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서점의 대형 팬시 문구 코너를 들릴 때마다 눈에 확 띄는 제토이. '와, 정말 화려하고 예쁘네'라는 생각을 하면서 한참을 쳐다보곤 했었다.
그 제토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컬러링 북을 만나게 되어서 날아갈 듯 기뻤다.
작년에 미술심리 자격증 과정을 들으면서 컬러링의 치료적 효과에 대해서 배우게 되었다. 어르신들에게, 부모님께도 컬러링북을 선물하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새롭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얼마 안있어 컬러링 북이 유행처럼 번져나가며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지금은 분야별로 너무나 다양하게 나와 있어서 선택의 폭이 그만큼 넓고, 한 권을 고르기 위해서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게 되는 것 같다.
컬러풀 제토이는 나를 위한 첫 번째 컬러링 북이어서 의미가 깊었다.
사실 여러 서평단에 신청해 보기도 했는데 모든 곳에서 전멸이었다. '나도 색칠해 보고 싶다!!'는 열망으로 신청했던 북카페에서 이렇듯 선물처럼 받게 되어 정말 신이 났다.
각 장마다 고양이는 미리 채색이 되어있어서 나같은 컬러링 스타터에게는 안성맞춤이었다.
사실 나는 미적 감각, 색채 감각도 떨어지고 떨어진 감각을 올리려는 의지도 별로 없다.
게다가 소심해서 색을 선택할 때마다 안절부절...
결과물이 엉뚱하게 나오면 '얼마든지 작품이 될 수 있었는데 내가 망쳤구나'라는 자책으로 그 하루의 나머지 시간은 우울 모드로 급변하게 될 것이 눈에 보였다.
그러니 주인공 츄츄는 채색이 되어 있는것이 나를 도와주는 것이었다.
우아하고 품위있고 때론 시니컬해 보이는 고양이 츄츄는 상념에 젖어 페이지마다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 내고 있다.
나는 그분의 분위기에 잘 어우러지게 색을 입혀 나갔다.
컬러링을 하면서 '색칠하기'라는 단순한 행위가 무한대로 확장되는 경험은 확실히 힐링의 조건이 되는 것 같다.
오만가지 상상을 하면서 말도 안되는 이야기의 파노라마가 동시에 펼쳐진다.
'그래, 고양이야~! 너는 이 디저트 뷔페에서 어떤것을 가장 좋아하니? 잎까지 달린 사과도 있네..
뭐라고? 초콜렛 코팅을 해달라고? 알았어. 사과에 다크 초콜릿을 입혔다. 쥬스는 뭘로 준비할까?'
바쁘다 바빠...고양이와 대화하며 색칠하며 그 분위기에 푹 빠져 진수성찬을 차려내고 싶은 욕심까지 가세한다.


내가 가장 맘에 들었던 페이지는 동그란 안경을 쓴 츄츄가 꽃 속에 파묻혀서 '데미안'을 읽고 있는 장면이다.
(어짜피 나의 상상으로 완성되는 세계이므로 나는 데미안을 읽히고 싶다.)
방안에 책탑을 쌓아놓고 주변은 아무 아랑곳 없이 책 속에 푹 빠져있는 장면..
나도 늘 이렇게 하고 싶다. '제발 책 사이에 연필 꽂지 마~'라는 남편의 잔소리도, 책좀 그만사, 책좀 정리해, 엄마 책들 때문에 내 참고서 방바닥에 놔야 되잖아..매일 택배로 책이 오게 하면 어떻할려고 그래?...
이런 모든 말을 뒤로하고 책을 쌓고 싶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메모지를 보라...나의 악필로 흘려쓴 단어들, 페이지, 인상적인 구절, 살 책 목록, 치워도 정리해도 끝없이 생산되는 나의 메모들이다...
정말이지 영감 충만한 장면이다.
낭만 고양이 츄츄와 나만의 데이트를 즐기는 시간!
단, 나처럼 힐링과 스트레스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될 수 있을 경우에는 왼편의 연습 페이지를 활용하면 된다.
친절한 배려가 힐링 쪽으로 치우치게 돕는다.
두근두근 또 한번의 데이트를 해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