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뭉클한 한 소년의 성장기

니노의 강아지 ㅣ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39
안톤 판 헤르트브뤼헌 그림, 에드바르트 판 드 판델 글 / 지양어린이 / 2016년 1월

‘니노의 강아지’는 얼마 전 ‘얼음 왕국 이야기’라는 인상적인 그림책으로 만나본 지양어린이 출판사의 새로운 책이다. 세계 명작 그림책 시리즈 중의 한 권으로 표지 그림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주인공 니노인듯한 아이가 바위 위에 혼자 앉아있다. 바로 뒤에는 지붕이 뾰족한 집이 보이지만 안락해 보이지는 않는다. 니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본다.

니노는 강아지를 가져본 적이 없지만 마음속의 강아지를 가지고 있다. 상상 속의 강아지는 늘 니노와 함께 한다. 니노가 달리거나 할머니를 만나거나 낚시를 할 때 상상 속의 강아지는 활발하고 거침없이 행동한다. 니노가 듣는 것이면 무엇이든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능력을 가졌고 니노의 눈물조차 좋아한다. 상상속의 강아지는 아빠와 떨어져 지내는 니노가 의지할 수 있는 특별한 대상이다. 그리고 니노 외에는 아무도 그 강아지를 볼 수 없다.

그러나 새 강아지가 생긴 이후로 니노도 더 이상 상상속의 강아지를 볼 수 없게 된다. 새 강아지는 상상속의 강아지와 함께 누렸던 교감을 나누지 못한다. 함께 뛰며 용기를 주거나 눈물을 씻어주며 위로하거나 아빠의 목소리를 그리워할 때 곁에 있어주지 못한다. 그럼에도 니노는 불평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 괜찮아요.’라고 말한다. 이유는 마음 속에 한 번도 가져본 적 없고 실제로 본 적도 없는 수많은 동물들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다음 장면에는 환한 대낮에 니노가 떠올린 많은 상상 속의 동물들이 먹색으로 등장한다. 그 동물들은 사라지지 않고 마지막 페이지인 한 밤 중에도 그대로 보인다. 상상의 세계가 더 쉽게 확장되는 밤의 시간에 기린이나 곰은 무한히 커진다. 상상 속의 강아지는 곁에서 함께 잠들고 사진 속 우주선도 하늘을 난다.

몇 번이고 처음부터 다시 보게 되는 그림책이다. 전체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찾아 볼 때마다 새로운 것들을 발견한다. 니노의 방에 붙어있는 우주선과 행성의 사진들, 지구본과 로봇에서 니노가 동경하는 세계를 추측해본다. 아빠가 등장하는 장면의 홍학들은 무엇을 상징할지 궁금해진다. 그 장면의 이국적인 탈이 니노의 방에서 다시 눈에 띈다. ‘다 괜찮아요’하는 니노가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러나 외로워 보이는 소년이 상상속의 얼룩말을 쓰다듬는 모습에서 독자도 안심하게 된다. 니노와 함께 슬퍼하고 마지막에는 서서히 맑아지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한다.

딸에게 책을 읽고 어떤 느낌이 드는지 적어보라고 했다. 아이는 “상상력이 대단한 친구인 것 같다. 온갖 동물을 상상하는 모습이 신기하다. 나도 상상 친구나 상상 동물을 만들고 싶다.”고 썼다. 처음에는 어둡고 우울한 톤의 책이라고 생각했기에 니노가 불쌍해 보이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태연하게 대답한다. “동물 친구들이 많아서 슬퍼보이지 않는데..!”라고. 다시 책의 표지를 보았다. 바위 위에 혼자 앉아있던 것처럼 보였던 니노 앞에 꼬리를 흔드는 상상속의 강아지 모습이 보인다. 니노는 아름다운 상상 속에서 자유롭게 성장해갈 것이다. 모든 것을 불구하고. 그리고 어느 날 멋진 꿈을 이룬 당당한 어른이 되어 또 다른 많은 어린 니노에게 용기를 주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