냅킨 노트 - 마음을 전하는 5초의 기적
가스 캘러헌 지음, 이아린 옮김 / 예담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엄마가 생각났다. 당신의 아이들에게 콩깍지 씌워지셔서 지금까지도 열렬하신 엄마는 내가 초등학생일때부터 이 일을 하셨다. 엄마는 지금도 자녀들에게 손글씨 메모와 편지를 쓰고 계시다. 물론 넵킨은 아니고 글씨를 쓸 수 있는 모든 종이, 심지어 여의치 않을 때는 뒹구는 종이박스를  찢어서 쓰시기도 한다. 지금은 손주들에게도 이어진다. 때로 귀찮게 생각할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감사하고 소중할 따름이다. 따뜻한 도시락과 냅킨 메모를 늘 받아왔던 사람으로서 그것을 이어받아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행동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이 책을 만나며 다시 한 번 마음을 굳히는 계기가 되었다.

책 표지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귀한 앨범 같기도 하고 만져지는 촉감조차 차분하게 해주는 듯했다.


아직 젊기만한 나이에 암 진단을 받은 저자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 특히 너무나 소중한 딸 엠마를 위해서 전투같은 하루 하루를 살아내는 이야기다. 그의 상실감과 절망 분노를 당사자가 아닌 이상에야 누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까 안타까왔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러한 슬픔 가운데 갇혀있는 것이 아니라 그 슬픔 속에서 빛나는 기쁨, 긍정과 믿음으로 선택한 행동을 이야기한다. 또한 자신의 가족을 넘어서 더 많은 사람들을 배려하고 생각하는 선한 영향력의 힘을 보여준다. 저자가 선택한 것은 엠마를 위한 도시락을 준비하고 그때 함께 넣는 냅킨에 딸을 위해서 '오늘의 한마디'를 적는 것이었다. 지금도 이것은 계속되며 그 뿐 아니라 스스로에게 약속한다. 엠마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아빠의 냅킨 노트를 받게 하겠다고. 그는 그 날수를 계산하여 미리 826개의 냅킨 노트를 준비한다. 딸에 대한 아빠의 극진한 사랑이 책의 도처에서 뭉클함을 준다. 어린 나이에 아빠의 병 때문에 상처 받았을 엠마는 사려깊은 딸, 누구보다도 성숙한 인격으로 성장해가는데 그 또한 감동적이다.


짧은 분량의 에피소드들이 이어지는데 많은 것을 생각하며 스스로를 반추하게 한다. '길 잃은 자의 여유'에서 길을 잃을 때마다 '길 찾기'보다 '길과 친해지기'가 더 필요하다는 사실에 공감하게 된다. 그가 처음 괴팅겐 거리에서 길을 잃었을때의 교훈을 대학 도서관에서, 웨이터로 아르바이트를 하던 레스토랑에서 적용한다. 하지만 모든 길을 미로로 만들어 버린 암에 맞닥뜨려 그는 말한다. '이 안에서조차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87쪽)', '그렇기에 농부가 매일매일 밭에 물을 주고 해충을 잡듯이 희망과 행복 또한 꾸준한 보살핌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습관처럼 행복해야 한다는 얘기다.(88쪽)'라고.


저자가 딸을 위해 선택한 그의 영혼이 담긴 하나하나의 문구들은 독자의 마음문을 두드리고 몇 번이고 되뇌이게 한다.

엠마의 1년 수업 일수이자 도시락 가방에 적어줄 냅킨 노트의 1년치 분량인 180이라는 숫자.

"우리에게는 냅킨 노트를 적어줌으로써 아이에게 영감을 주거나 생각을 형성하게 하고, 마침내 그것이 삶의 지혜로 굳어지게 만들 수 있는 180번의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144쪽)"

나는 아이를 지적하고 판단하고 나무라기 전에 아이를 위해 이렇게 손을 내밀며 간절하게 노력해 본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당신 자체만으로도 충분하다. 다른 누군가에게 애써 증명해 보일 필요는 없다.(146쪽)"

이런 메모를 받은 아이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이 부모의 완전한 신뢰와 지지를 의심하지 않게 될 것이다. 책의 후반부에 "엠마가 사랑하는 냅킨 노트 다섯 장"을 보면 엠마가 얼마나 아름답고 훌륭하게 자랐는지 눈이부실 지경이다.

사랑만이 모든것을 해내는것 같다. 선행학습이 아니라...


에필로그에서 그려지는 저자의 상상이 꼭 실현되기를 기도한다. 내게 주신 사람들, 나의 시간들 일 분 일초, 이 모든 것들을 새롭게 바라보며 매너리즘에 빠져 낭비하지 않도록, 매일이 기적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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