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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다, 드디어 알을 낳다! (양장) ㅣ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13
줄리 파슈키스 글.그림,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5년 5월
평점 :
탄탄한 양장본의 표지는 밝은 노란색과 파랑, 빨강등 원색이 조화롭게 채워져있다.
꽃과 나비들,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 꾸다가 날아가는 나비를 바라보고 있다.
제목을 보면서 꾸다는 과연 어떤 아이일까 궁금한 마음이 든다.
면지에는 다양한 패턴들이 그려져있다. 이 패턴은 무엇을 의미할지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언제나 알을 낳는 친구들, 하나와 두나 그리고 다나는 규칙적으로 알을 낳는다.
안나는 알을 낳지 않지만 수탉이므로 '꼬끼오'만 잘하면 된다.
친구들은 꾸다가 알을 낳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자기들끼리 이야기한다.
'...구름만 쳐다본다니까.' '...그냥 꿈속에서 사는 애야.'(본문 중), 아랑곳하지 않는 꾸다..
이제 말을 하기도 한다.
'넌 왜 노력도 안 하니?'
그리고는 점점 감정을 싣는다.
'왜?' '도대체 무슨 까닭이야?' '정말 왜 그러는 거니?'
친구들은 자기들과 다른 꾸다가 마땅치 않다.
꾸다의 대답은 '(중략) 민들레 꽃술 그리고 깊은 밤 푸른 하늘 때문이야.'
정말 아름다운 시인의 눈과 마음을 가진 닭이었다.
하지만 친구들은 꾸다를 이해하지 못한다. 꼬박꼬박 알을 낳는 자기들과 다르니까.
나와 다르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불편하니까.
'도대체 무슨 소리야?' '쟤는 그냥 게으른 거야.'판단하고
'너도 한번 알을 낳아봐. 좋아할 지도 몰라.'설득하고
'노력이라도 해 보면 안 돼?'같아지려는 노력조차 안한다고 비판한다.
꾸다는 잠깐 생각을 하더니 둥지로 올라가 마침내 알을 낳는다.
권유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해서.
그런데 꾸다가 낳은 알은 지금껏 꾸다가 사랑한 아름다운 세상이 그대로 담겨있는 놀랍고 멋진 알이었다. 꾸다의 삶이 녹아져 있는 작품이었던 것이다.
꾸다는 다시 땅을 보고, 하늘을 보며, 예쁜 색깔을 볼때 행복해한다.
물론 알은 많이 낳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꾸다가 낳은 알은 정말 특별했다고 한다.
이 책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색채, 자유 분방하게 펼쳐지는 수채화의 선들, 무엇보다도 닭이 이렇게 예뻤었나 싶은 생동감있고 아름다운 묘사가 책 읽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또한 읽을 때마다 다양한 이야기가 투영된다.
자유로운 영혼 꾸다는 천방지축 둘째 아이를 떠오르게 했다. 늘 기발함의 극치를 달리며 성격유형검사에서 '뚜렷한 예술가형'이라는 결과지를 들고 오는 아이다. 그런데 꾸다의 친구들처럼 자를 들고 규칙을 만들고 싶어하는, '지금 해야 할 것'목록을 제시하고, '9살에 꼭 해야 할 것'이라는 책, '10살에 꼭 해야 할 것', '11살에 꼭 해야할 것'...을 매년 바꿔주는 나 자신이 부끄럽게 생각되었다.
천성이 발랄해서 이정도지만 많이 위축된 것이 사실이다.
비난의 어조를 담아 '엉뚱이'라는 별명을 붙혀줬으니 말 다했다. 이 사랑스런 책을 읽으며 마음이 아파온다.
그래도 꾸다처럼 다른 사람의 시선에 게의치 말고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일, 자신이 사랑하는 일들을 힘있게 선택해 나가기를 기도한다.
모든 어린이들이 그럴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란다.
꾸다가 낳은 알은 부활절 달걀이 생각났었는데, 마지막 장에 부활절 파티의 행복한 추억을 담아 만들었다는 글귀가 있다.
부활절마다 달걀을 준비해서 예배 후에 명동에 나가서 나눠주던 딸들의 모습도 생각나며
뜻깊고 소중한 시간을 선물해 준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