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도 - 관점을 뒤바꾸는 재기발랄 그림 에세이
김수현 글.그림 / 마음의숲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예쁜 책이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예쁘다. 표지도 서체도 그림체도 예쁘다.

쓰여진 이야기 하나 하나, 선택된 그림 한장 한장에 작가의 정성과 깊은 사고의 시간이 들어갔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앞에서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어느 면을 펼쳐도 눈길을 끌고, 이야기는 독자에게 무수한 상념의 단초를 제공한다.

나도 모르게 과거와 현재, 미래의 바램을 넘나들며 한참을 빠져들게 한다.

그러다 보면 위로받기도 하고, 소탈하게 웃게도 되며, 작가와 또는 나 자신과 끝없는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 띄어쓰기의 중요성을 삶에 적용시키는 재치.

"삶이 빽빽하게 적힌 문장 같다면 TV를 끄고, 핸드폰을 치우고, 시끄러운 곳을 떠나

오직 휴식을 위한 삶의 공백을 만들자(82쪽)"

우리의 시간을 점령할 매체들, 도구들이 사방에 잠적해 있다. 나의 시간을 모두 할애하다보면, 정작

나 자신에게 할애해줄 시간은 남지 않는다. 오직 휴식을 위한 삶의 공백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생각해본 적도 별로 없고, 늘상 지쳐있고, 늘상 쫓기는 듯하고, 늘상 뭔가 충분히 못한 듯한 죄책감이나 눈치보기에서 벗어나 온전한 휴식을 경험해 보아야 겠다.

경험해 보지 않으면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칠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휴식, 내면의 나까지 만족할 만한 휴식은 어떤 것일까를 찾아보는 작업도 필요할 것이다. 생각은 꼬리를 문다. 생각하는 자신을 놓아둘 줄 알아야 한다.

 

<핸드폰의 아이러니>-핸드폰은 멀리 있는 사람을 가깝게 하고 가까이 있는 사람을 멀게 한다.

딱 어울리는 그림과 함께 이 말에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각자의 손에 핸드폰만 있다면 가족의 저녁풍경은 고요하기 그지 없다. 각자의 세계 속에서 서로의 모습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사춘기 아이들을 부모로부터 더욱 멀어지게 만드는 주범이라고 나는 늘 생각하지만 아직 뾰족한 답은 찾지 못했다.

망치로 아이의 핸드폰을 내리쳤다는 몇 몇 엄마들의 경험담과 조언을 들으며 답답하다.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데, 나 자신 아직도 잘 모르겠다.

 

빨간 체크 식탁보가 덮힌 식탁위에 내가 좋아하는 두 가지 그림.

뽀얀 커피잔에 담긴 한 잔의 커피와 엔틱 타자기가 놓여 있다.

보고만 있어도 마구 힐링이 된다. 너무 좋은걸~!

얼마전에 타자기가 가지고 싶어서 인터넷을 뒤져보며 또 시간을 보냈었다. 이래저래 시간을 보내다 결국 타자기가 그려진 광목 쿠션을 사는 것으로 일단락을 지었었다.

타자기, 왠지 글의 경지를 드높혀줄 것만 같은 타자기의 유혹은 현재도 진행중이다.

 

<가장 미루지 말아야 할 것>은 한참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는 온갖 이유로 행복을 미루지만, 행복 역시 마음의 습관이다.

지금 어떠한 이유로도 행복할 수 없다면,

다음 순간에는 또 다른 이유로 행복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이순간에 행복하자.(259쪽)" 언제나 행복을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가슴에 확 와닿는 그림과 내 이야기를 해주는 듯한 글이 여운을 증폭시킨다.

 

이렇듯 삶의 다양한 면면들, 그 속에서 마주치는 생각과 느낌들이 잘 표현되어 있어서

저자의 힘을 빌어 대리만족을 경험하고,

나를 허용하고 한 숨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을 선물받는다.

자연스럽게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누구에게 선물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속과 겉이 모두 예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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