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지만 완벽한 상상 친구 책꿈 1
A. F. 해럴드 지음, 에밀리 그래빗 그림 / 가람어린이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나에게도 상상 친구가 있었을까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어렴풋이 기억이 날 것도 같다. 잠이 들지 못하던 한밤중에 아롱져보이던 작은 요정들도 상상친구일까? 책을 읽다보면 누구나 아이때 자신만의 상상친구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되고 그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인것 같다.

책 표지그림이 독특하면서도 눈길을 끌었다. 어둠처럼 까만 바탕에 화사하게 코팅된 제목은 앞으로 펼쳐질 상상의 세계를 충분히 기대하게 만들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사랑스럽고 아기자기한 상상의 나라를 표현한 작품일 것이라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진지한 분위기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루거는 아만다의 상상친구다. "루거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만다뿐이었다. 루거는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없는 오직 아만다의 친구였고, 루거는 그 사실이 기분 좋았다.(26-27쪽)" 루거는 아만다의 눈에만 보이지만 아만다의 엄마는 딸의 상상놀이를 인정하고 허용해준다. 어느날 낯선 방문객이 찾아오고 돌연 공포영화같은 장면이 이어진다. 책장을 넘기면서 희 책장과 까만 장면을 교대로 만나다가 맞닥뜨린 무서운 소녀의 모습에 간담이 서늘해졌다.

낯선 방문객인 번팅씨와 소녀는 마지막까지 루거를 집요하게 쫓는다. 상상친구, 즉 허상을 잡아먹을 때마다 수명이 1년씩 늘어나기때문에 먹잇감을 액체로 녹여서 먹는 번팅씨. 그를 피하다 아만다는 사고를 당하고 루거는 아만다를 다시 만나기 위한 힘겨운 길을 걷는다.

'루거는 사라지고 있었다. 그를 생각하고 기억하고 상상하고 진짜로 만들어 줄 아만다가 없어서 서서히 없어지는 중이었다. 루거는 잊히고 있었다. 소멸하고 있었다. 증발하고 있었다.(102쪽)" 루거는 아만다를 꼭 찾아야만 했다.

상상력은 또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낸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장치들은 풍성하고 신비로운 상상이 구체화되는 멋진 무대다. 소멸이 시작되는 조건이나 번팅씨의 끝없이 펼쳐지는 입, 소멸의 냄새, 사라짐은 곧 세상에서 분실된다는 것, 상상력으로 만들었졌기 때문에 도서관을 허상들의 오아시스라고 부르는 것, 거울을 통해서 보기 등이다.

어려움을 무릅쓰고 친구를 되찾기 위해 용기있게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루거에게 박수를 보내게 된다.

딸의 상상친구인 루거가 엄마의 상상친구였던 늙은 개를 만나는 장면이나  엄마가 어린시절 자신의 상상친구와 재회하는 장면 등은 감동적이다. 지금은 한 아이의 엄마이지만 오래전엔  자신의 소중한 친구였던 사람을 언제까지나 생각하며 그녀의 행복을 묻고 자신도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전해지며 독자도 애틋해진다.

마음이 설레이는 아름다운 표현들도 빼곡하다.


"사람들에 관해 남는 건 사진밖에 없었다. 그건 기억이기도 했다. 상상력에는 끝이 있다는 걸 루거는 잘 알았다. 기억은 잃어버린 진짜 사람을 붙잡는 것만으로도 버거워서 허상까지 붙잡을 수는 없다. 루거는 자신에 관해서도 남는 것이 있다는 게, 아만다가 직접 만든 그 사진이 있다는 게 기뻤다. 왜냐면 언젠가는 아만다가 자신을 잊을 거란 걸 알기 때문이었다.(280쪽)"

비밀스런 공동의 추억 속에서 함께 성장해가던 아름다운 유년의 추억, 그 친구들을 그리며 따뜻한 감사의 마음을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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