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악플러 콩고물 문고 3
김혜영 지음, 이다연 그림 / 스푼북 / 201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악플러를 향한 우리 사회의 시선은 탐탁치 않아하는 경우가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 일종의 예술행위라고 반론을 펴는 경우도 있다.

정보화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악플러의 문제는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이 사실이다.

스푼북에서 고학년 대상으로 나온 [정의의 악플러]는 제목이 주는 모순적인 분위기가 어떤 이야기를 해 주게 될지 자못 궁금증을 일으킨다.

 

주인공 준하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동생 리하를 하원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미술 학원을 하시는 엄마와 집을 떠나있는 시간이 많은 아빠는 골이 깊어진 소원한 관계다. 어느날 준하는 낯선 친구로부터 목걸이 열쇠를 얻게 된다. 본 순간부터 눈을 뗄 수 없는 매혹적인 열쇠였는데 그 열쇠는 모든것을 열 수 있는 힘이 있다. 설령 사람의 마음, 그것도 시공간을 초월해서 과거의 어느 시점까지도 열고 들어갈 수 있는 열쇠다.

준하는 친구들과의 갈등을 이해하는 데 열쇠의 힘을 빌리게 된다. 늘 아이들을 괴롭히는 영운이의 어릴적 상처, 거짓말 소문을 낸 다희에게 자신도 모르게 주었던 상처,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학교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게 된다.

다분히 감정적인 시작이었지만 선의를 가진 행동이라 합리화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받는다.

 

준하와 주변 사람들의 관계가 무척 섬세하면서도 생생해서 읽기 시작한 책을 놓을 수가 없게 한다.

주인공의 마음에 동의하다가도 이건 아닌데 하는 멈칫거림을 느끼고 함께 당황하게도 된다.

사소한 행동, 한 마디 말이 얼마나 큰 파급력으로 다른 사람의 삶 자체를 뒤흔들고 끊어버리기도 하는지 작가는 냉정하게 끝까지 보여준다. 약간 놀랍기도 했다.

"문장 하나하나는 이미 말이 아니었다.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한 칼 혹은 총이었다.(87쪽)"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은 익명으로 행하는 언어폭력의 심각성을 다분히 사실적으로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한번 더 생각하고, 입장을 바꿔보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나중에 후회할 일이 생기지 않도록, 악은 언제든 부메랑이 되어 내게로 돌아온다는 것이 진리이기 때문이다.

모르고 행한, 경솔한, 나쁜 뜻이 아니었던, 재미로...등등의 모든 변명은 이유가 될 수 없었다.

 

원색의, 때론 보색을 활용하며 한 면 가득 채워진 삽화들은 그 생생한 인물의 표정들과 함께 독자들이 이야기 속으로 흠뻑 빠져들도록 돕는다.

 

책을 읽어보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며 자신의 경험도 말해 볼 수 있다면 더 많은 것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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