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수학은 내게 고통의 근원이었다. 이렇게 어른이 되어 좋은 것 중 하나는 더 이상 수학 시험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여유가 생기자 수학과의 악연을 떨치고 싶은 마음에 스토리텔링 수학지도사 자격증도 따보고 관계회복에 나선다. 구체적인 부담이나 선입견 없이 수학을 만날 때 그 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 사고의 확장과 정확성에 도전하고 실생활에 적용하는 등 수학의 활용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발견한다. ‘일상적이지만 절대적인 생활 속 수학지식 100’은 짧은 글 100편을 담아 소개한다. 수리과학 교수인 저자의 영향으로 그의 가족들은 자주 이와 같은 수학적 질문을 주고받으며 대화를 즐긴다니 부럽다.
차례에 나열된 1번부터 100번까지 제목만 보아도 흥미롭고 호기심을 끈다. 처음부터 읽어나가다 더 빨리 읽고 싶은 항목을 찾아가며 읽기도 했다. 원숭이들이 무작위로 타자를 쳐서 셰익스피어 전집과 일치하는 문자열의 양을 관찰하는 실험이 눈길을 끈다.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원숭이들이 찍어낸다니 그 발상과 시도가 대단하다. 미루어 추측컨대 원숭이 떼가 셰익스피어 전집을 만들어내는 것은 시간문제에 불과하다는 결론이 섬찟하기도 하다.
‘뫼비우스 띠의 창발성’도 눈길을 끈다. 어떤 이유인지 나는 뫼비우스 띠를 좋아한다. 롤러코스터 그림책의 독후활동으로도 뫼비우스 롤러코스터 만들기로 정하고 미리 작업해보고 아이들과도 즐거웠다. ‘창발성’의 개념이 선명하게 이해되지 않아 몇 번을 다시 읽어보았다. 다행히 마지막 설명에서 그렇구나 싶다. 이어붙인 정사각형들은 모두 앞면과 뒷면이 있다. 그러나 양 끝을 꼬아서 붙인 뫼비우스의 띠는 면이 하나밖에 없다. 이 예에서도 전체는 부분들이 지니지 않은 속성을 지닌다.(81쪽)
‘우주까지 도달하는 종이접기’도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킨다. A4용지 반으로 접기 7번을 해낼 수 있다면 좋겠다. 공간과 시간의 개념 자체가 해소되기 시작하는 지점은 과연 어떨까 상상해보며 다음 이야기로 넘어간다. ‘쉬운 문제와 어려운 문제 구분하기’도 재미있다. ‘동어반복의 마법’은 추리퀴즈같다. 하나의 주제마다 몰입하다보면 훌쩍 시간이 지나있고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거나 이해하려고 애쓰는 자체를 즐기게 된다. 다른 수학지식 100 시리즈들도 탐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