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렇게 아픈데, 왜 그대는 그렇게 아픈가요 - 시가 먹은 에세이
김준 지음 / 글길나루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에세이를 즐겨 읽는 편은 아니다. 밑도 끝도 없는 감상과 매끄럽게 지속되는 글들이 어떤 때는 너무 피상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시인으로 알려진 작가의 시집도 읽어보지 못했다. 아련하고 깊은 느낌을 주는 책의 표지를 한참 들여다 보다가 책을 펼쳤다.

오랫만에 읽는 에세이집을 어제 밤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새벽 2시까지 읽었다. 그리고 아침에 다시 마저 끝냈다.


5살 어린 소년이 맞은 엄마의 죽음은 마음이 아파서 글을 눈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가는데 엄마의 이야기, 할머니, 처음으로 누나라고 불렀던 여공, 아버지, 그리고 함께 산에 가기를 원했던 한 사람의 이야기들이었다.

그들의 죽음과 이별, 그것들을 대하며 무엇이라고 이름붙히기도 힘겨운 감정들과 처연하게 맞서는 모습을 5살 소년은, 고등학생이고 대학생이 되는 그 소년은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어린 아이가 겪어내고 있는 시련이 너무 생생해서 가슴 한복판이 먹먹하고 내내 얼얼한 채 읽었다.

맑은 마음과 자존심으로 마치 콩쥐팥쥐 속에 등장하는 듯한 새어머니를 견뎌내는 것을 보며 이런일도 실제 있구나 싶었다.

"내가 갖지 못한 많은 것 중에서 제일 부러운 엄마란 이름이 내겐 보고픔으로 오늘도 고여서 비가 되려나 보다.(21쪽)"

아이는 시인이다. 아마도 시인이어서 견뎌낼 수 있었을거다.


햄버거 가게의 지배인이었던 그녀가 산에서 돌아오지 못하게 된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아, 이건 정말 너무하는구나..'라는 말이 나왔다.

많은 단어가 계속해서 반복된다. 아프다, 슬프다, 눈물이 난다, 보고싶다, 사랑한다, 버린다, 운다....

작가의 마음속이 그대로 드러나는 말들, 계속해서 쓸 수 밖에 없는 말들이다. 달리 무슨 말을 쓸 수 있을까, 그나마 이런 말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깊은 곳에서 길어내는 문장들, 생소한 문장들이 물처럼 바람처럼 흐르고 흘러나간다.

흘러나가게 내버려 두다보면 중간 중간 시를 만나고 다시 슬퍼진다.

이렇게 착하고 아픈 사람을 또다시 어이없게도 100일이 넘는 조사를 받게하고  재판정에 세운다. 가둔다.

답답하다. 카프카의 '소송'이 떠오른다. 부조리하다. 문학보다 삶은 더 부조리하다.

'모은다'에서는 그가 모으던 우표, 동전, 신발, 영화, 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내가 좋아하던 영화 'if only'가 반갑다.

특히 인상깊은 구절을 발췌하기 어려울 정도로 한 줄 한 줄이 아름답고 깊은 여운을 남긴다.


작가의 진심이, 과장하지 않았지만 반복할 수 밖에 없는 진심이 가득 베어 있어서 그런것 같다.

책을 읽으며 마음이 아팠지만 마지막에는 그러한 슬픔조차 해소되고 마음이 깨끗해지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된다.

올곧은 마음의 힘인것 같다.

그가 이제는 슬픔 없이 행복하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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