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겐슈타인, 두 번 숨다 탐 철학 소설 19
황희숙 지음 / 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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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에 대한 책을 문고판으로 몇 권 읽었던 기억은 있지만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었다. 난해한 그의 이야기를 글자해독 수준으로 훑으며 다음을 기약했을 것이다.

 

탐 출판사의 청소년을 위한 탐 철학 소설 시리즈는 처음 만나보게 되었다. 내신점수나 공부로서의 철학 이해하기가 무의미하고 형식적이지만 피할 수 없는 과정으로 스쳐가는 것을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데 나와 같은 고민과 상황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로 철학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은 소중하고 유익한 기회를 선물받는 것과도 같다.


 주인공은 기타 연주자나 소설가가 되고 싶지만 부모님과는 진로의 갈등을 겪고 있는 중학교 2학년 상우다. 상우가 답답함을 토로하는 장면이 우리집과 똑같아서 이 대목을 아이들에게 읽어주었다.때때로 스마트폰을 압수당하고, 컴퓨터에 암호가 걸려 있어서 접근조차 원천 봉쇄되어 있다는 것인데 우리집엔 TV도 없다. 아이들은 동질감을 느끼며 호기심을 보인다.

또 한명의 주인공은 상우의 외할머니 강지효다. 외할머니의 유품상자에서 할머니의 청갈색 노트가 발견되고, 그 노트를 읽어나가며 상우는 할머니가 비트겐슈타인을 알아가는 여정을 쫓게된다.


지효가 등장하는 과거와 상우가 등장하는 현재가 교차하는 구성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미국 유학중이던 할머니 지효가 대학시절에 비트겐슈타인을 만나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영국의 캠브리지 대학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러셀 등 같은 시기의 명사들을 만나지만 그는 자취를 감춘 후다. 하지만 다시 그를 찾아가고 만나서 그의 삶과 철학, 작품에 대해서 공부하고 알아가는 과정, 유대인으로서 비트겐슈타인이 처했던 시대적인 고통,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고 자신에게 엄격하고 성실함으로써 철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그의 인간적인 면모들을 한편의 영화처럼 이해하게 된다.

초기의 주요 작품 논리-철학 논고에서 말하는 언어의 그림 이론, 말놀이, 가족유사성, ‘파리에게 그것이 들어가 있는 유리병으로부터 나오는 길을 보여주는 시도를 하는 것이라는 그의 후기 철학까지 스토리 안에 녹아져 있어서 그의 사상을 약간이나마 맛볼 수 있다.

그를 알아갈수록 그에게 매료되고 존경하게 되는 지효의 마음은 독자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비트겐슈타인의 삶에 감동할 수 있을 것이다.


 후반부에 상우와 누나가 카톡으로 나누는 글은 나의 앞날, 진로를 고민하는 누구나 귀기울일만한 진지한 성찰이 담겨있다. 또한 다음의 마지막 문장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비트겐슈타인은 천재로서 그의 의무를 다했다. , 상우는 평범한 중학생이지만 내 의무를 찾아내서 다 해내고 싶다. 내 가슴안에 있는 신, 나의 양심이 보기에도 흡족하도록.”

 

비트겐슈타인 소개와 생애에 대해 실려있는 부분과 특히 읽고 풀기는 비트겐슈타인 철학의 요점을 짚어줌으로 책을 읽는 청소년들이 다시 한 번 스스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철학소설 시리즈를 통해 어렵고 낯설게 분리되어 있는 철학이 아니라 나의 삶 속에서 한층 친근하게 영향을 끼치고 성장시킨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같다.

    

책 속 인상깊은 문장

*유머는 기분이 아니고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지.(147)

*내 머리 안에서 태양이 빛나는 짧은 기가 동안 건초를 만들고 싶다.(151)

*그들에게 전해 주게. 나는 멋진 삶을 살았다고.(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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