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인의 청소년 걸작선은 믿고 찾아보는 시리즈이며 신간도서는 항상 기대하고 기다리게 된다.
아이들에게 늘 권하게 되고, 아이들이 많이 읽었으면 싶은 책들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새로 출간된 '나를 돌려줘'의 원제는 <Reality Boy>다.
관심을 요구하는 한 분노조절장애 소년의 외침이 들리면서 어떤 아이일까 궁금했다.
리얼리티 TV쇼에 춣연해서 시청자들의 인기를 얻었던 가정이 있다. 그 중에서도 5살 제럴드가 주인공이다.
마치 트루먼 쇼처럼 아이의 모든 일상은 카메라에 잡힌다. 또한 의도된 대로 편집, 방송된다.
나도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그램을 즐겨 봤었던 기억이 난다. 늘 어려움이 있는 아이와 그 아이로 인해 생활이 불안정한 가족의 구성원들을 대비시키고, 아이의 일상은 고스란히 전달되었던것 같다. 보기에 불편한 정돈되지 못한 감정들과 고민이 그대로 전해지면서 흠뻑 몰입하게 되고, 아이의 보호자에게 늘 감정이입되곤 했었다.
어느정도 아이때문에 힘겨운 가족의 시선으로 함께 아이를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아이의 일거수 일투족을 따라가는 카메라의 시선을 치밀하고 전문가적이며 훌륭하다고 늘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일이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 가족의 입장이 아니라 5살 아이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이 트라우마가 10년이 지나도록 얼마나 생생하게 남아서 매 순간 아이의 삶에 상처를 낼 수 있는지 처음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TV쇼 자체만으로 이런 잔인함을 완성시키는 것은 아니다. 너무나 특별한 가족 구성원의 상황들이 아이에게는 더욱 치명적이었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부모의 무책임함과 감정적이고 이기적인 대응들이었다. 무자비한 언어폭력과 끝없이 건드려지는 상처, 직접적인 신체적 위협과 이해 불가능한 엄마의 편애, 그리고 합리화들...
읽을수록 안타깝고 마음이 무거워졌다.
잘못된 아이는 없다, 잘못된 부모가 있을 뿐이다라는 말도 떠올랐다.
이런 상황에서도 구원은 있을까?라는 질문을 끝없이 하면서 읽었다.
그리고 살아남기 위한 상상속의 도피처 '제럴드 데이'를 만들어낼 수 밖에 없었던 제럴드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읽는 내내 조마조마했던 것은 제럴드가 안좋은 선택을 할까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불구하고 제럴드는 조금씩 성장한다. 전신을 꽁꽁 감았던 랩을 풀어낸다.
더 이상 제럴드 월드로 도망치지 않고 현실에 발을 붙힌다. 게다가 엄마를 이해하기까지 한다.
함께 상처를 인정하고 보듬을 수 있었던 친구 한나는 깊은 어둠에서 제럴드를 끌어내준다. 함께.
"그녀가 나를 쳐다봤을 때 그녀는 시청자의 반대편에 있었다. 그녀는 '내 안'을 볼 수 있다. 그녀는 나를 '미래까지'보게 만들었다. ...(중략)
제럴드데이 같다. 하지만 훨씬 더 좋다. 이건 현실이니까.(382쪽)"
나는 어떤 부모이며 어떤 어른인가도 돌아보게 된다.
이렇게 밝은 엔딩을 축복처럼 읽을 수 있게 해 준 작가에게 감사의 편지라도 쓰고 싶은 마음이었다.
필요한 것을 요구하고 성취한 제럴드, 그토록 큰 고통을 의연히 이겨낸 제럴드가 멋지다.
이런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함께 구원해낸 제럴드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우리 안의 모든 제럴드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