

*르네상스 이후 찬란한 *문화의 빛이 되살아나고, *과학혁명과 *계몽철학의 결과 세계에 대한 **합리적 해석이 가능해졌으며, 조만간 산업혁명의 성과를 바탕으로 유럽이 세계의 패권을 장악하게 될 바로 그 시대에 그와 같은 *몽매한 일들이 일어난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근대 유럽의 긍정적인 측면과 *마녀사냥은 전혀 *별개의 현상인가? 그렇지 않다!

마녀사냥은 유럽 문명 발전의 궤적에서 한때 잠깐 일탈했던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 오히려 **문명의 내부에서 필연적으로 자라나온 현상이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 법, *근대 유럽에서는 *선과 악, 정의와 불의, 신성과 마성 등이 함께 규정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유럽 문명은 *마녀를 *필요로 했다. **최고의 선을 확립하고 지키기 위해 **최악의 존재를 발명해야 했던 것이다. 지극히 *엄격한 *기준을 세운 후 이를 어기는 세력을 **억압하기 위해 **권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동원하는 방식으로 **진리를 수호하려 한다는점에서 마녀사냥은 분명 서구 근대성의 측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마녀 현상은 실로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측면들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마녀 현상이 *장구한 연원을 가지고 *복잡한 진화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근대 마녀는 **고대와 중세 이래 지속되어 온 **‘마술magic과 연관되어 있다. 기독교 이전부터 전해져온, 혹은 기독교와 별개로 존재하는 다양한 종류의 미술이 강고하게 존속해 왔다. 교회와 국가기구는 **마술 요소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것들을 모두 **뿌리 뽑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7-8쪽


이 세상에는 알 수 없는 초자연적인 힘, 신비한 존재들이 있고 또 그들과 소통하는 특이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생각은 대개 어느 사회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오랫동안 유럽에서도 그런 태도를 지켜왔다. 점쟁이 혹은 민간 치료사 같은 사람들이 주류 종교의 관점에서 보면 다소간의 위험 요소들이 있지만 **일반 민중들의 삶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므로 **용인하고 넘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유럽 사회는 **서서히 이런 느슨한 태도를 버리고 특이한 방식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각종 마술을 **마법witchcraft‘ 이라는 새로운 종류의 **카테고리로 파악하고 억압하기 시작했다. 

**단지 알 수 없는 기이한 힘 정도가 이니라, 기독교에서 말하는 사탄 및 그 수하인 악마들과 연관된 사악한 힘으로 규정한 것이다. 결국 가혹한 고문과 처형이 뒤를 이었다.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이런 대처 방식이야말로 유럽 문명의 가장 특이한 현상 중 하나다.

 이런 일들이 벌어진 이유가 무엇일까? 
*교회가 권위를 제고하기 위해 교리상 혁신을 꾀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적을 규정한 것일까? 
*국가가 정당성을 확보하고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신민의 영혼을 장악하려는 계획이었을까? 
*남성 중심적 가부장 문화와 제도가 자리 잡아가는 과정에서 여성성 자체를 어압하려는 무의식적 공격의 발로였을까? 
*지방 권력투쟁 과정에서 벌어진 우연의 결과일까?


9쪽

현재 교과서적으로 언급되는 추산치는 ‘1400~1775년 사이 유럽과 아메리카 식민지에서 **10만명 정도가 기소되었고, 그중 5만 명 정도가 처형되었다‘는 것이다.

어느 지역에서 마녀사냥의 광기가 가장 심했을까? 역사상 벌어진 마녀사냥 중 **50% 정도는 신성로마제국 영토 내에서 벌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왜 어떤 곳에서는 마녀사냥의 광기가 극성을 부리고 왜 어떤 곳에서는 그러지 않았을까?


이 책에서 특별히 눈여겨보았던 것은 **민중 문화와 **엘리트 문화 간의 관계였다. 기본적으로 마녀사냥은 세속 당국과 교회라는 상위 기구가 일반 민중들의 종교적 오류를 바로잡겠다며 가한 억압의 성격을 띤다. 그렇게 본다면 지배 문화가 위로부터 규율을 강제하며 아래의 민중 문화를 공격해 들어간 흐름이라 할 수 있다. 실제 이런 방향을 마녀 현상을 설명하는 연구들이 많다. 그러나 이는 지나치게 일방적인 견해다.

마녀사냥의 주체가 전적으로 외부 세력만은 아니었다. 마녀재판이 성공하려면 주민들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누군가가 이웃을 마녀로 고발하고 여기에 필요한 증언을 해야 한다. 즉 공동체 내부의 갈등이 전제되어야 한다.

즉 공동체 내부의 갈등이 전제되어야 한다. 희생자들을 마녀로 몰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결국 이웃이었다! 마을 공동체는 순정하고도 다정한 세계이되 외부 혹은 상층의 힘이 이 공동체를 공격했다는 식의 접근은 지나치게 순진하다. 마녀사냥은 *국가와 *교회, *마을 공동체 간의 복합적인 관계 속에서 발전해 간 것이다.


*마법: 마력으로 불가사의한 일을 행하는 술벌
* 마술: 재빠른 손놀림이나 여러 가지 장치, 속임수 따위를 써서 불가사의한 일을 하여 보임. 또는 그런 술법이나 구경거리
*요술: 초자연적인 능력으로 괴이한 일을 행함. 또는 그런 술법

마술은 magic 마법 witchcraft


10-13쪽

***마녀재판에서 고문을 가하는 이유는 정말로 피고가 마법사*인지 **아닌지 알아보고자 하는 목적이 아니라,
그가 마법사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는 상태에서 다만 피고의 **자백을 끌어내기 위함이다.


18-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